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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손자병법’, 그리고 오현경>
    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4. 3. 1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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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나 지금이나 달달한 연애이야기를 다룬 멜로드라마가 드라마의 대세입니다. 사랑이란 지겨운 듯하다가도 언제나 생동감이 있고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그래서 질리지 않고 꾸준히 땡기는 밥처럼 거부감이 없이 만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재이며,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드라마의 소재로 쓰입니다. 그래서 주연급 청춘스타들의 몸값이 높은 이유가 설명됩니다.

     

    그러나 법칙만이 아니라 드라마에도 예외가 있는 법입니다. 청춘의 뜨거운 사랑도 인생의 일부인데, 달달한 사랑만을 그린다면 오히려 공감을 얻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누구의 발상인지 알 수는 없지만, ‘TV손자병법은 멜로를 빼고도 꾸준히 샐러리맨들을 넘어 시청자들 사랑을 넘어 공감을 얻었습니다. 드라마가 인생의 축소판이라면 당연히 직장생활의 애환도 드라마화 하는 것이 어쩌면 필연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okr8MFntHA&list=PLN47-pAnbHKRRJMn4Op2ilrAv13AscCXj&index=1

     

    직장은 전쟁터에 비유됩니다. 동고동락을 했던 동료들은 실은 승진과 인사에 있어서 처절하게 구현되는 삶의 전선에서의 경쟁자입니다. 피라미드구조로 공고하게 고착된 인사시스템에서는 누군가를 밟아야 상위 직급으로 영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리자의 자리에 앉았나 싶으면 정년이라는 숙명적인 암초가 기다리고 있는 샐러리맨의 애환은 끊임이 없이 내 피와 살이라는 연료를 넣어야 움직이는 엔진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실은 그렇게 부나방같은 샐러리맨인생의 숙명을 알면서도 본인과 부양가족이라는 근원적인 등짐 때문에 굴레에서 벗어날 수도 없습니다.

     

    ‘TV손자병법은 이장수 과장이라는 만년과장을 중심으로 샐러리맨의 애환과 인생의 신산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승진과 보직에 있어서 샐러리맨들의 처절한 처세술, 나아가 삶의 가치를 조명했습니다. 이장수 과장의 이름처럼, 샐러리맨들을 중심으로 시청자들의 지지와 성원이 지탱하였기에 장수한 드라마였습니다. 극중 이장수 과장은 자녀의 교육비와 부인의 생활비의 압박, 그리고 업무가 필연적으로 부과하는 상사와 부하 사이에서의 압박을 이겨나가야 하는 생존법칙을, 그 시대는 물론 어쩌면 현재까지 반복되는, 강제당하는 중간관리자의 전형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중간관리자는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샌드위치 신세입니다. 나이 어린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가식적인 웃음을 날리고, 부하직원들에게 엉뚱하게 화풀이를 하다가 거친 항의를 받는 이장수 과장의 절절한 연기에 시청자들은 웃고 또 울었습니다.

     

    오현경은 이장수 과장으로 딱인 배우였습니다. 오현경이 아니면 이장수 과장의 역할은 죽었을 것입니다. 오현경이 이장수였고, 이장수가 곧 오현경이었습니다. 이장수 과장은 정의의 사도는 아니었습니다. 불의인 줄 알면서도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고, 자녀의 학비를 고민하면서 적당히 못본 척하기도 했으며, 상사에게 비열함이 넘치는 아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손자병법이라는 제목에 부합하게 인간사의 부조리를 직접 실행하면서 삶이라는 전장에서의 승리를 갈망하는 남편, 아버지, 그리고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소화하였습니다. 직장생활에서의 생존법칙을 사실감 넘치게 구현하였기에, 꾸준히 인기를 누렸습니다. 마침 그 시절에는 고 정비석 작가의 소설 손자병법이 각광을 받으면서 직장인의 처세술이 조명을 받던 시기였습니다.

     

    이장수 과장은 오현경의 인생배역이었습니다. 그는 연극을 주무대로 활동했지만, 연극배우로 그를 한정할 수는 없습니다. 무수히 많은 샐러리맨들과 그 가족들이 TV화면에 비치는 이장수 과장을 보면서 자아의탁을 하면서 동화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장수 과장에서 투영되는 자신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오현경은 머나 먼 길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오현경이 ‘TV손자병법에서 형상화 했던 무수히 많은 이장수 과장은 그때 그 시절의 삶의 고뇌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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