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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미슈퍼스타즈, 그리고 김진우>
    7080 이야기거리 2024. 4. 2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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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의 LG트윈스에게 두산베어스는 악몽 그 자체였습니다. 전년도를 포함하여 17연패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인 선수들은 오죽 속이 쓰릴까만 보는 팬들도 무척이나 상처를 받았을 것이 확실합니다. 하다못해 가위바위보에서도 지면 기분이 나쁜 것이 본능입니다. 그런데 프로스포츠에서 같은 리그, 게다가 서울 라이벌팀에게 진다는 것은 정말로 고통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아마도 연패 중의 한 게임으로 기억하는데, 우연히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어느 두산베어스 선수가 환하게 웃는 장면이 무척이나 거북했습니다. 동료 두산선수들은 감정을 죽이며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것과 대조적이었습니다. 아무리 승부라지만, 동업자정신이라는 것이 있는데 너무한다는 반감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묘한 감정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서 이미 경험했으니, 아마도 이를 일컬어 기시감이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원년 프로야구에서 삼미슈퍼스타즈는 OB베어스에 16전 전패를 했습니다. 당시 OB베어스의 연고는 대전이었고, 저는 틈나면 지금은 허물어진 대전공설운동장 야구장(대전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당시 대전구장은 야간경기용 라이트 설치 문제로 6월이 돼서야 비로소 경기가 열렸는데, 묘하게도 OB베어스의 첫상대는 삼미슈퍼스타즈였습니다. 김우열이 시원한 홈런을 쳐서 쾌승을 했습니다. 응원팀인 OB베어스가 이겨서 신이 났는데, 그 이후에도 매경기마다 이기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열렬하게 OB베어스를 응원했지만, 차츰 삼미슈퍼스타즈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내 상대팀인 삼미슈퍼스타즈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동네야구를 해도 지면 분한 감정이 밀려오는데, 프로야구선수들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83OB베어스는 대전구장에서 다시 삼미슈퍼스타즈와 붙었습니다. 김진우가 결승타를 쳐서 첫 경기부터 OB베어스에 대한 악몽을 끊었습니다. 응원팀보다 상대팀을 응원하는 제 자신이 뭔가 이상했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리고는 김진우를 주시했습니다. 김우열의 인데, 김진우의 라는 신문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시만 해도 신문은 세로쓰기와 더불어 인명이나 지명은 한자로 쓰는 것이 기본인 시대였습니다. 이름에 비 자도 쓰는 구나, 하는 의아함이 아직도 느껴집니다. 그 이후 장명부 투수를 내세운 삼미슈퍼스타즈는 전년도 우승팀 OB베어스를 오히려 상대전적에서 앞서갔습니다. 스포츠가 상대적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얼굴에 커다란 점, 그리고 엄청나게 큰 키 등이 인상적인 김진우는 꾸준히 활약을 했습니다.

     

    운동선수들의 폭망과 은퇴의 경로는 대동소이합니다. 부상과 부진이 바로 그것입니다. 꾸준히 활약을 하던 김진우는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았고, 그러다가 1989MBC청룡의 선수로 변신하여 잠실구장 개막전에서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 김진우는 개막전에 강한가 보다, 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스르르 김진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이 김진우를 본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는 부진과 부상을 겪으면서 은퇴의 길로 떠나야 했습니다. 그리고 김진우는 기억에서 차츰 소멸하였습니다.

     

    http://blog.naver.com/bruceleek00/40052974287

     

    삼미슈퍼스타즈의 명포수 김진우 선수를 추모하며...

      제작:블루노트 http://bluenotedvd.com        짠물야구 http:...

    blog.naver.com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현 KBO총재이자 당시 해설위원인 허구연 칼럼에서 김진우가 사망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렇게나 강하게 보였던 김진우가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김진우에 대한 인상이 강해서였나 봅니다. 사망 당시에 그는 만 50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은퇴 이후에 방황을 했다는 것이 짐작되었습니다. 스포츠스타라도 운동장에서만 환호와 각광을 받는 것이지, 운동을 빼면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는 당연한 진리가 떠올랐습니다. 그 이후에 기아타이거스에 동명이인의 큰 키의 김진우가 등장했어도 이상하게도 삼미슈퍼스타즈의 김진우가 오버랩되었습니다. 김진우는 병마와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하늘에서는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프로야구를 관전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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