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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원한 핫도그 이만수>
    7080 이야기거리 2023. 12. 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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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발간이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래전에 많은 학생들이 수험서로 봤던 영어교재가 성문종합영어였습니다. 물론 저도 애독자였습니다. 그 성문종합영어의 맨 앞장은 명사파트였습니다. 당시 명사를 해설하는 대목에서 집합명사를 예로 들은 단어가 ‘a dog’‘the dogs’였습니다. 개라는 집합명사는 단수로도 복수로도 개라는 동물 전체를 표시한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당시 애용되었던 에센스 영한사전에서 ‘dog’를 찾아봤습니다. 그러다가 ‘hot dog’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핫도그는 먹는 핫도그 외에 다음과 같이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 네이버 영영사전에서도 그대로 나옵니다.

     

    a person (such as an athlete) who performs or plays in a way that is meant to attract.

     

     

    사람 사는 곳에서의 생활양식이 거기서 거기라면, 당연히 언어의 사용도 거기서 거기이기 마련입니다. 영어에서도 개(dog)를 사람으로 비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개를 사람으로 비유하기에 좋은 의미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친근감을 표시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영어에서 사람을 지칭하는 핫도그는 경기를 치르면서 우쭐거리는(show off) 사람(일명 관종’)의 의미로 쓰입니다. 위에서 예시한 네이버 영영사전은 바로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고교시절에 저는 성문종합영어를 공부하다가 핫도그가 먹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유레카를 외쳤던 아르키메데스처럼 우쭐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런데 생각은 갑자기 당시 타격 3관왕을 하면서 인기가 뜨거웠던 이만수가 바로 핫도그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만수나 삼성라이온즈를 응원하는 팬들은 핫도그이만수의 화려한 홈런 세레모니에 열광할 것이지만, 그 홈런을 맞는 투수나 상대팀의 팬들은 이만수의 홈런 세레모니에 분노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이만수는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면서 만세를 부르곤 했는데, 심한 경우에는 만세 칠창’, 나아가 만세 십창까지 하였습니다. 특히 점수차가 커져서 패전조 투수가 등판했음에도 만세 세레모니를 하면서 상대 투수에게 쓰라림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만수는 포수로서도 트래쉬토크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몸 맞는공(hit by pitch)의 타겟이 이만수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아직도 kbo의 기록으로 순위가 잡혀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7m2a9D-UCk&t=3s

     

    위 유튜브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만수는 프로야구 1호 안타, 1호 타점, 그리고 1호 홈런까지 무수히 많은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한국프로야구가 존속하는 한, 이 불멸의 기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핫도그이만수였기에, 저 개인적으로는 이만수를 오랜 기간 미워했습니다. 이만수 때문에 좌절과 분노가 많이 쌓였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이만수를 달리 보기 시작했습니다. 스포츠와 연예를 합하여 스포테인먼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대규모 산업이 형성된 현실에서 스포츠스타가 아무런 세레모니도 없이 경기에만 충실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라는 생각이 이만수를 달리 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경기를 하다 보면 기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감정을 지닌 인간의 본능에도 부합합니다. 미국프로야구(MLB) 선수들 사이에서도 빠던이라 불리던 bat flip에 대하여 관대해지는 것으로 인식이 변했습니다. 경기에서 매너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포츠 자체가 오락으로 하는 것으로서, 팬과 선수의 감정을 표출도 당연히 경기의 일부로 포함됩니다. 실은 이만수는 그 엄청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유교 국가한국 특유의 과도한 비난을 받은 사례입니다. 이만수와 같은 핫도그는 스포츠의 맛을 더하는 소중한 양념과 같은 존재입니다. 미국의 프로스포츠는 선수의 쇼맨십도 스포츠의 일부로 봅니다. 심지어 아이스하키는 ‘1 : 1 격투를 아이스하키만의 묘미로 포장합니다.

     

    좋든 싫든 스포츠는 이제 한국에서 없앨 수 없는 사회공동체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상대팀에 대한 도발의 자제라는 시각과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출이라는 두 시각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차츰 후자의 시각이 강해지는 것이 각국 프로스포츠의 경향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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