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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3수사본부, 그리고 오지명>
    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3. 5. 1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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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사반장은 그냥 수사반장인데, 왜 수사본부는 113이 붙어서 113수사본부야?

    - 그나저나 수사반장이랑 수사본부의 차이는 뭐야?

     

    어린 마음에 ‘113’이 꼭 붙어서 ‘113수사본부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드라마를 보면서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의 일부입니다. 1970년대 당시에는 112는 범죄신고, 113은 간첩신고, 114는 안내전화, 119는 화재신고 등 긴급전화를 알리는 캠페인이 널리 행해졌습니다. 포스터그리기대회부터 표어대회, 웅변대회, 소방차그리기대회 등 각종 대회는 물론 긴급전화 홍보물이 넘쳤습니다. 심지어 학생들이 쓰던 공책의 뒷표지에도 홍보물이 담겼습니다. 그래서 113이 간첩신고 긴급전화번호임을 모르는 사람은 진짜 간첩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시 범죄드라마의 양대산맥인 수사반장의 형제지간인 수사본부는 꼭 113이 붙었습니다.

     

    아무튼 ‘113수사본부의 출연배우 중에서 저는 오지명이 제일 멋있었습니다. 수사본부라는 이름 자체가 일련의 무리, 정확히는 수사관의 무리를 전제로 합니다. 당시 본부장은 고 전운이었고, 냉철하고 이지적인 수사관으로 정욱이 열연을 하였으며, 막내 수사관으로 다혈질인 고 박광남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습니다. 아주 오래전의 드라마인지라 두 분은 벌써 고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오지명이 가장 화끈하고 멋이 넘쳤습니다. 고정간첩이나 남파간첩과 주먹다짐을 할 때면 가장 앞장서서 붉은 무리간첩들을 때려잡는 오지명이 그렇게나 멋졌습니다. 마치 만화영화의 주인공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저는 왜 수사본부는 ‘113’이 꼭 붙는가 아리송했습니다. 주위의 어른들중에서도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분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정답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드라마 작가가 그렇게 붙였기 때문에, 즉 엿장수 마음대로 짓는 것이 드라마 제목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오히려 정상입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당시 분위기는 압도적으로 수사반장이 인기가 높았습니다. 수사반장은 방영기간도 더 길었을 뿐만아니라 그 후에 특집방송의 형태로 몇 차례나 수사반장은 방영했지만, 113수사본부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측이 가능합니다. 첫째는 반공주의에 대한 염증입니다. 당시에는 반공과잉의 시대였습니다.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이라는 구호가 초등학교 건물의 벽면에 씌어져 있는 것이 예사였습니다. 학생들의 공책은 물론 교과서에서도 반공이 단골손님이었습니다. 정부를 비난하면 빨갱이로 둔갑하는 시대적 풍조도 한몫했습니다. 둘째는 플롯의 식상함입니다. 113수사본부에 출연하는 악당은 필시 고정간첩 아니면 남파간첩이었는데, 그 암약 및 검거방식이 대동소이했습니다. 수사반장의 범인이 절도, 강도, 사기, 살인 등 다양한(?) 것과 대조적이었습니다. 당연히 수사반장은 봐도 113수사본부는 안 보는 경향이 당시에 있었습니다.

     

    지금도 빨갱이니 간첩이니 하는 말을 자주 입에 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은 대개 극우로 불리는 분들이라 대화가 불편합니다. 세계 최강의 빨갱이국가인 중국이 우리의 제1교역국인 상황에서 무작정 빨갱이타령을 하는 것도 우스꽝스럽습니다. 러시아나 베트남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와도 교역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빨갱이타령은 더욱 공허합니다. 빨갱이를 때려잡자면서 그 빨갱이들이 지배하는 나라들과 교역은 왜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빨갱이는 싫고 그 빨갱이 돈은 좋다는 것인지 뭔가 어색합니다.

     

    그리고 북한 공산당의 지배자들이 싫은 것이지 북한 주민 전부를 빨갱이라 부르는 분들은 아예 없습니다. 다 같은 단군의 자손이고 고구려, 고려의 후손들인데, 너무들한다는 생각은 이미 절대다수 국민이 공유하는 상식입니다. 탈북민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이제 탈북민을 귀순용사라 부르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한민국 만세라는 만세삼창을 하는 광경을 보지 못한 지가 수십 년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더욱 ‘113수사본부의 기억은 희미해집니다. 그러는 와중에 ‘113수사본부를 빛냈던 오지명의 맹활약은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오지명에 대하여는 이런저런 안 좋은 소리가 들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선이 굵은 연기를 펼쳤던 훌륭한 배우였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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