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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술천사 꽃분이’를 아시나요?>
    7080 이야기거리 2024. 1. 3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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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산이 맞냐, 아니면 저출생이 맞냐는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요즘에는 거의 사어수준으로 잊혀진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아사망률이라는 단어입니다. 유아사망률은 과거 1980년대 각급 학교의 교과서에서 사용이 될 정도로 일상적인 단어였습니다. 유아사망률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지표로 당시에 많이 쓰였습니다. 대문호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있거라의 여주인공 캐더린이 아이를 낳다가 사산을 하고 산모 자신도 사망하는 스토리가 있을 정도로 유아사망 자체는 실은 20세기 초중반까지 인류에게는 악몽과 같은 현실이었습니다. 보건의료와 위생의 개선이 비로소 세계 각국의 높은 유아사망률을 낮췄습니다. 그 이후로는 선후진국을 가르는 바로미터까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유아사망률이 높았던 시대에는 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민간신앙이 발달하곤 했습니다. 과학적 인과관계의 유무보다도 아이가 건강하게 잘 살아달라는 부모의 소박한 바람이 토테미즘(?)으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토테미즘이 있었으니, 아이의 이름을 천박하게 짓는 것이 그 하나였고, 출생신고를 늦게 하는 것이 그 둘째였습니다. 후자는 일제 강점기 이후 1960년대까지 이어진 토테미즘이고, 전자는 조선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만연한 민간의 풍습이었습니다. 각종 사극을 보면, 자녀의 아명(兒名)으로 개똥, 말똥 등으로 부르는 것이 그 실례입니다. 머슴도 재산이므로 마당쇠, 돌쇠, 억쇠 등의 이름도 그 실례입니다. 여자의 경우에는 그나마 입분, 갑분, 꽃분 등을 써서 상대적이나마 덜 천박한 것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요즘에는 위 둘에 기인한 토테미즘은 거의 없지만, 1970년대에는 무려 만화영화에까지 그런 토테미즘이 발현되었습니다. ‘마징가 제트의 주인공을 쇠돌이라 부르는 것이 전자의 실례이고, ‘요술천사 꽃분이라 작명하는 것도 그 실례입니다. 나훈아의 ‘18세 순이나 물레방아의 순이 생각의 주인공이 순이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리고 김국환의 꽃순이를 아시나요’, 산이슬의 이사가던 날이나, 둘다섯의 얼룩고무신의 주인공 돌이가 또한 그 실례입니다. 요즘에는 이런 부류로는 아이들의 이름으로 작명하지도 않으며, 각종 노래의 주인공으로도 쓰이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도 세월의 흐름을 이해하는 척도라는 점이 신기합니다.

     

    아무튼 1976년도에는 MBC에서 요술천사 꽃분이가 방영되었습니다. 그 시절에도 뭔가 촌스럽다는 인상이 있었지만, 여전히 이름 토테미즘이 강한 시절이었기에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요술공주 밍키요술공주 샐리로 나름대로 업그레이드(?)한 것도 있었지만! ‘요술천사 꽃분이는 당연히(!) 일본의 만화영화 마녀 메구(魔女メグちゃん(마죠코메구짱))가 원작인 만화영화입니다. 그 시절은 한국의 만화산업의 역량으로는 만화영화의 제작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시절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XZDGwaAhJM

     

    그런데 묘하게도 요술천사 꽃분이요술공주 샐리의 라이벌격으로 인식이 되었습니다. 촌스러운 한국식 이름과 뭔가 있어보이는 서양식 이름이 묘한 라이벌구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둘 다 요술이 소재가 된 여주인공이라는 점이 그랬고, 방영 방송국이 각각 MBC, TBC(지금은 사라진 방송국으로 jtbc의 원조격인 방송국)라는 점, 그리고 주제가를 부른 꼬마 여가수가 당대의 라이벌인 이지혜와 정여진이라는 점 또한 그랬습니다. 둘 모두 히트를 해서 당시 여자 아이들의 고무줄놀이의 주제가(?)로 나란히 쓰이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은 일본 만화영화가 우리의 안방을 장악했던 시절로 둘 모두 원작이 일본이라는 점도 묘한 라이벌구도였습니다.

     

    전 헌법재판소장이었던 이강국은 자신의 이름이 자유당 시대의 김수임의 애인으로 유명한 이강국과 동명이인이라 고통을 받았다면서 개명의 폭넓은 자유를 허용한 이래, 과거와 같은 천박한 이름으로 작명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래서 꽃분이라는 이름은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닙니다. 만화영화 주인공 이름의 변천사를 통해서도 세월의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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