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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0년대 교과서 속의 외국인>
    7080 이야기거리 2024. 3. 1.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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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과 예술의 도시로 명성이 높은 프랑스 파리를 막상 보고 난 일부 일본인들에게 실제 그들의 눈에 비친 파리의 실체는 도로에 널부러진 개의 배설물, 쓰레기범벅이 된 지하철과 거리, 그리고 악취가 밴 지하철이라는 일련의 불편한 진실 때문에 환상이 깨져서 발생한 적응장애를 파리증후군이라 합니다. 파리증후군의 근본적인 원인은 동양인의 서양인에 대한 동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국인은 물론 일본인에게도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각국은 선진국이라는 당위 수준의 굳건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파리증후군은 실은 한국인에게도 해당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현실적인 환상을 심어준 것이 1970년대까지(실은 1980년대까지) 교과서에 심어준 영향이 큽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구분 자체는 아직도 존재하지만, 1970년대까지 유달리 선진국에 대한 갈망과 동경이 교과서를 잠식했습니다. 고도성장, 국토개발, 경제개발계획, 외화벌이 등의 구호가 번뜩이는 시절이 1970년대였습니다. ‘잘살아보세라는 노래가 건전가요로 불리면서 각급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던 시절이었습니다. 심지어 쓰레기수거차에서도 흘러나왔습니다. 교과서에서는 미국은 당연한 것이고 프랑스, 영국, 그리고 일본을 배우자는 교훈이 잔뜩 실려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이상한 것이 있었으니, 이렇게 선진국, 즉 외국을 본받자면서 정작 외국인은 언제나 금발의 백인을 기본으로 그려졌습니다. 당시 선진국이었던 일본도 외국이었지만, 천편일률적으로 백인만이 외국인인 양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외국인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가르침(요즘 말로 가스라이팅)을 교과서에 실었습니다. 외국인이란 당시의 시각으로도 내국인의 반대말, 즉 국내국적의 소지자가 아닌 자는 모두 포함이 되지만, 희한하게도 백인이 곧 외국인이며, 그 외국인에게는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교과서에 실었습니다. 당연히 당시 분위기는 외국인에게 우호적이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전국의 어지간한 도시에서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타더라도 외국인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외국인에는 백인을 포함하여 흑인, 동남아, 유럽 각국 출신 외국인이 존재합니다. 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한국을 찾은 사람들입니다. 실은 예나 지금이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대부분 경제적 이유에 기인합니다. 외국인이 흔해지니까 예전에는 국제결혼을 하면 눈이 휘둥그래졌는데, 이제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입니다. 국제결혼회사는 당연히 흔합니다.

     

    예전에는 돈벌이로 해외에 내국인력이 파견되었는데, 이제는 외국인고용허가제의 쿼터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정도로 외국인근로자는 이제 국내 3D산업의 상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모두 인력부족과 과중한 세금, 그리고 사회보험료에 시달려서 젖과 꿀이 흐르는 나라로 비췄던 한국인의 눈에 씌였던 콩깍지가 풀리고 있습니다. 식사를 거르는 영국인, 임금이 삭감되는 독일인, 연금수령액의 삭감에 격렬시위를 하는 프랑스인, 과중한 생활물가로 역이민을 고민중인 미국인과 캐나다인의 사연은 이제 더 이상 뉴스가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먹고살기 어려운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되었습니다. 불과 몇 십년만에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했습니다. 이제 교과서에서는 더 이상 금발의 백인만을 외국인으로 묘사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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