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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해, 그리고 TV문학관>
    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3. 1. 2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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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시뉴스는 1980년대에도 했습니다. 그리고 주말드라마도 했습니다. 그 시절에도 주말드라마는 당대의 청춘스타가 시청자들을 빨아들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당대의 청춘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방송국의 확실한 캐쉬카우(cash cow)입니다. 드라마는 돈 먹는 하마이지만, 방송국에 확실하게 돈을 벌어주는 기특한 효자일 수도 있는 야누스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나 그 시절에 나름 매니아층을 형성했던 ‘TV문학관은 지금은 그 어느 방송국에서도 보기가 어렵습니다.

     

    헐리우드에서 영화가 대박을 쳐서 돈방석에 앉았다가도 대차게 말아먹어서 영화사가 파산한 사례는 밤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그것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 시절에도 드라마가 망하면 광고수입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 시절에도 주말드라마는 광고를 받는 KBS2TV에서 방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TV문학관은 전국노래자랑과 마찬가지로 광고와 무관한 KBS1TV에서 방영을 했습니다. 이렇게 1980년대 KBS는 주말드라마로 상징이 되는 상업적인 것은 KBS2TV, TV문학관으로 상징이 되는 비상업적인 것은 KBS1TV로 운영을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운영은 21세기 현재도 고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KBS1TV에서 방영을 했다는 것은 광고수입을 포기했다는 것 외에 영상예술을 추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튜브에 풀린 1980년대 TV문학관 시리즈를 보면 누구나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째는 그 시절에 저렇게 빼어난 영상미를 구현했다는 점이고, 둘째는 그 영상미에 걸맞는 훌륭한 연기력을 보인 배우가 있었다는 점이 바로 그 놀라움의 대상입니다. 당시 극장에 상영되었던 어지간한 국산영화보다 훌륭한 영상예술을 구현한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요즘과 같은 상업방송체제에서는 돈이 안 되는 이런 영상예술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TV문학관의 가치를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TV문학관은 글자 그대로 TV에서 문학을 구현하였습니다. 영상 속에서 인간군상의 삶을 밀도 높게 구현했고, 애욕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작업은 연기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가능한 작업입니다. TV문학관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대부분 연기력이 되는 배우들이었습니다. 실은 청춘스타들의 멜로물이 아니기에 굳이 청춘스타들의 캐스팅에 목을 맬 필요가 없기도 합니다. 그 시절은 전속탤런트가 있던 시절입니다.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배우들은 굳이 캐스팅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영상예술을 위하여 KBS가 작심을 하고 만든 것이 TV문학관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TV문학관에서 주연배우로 명연기를 펼친 중견배우들이 주말드라마에서는 거의 조연급으로 활약한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주말드라마는 치열한 시청률전쟁이 벌어지는 공간이지만, TV문학관은 시청률과 무관한 공간이었습니다. 주말드라마의 주연배우는 연기력이 떨어져도 인기가 뜨거우면 주연이 가능하지만(‘인기 캐스팅’), TV문학관에서는 어림이 없었습니다. 역설적으로 대중의 인기로 먹고사는 드라마세계에서 TV문학관은 인기와 무관한 연기력 캐스팅이 행해졌습니다. 그랬기에 TV문학관에서 자주 등장하는 배우들은 방송국에서 연기력을 인정한 배우라 봐도 무방합니다.

     

    김진해는 TV문학관에서 주연으로 또는 주조연으로 자주 등장한 배우입니다. 그만큼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라는 의미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김진해를 주목한 것은 전설의 고향에서 도사 전문배우로 활약한 대목입니다. 권선징악이 필수적인 전설의 고향에서 흰 수염과 지팡이로 위엄을 뽐내면서 어리석은 백성에게 가르침을 주는 백발도사로 김진해는 정형화된 배우였습니다. 그리고 구레나룻과 허스키, 이마에 굵은 주름 등 인상이 강렬해서 눈에 확 들어오는 배우가 김진해였습니다. 실은 어떤 배역을 해도 눈에 띌 수밖에 없기도 했습니다. 재벌회장부터 고위관료, 장군, 서민 등 김진해의 연기스펙트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배우를 흔히 카멜레온으로 묘사를 하는데, 김진해야말로 카멜레온의 전형이었습니다.

     

    설연휴에 TV문학관 시리즈를 틈틈히 감상하면서 각 시리즈마다 두드러진 영상미와 더불어 김진해의 농익은 연기를 감상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YqaUuTnZi8&t=1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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