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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자두의 이 노래 : ‘김밥’>
    7080 이야기거리 2023. 10. 2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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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 구제금융을 전후하여 천원짜리 김밥이 각광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밥천국이 전국적으로 맹위를 떨쳤습니다. 그런데 김밥의 운명이란 참으로 얄궂습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김밥은 국민학생들에게는 소풍이나 운동회때만 먹는 특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한국 시절이기에 김밥이 맛이 있었습니다. 뭐든 그렇지만, 흔하면 맛이 없기 마련입니다.

     

    1970년대는 지금과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지금은 상상조차 어려운 혼분식 장려운동이라는 것이 있었고, 다수확 품종의 대명사격으로 불리는 통일벼로 도정한 정부미아키바레(秋晴)’로 대표되는 일반미의 구분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통일벼, 정부미, 일반미라는 말 자체가 거의 쓰이지 않는 사어(死語)입니다. 당시의 가난한 아이들은 정부미로 지은 도시락을 싸왔고, 부잣집 아이들은 일반미로 지은 도시락을 싸왔습니다. 그리고 김밥도 가난한 아이들은 분홍소시지가 들어간 김밥을, 부잣집 아이들은 미제 햄이 들어간 김밥을 먹었습니다. 정부미는 언제나 국군장병들이 늘상 먹는 쌀이었습니다.

     

    그런 시절이었기에, 쌀밥만으로 만든 김밥이 인기가 있었던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혼분식을 장려했던 시절이라도 이상하게 김밥용 밥은 보리를 쓰지 않았습니다. 기름진 일반미로 김밥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가난한 아이들은 정부미로 만든 김밥을 먹었습니다. 김밥은 소풍과 운동회를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실은 소풍과 운동회 때 김밥을 먹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기까지 했습니다. 소풍 전날에 어머님들은 슈퍼에 가서 김밥재료를 사놓고는 새벽부터 바리바리 김밥을 만들곤 했습니다. 소풍을 가도 어서 빨리 점심시간이 되라, 하고 간절하게 마음 속으로 빌면서 김밥 먹을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났습니다. 운동회 때면 운동장이나 교실에서 먹던 그 김밥맛은 절대로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김밥에는 언제나 콜라나 사이다가 등장해야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hJb0jC11No

     

    그렇게나 귀하던 김밥은 언제부터인가 흔해졌습니다. 김밥을 먹느니 차라리 햄버거를 먹는 것이 오히려 트렌디해졌습니다. 김밥은 촌스러워졌습니다. 실은 가격이 싼 음식으로 전락하면서 더욱 손이 안 가는 음식으로 변질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IMF 구제금융을 기점으로 다시 김밥이 햄버거를 밀어냈습니다. 가격이 싼 것은 물론이요, 상대적으로 소화도 더 잘되고 밀보다 더 든든한 쌀의 힘으로 무장한 김밥이 재발견되는 순간을 맞았습니다. ‘롯데리아가 전국적으로 맹위를 떨치던 위세를 소리없이 김밥천국이 제압했습니다.

     

    이제 김밥은 참치김밥, 계란김밥, 치즈김밥, 쇠고기김밥 등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잡았습니다. 2,000년 이후 전 국민이 소식을 하게 되면서 지속적으로 밥공기는 작아지면서, 물론 먹거리가 밥 일변도에서 탈피한 이유도 크지만, 작은 양을 담은 김밥이 간편식으로 편의점의 효자상품으로 변신도 했습니다. 편의점,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삼각김밥아닙니까! 김밥의 패러다임이 변한 것입니다. 그리고 물가폭등의 와중에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의 애환을 담을 수 있는 한끼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김밥은 변신에 변심을 거듭하면서 국민의 애환을 달래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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