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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디오가게와 비디오방>
    7080 이야기거리 2024. 1. 20.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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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생전에 자주 했던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정주영 자신은 신문대학이라는 대학을 졸업한 대졸자라는 말입니다. 신문대학은 정주영 성공신화의 레토릭입니다. 소학교 출신으로 현대그룹이라는 함대를 이끌려면 세상의 지식을 끊임없이 습득해야 가능하다는 생각에 광고를 포함한 신문의 구석구석을 독파했으며, 이것이 현대그룹을 일군 힘의 원천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저녁 9시 뉴스도 꼭 비디오로 녹화하여 꼼꼼히 시청했노라고 고백을 했습니다. 세상을 모르고서는 기업을 온전하게 경영할 수 없다는 그의 경영지론이 현실화한 것입니다. 기업경영은 언제나 현실의 정확한 인식에서 출발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정주영 회장이 환생한다면 손으로 신문지를 넘길 필요도 없고, VTR단추를 눌러서 녹화예약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신문을 열람할 수 있고 유튜브로 지난 뉴스의 전체는 물론 관심있는 뉴스만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는 인터넷을 매개로 한 스트리밍이지만 진화한 형태로 보통은 양자를 별개로 구분합니다. 유튜브는 라디오, 공중파는 물론 종편, 케이블 등 각종 TV매체는 물론 음반, 영화, 개인 유튜버 등 무수히 많은 미디어를 이어주는 통합플랫폼입니다. 유튜브는 오래전의 영상까지 기록하여 전달하는 기록매체이기도 합니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미디어의 괴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유튜브가 없던 시절에는 각각의 매체가 부득이하게 각개약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가 대세가 된 현재와 달리 1970년대까지는 영화애호가들은 심야에 방영되는 주말의 명화등 주말방영외화를 보려고 볼과 팔다리를 꼬집으면서 졸음을 쫓았습니다. 주말방영외화는 재방송을 하지 않기에 지나간 시간처럼 다시 오기 어려운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주말드라마가 꾸준히 재방송을 했던 것과는 양상이 달랐습니다. 그러나 VTR이 각 가정으로 보급되던 1980년대 중후반부터 인기프로그램의 녹화, 게다가 시간을 지정하는 사전녹화가 가능해지면서, 졸음을 쫓던 그 번거로움을 완벽하게 극복했습니다. VTR은 졸음을 못 이겨 놓친 주말방영외화는 물론 극장에서 방금 종영된 최신영화도 안방에서 편하게 시청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VTR과 비디오는 이렇게 다시 보고싶은 영화라는 영역에서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라는 속담처럼, 어느 영화를 비디오로 보면 다른 영화도 보고싶은 법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의 심리는 비디오가게라는 것을 탄생하게 하였습니다. 한국은 유행에 민감한 나라입니다. 길동이네 집에 VTR이 생기면 길순이네 집에서도 당연히’ VTR이 생기기 마련이며, 너도나도 VTR이 생기자 마침내 동네비디오가게라는 신종산업의 탄생은 어쩌면 필연적인 수순입니다. 전국에 비디오가게가 빛의 속도로 생겼습니다. 지금 비디오가게 자체가 거의 찾기 어려운 것에 비하면 그 짧은 시간의 변화란 그야말로 전광석화라는 한자성어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입니다.

     

    비디오가게의 탄생은 새로운 풍속도를 낳았습니다. 대여일이 한참이나 경과했어도 함흥차사인 고객의 사연, 뜨거운 인기에 언제나 대여중이라는 표시가 있었던 비디오가 막상 대여를 하면 비디오테이프가 늘어져서 화면에 비가 주르르 내렸다던 사연 등 비디오대여를 둘러싼 사연이 일상대화에서 자연스럽게 화제로 오르내렸습니다. 마치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던 예절인 양 비디오대여의 예절이 TV에서 방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말방영외화의 인기는 빛의 속도로 내려갔습니다. 물론 졸음과 싸우던 시간도 추억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다가 비디오방이라는 신종 영화관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또는 연인, 친구끼리 마음에 맞는 영화를 오붓하게 보는 공간의 제공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상업화한 비디오방은 비디오가게에 이은 대박상품이 되었습니다. 특히 연인들 간에 비디오방에서의 뜨거운 애정행위(?)는 삽시간에 사회곳곳에서 뜨거운 이슈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극장은 극장대로, 비디오방은 비디오방대로 각각의 인기를 구가했으니, 일정한 시간 동안에 연인의 밀회를 보장하는 영화의 순기능(!)이 제대로 발현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유튜브나 넷플렉스 등 ott의 융성이 비디오방이나 극장의 영화의 시간을 앗아가는 느낌입니다. 비디오, 비디오가게, 비디오방의 흥망성쇠는 삽시간의 역사입니다만, 많은 변화를 낳았습니다. 현대사회가 스피드사회임을 바로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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