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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축구정기전을 회고하며>
    7080 이야기거리 2023. 10. 9.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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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항조우 아시안게임을 보고 느낀 소감이 몇 개 있습니다. 과거 한국의 금밭으로 불린 복싱, 유도, 그리고 레슬링에서 완전한 몰락했다는 점, 그리고 전체적으로 금메달의 숫자가 줄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축구에 대한 뜨거운 인기입니다. 공중파는 물론 종편, 케이블까지 축구 결승전 중계가 집중됐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길거리응원전까지 열기를 더했습니다. 아시안게임은 물론 올림픽의 금메달의 가치는 같습니다. 그러나 인기종목과 비인기종목의 간극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인기종목인 축구의 위상은 강도가 굳건해졌습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축구는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마약입니다.

     

    항조우 아시안게임 한일 축구결승전을 물끄러미 보다가 문득 1970년대의 한일축구정기전(정기전)이 떠올랐습니다. 그 시절의 정기전은 명목은 친선경기였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의 정기전이 친선경기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전파사나 다방에 설치된 TV로 남녀노소 모두 삼삼오오 모여서 열심히 응원전을 펼쳤습니다. 그 시절의 우스갯소리로 한일전은 가위, 바위, 보도 지면 안된다.’는 것이 있었습니다. 정기전은 지면 양국의 감독의 목이 잘릴 정도로 피튀기는 경기였습니다. 이미 친선경기가 아님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과열이 되다보니 방송국과 경기장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정기전은 대부분 가장 큰 경기장에서 벌어졌습니다. 한국은 당연히 서울운동장 축구장이었고, 일본도 가장 규모가 큰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정기전이 벌어졌습니다. 시청률은 대박이었고, 경기장은 만원이었습니다. 항조우 아시안게임의 시청률대박은 근본이 있는 셈입니다. 양국의 선수들은 당연히 최정예멤버들이 출동했습니다.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부담은 백배였지만, 역설적으로 응원은 뜨거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일본 언론에서는 한국을 숙적(宿敵, しゅくてき(슈큐테키))이라 표기하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야구에서도 한일전을 접하는 일본 언론은 역시 숙적이라 표기합니다.

     

    당시 경기전을 포함하여 한일전을 무척이나 많이 했던 허정무는 일본에 대하여 계들은 강하게 다루면 알아서 무너진다.’는 취지의 발언을 많이 했습니다. 축구도 스포츠이기에 당연히 전략이니 전술이 필요하겠지만, 좋게 말하면 강한 압박’, 나쁘게 말하면 육탄전을 했다는 자백입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지휘한 홍명보 감독도 다른 것 필요없다. 그냥 부숴버려!’라고 지시했다는 것을 자랑스레 회고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축구 자체가 차츰 스포츠과학의 힘을 빌어 정교해지는 전략게임화 하는 추세를 담아서 점차 한일전은 전략과 전술이 가미됩니다. 당연히 압박과 패스, 크로스 등 축구의 양상도 다른 것을 육안으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1980년대까지는 일본이 꽤나 밀렸습니다. 그래서 패한 일본팀에 대하여, 그리고 일본축구협회에 대하여 일본인들의 비난이 거셌습니다. 한동안 일본에서 유행했던 한일전(일본에서는 일한전(日韓戦, にっかんせん(니칸센))이라 표기합니다) 축구는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야구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말은 일본이 정기전을 포함하여 한일전 축구에서 열세임을 자인하는 말입니다. 열세가 지속되자 일본 측에서 부담을 느꼈는지 스르르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방송이나 패션, 문화 등 일본이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데, 유독 축구에서 열세에 있는 것을 참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반대로 한국은 다른 분야는 몰라도 축구에서만큼은 체면을 살려야 한다는 이심전심 의지가 관통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의미는 다소 변하기는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한일전 축구는 양국민 모두에게 단순하게 스포츠라고만 인식된 적은 없습니다. 응원의 열기로 그 한복판에 양국민을 몰아넣었습니다. 부담이 엄청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양국 축구협회와 방송국은 그렇게나 황금알을 보장하는 정기전의 부활에 소극적입니다. 아니,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한일전은 재미가 가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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