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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철순, 그 검댕의 추억>
    7080 이야기거리 2023. 9. 9.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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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인천의 0.412의 타율과 박철순의 22연승을 불멸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그 이후의 성적에 대하여는 거의 언급이 되지 않습니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이 그 이후에는 저조한 성적을 남깁니다. 노쇠화와 부상의 여파 때문입니다. 또한 그 이후에는 프로야구의 수준 자체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그 누구도 만화같은 그리고 거짓말같은 두 기록을, 실은 근접하기도 어려운, 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선진야구를 익힌 상태에서 프로야구에 뛰어들었기에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한국프로야구 선수들을 상대로 발군의 성적을 냈습니다. 두 기록은 모두 시대보정을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두 불멸의 기록의 가치가 훼손되지는 않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정당한 대결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백인천은 원년 MBC청룡의 감독 겸 선수로 활약을 했습니다. 39세의 나이라는 점, 그리고 일본프로야구에서 빼어난 활약을 했던 경력이 있던 점 등의 이유로 백인천의 활약은 한편으로는 박수를 받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뭔가 심드렁한 반응이 당시에 존재했습니다. 실은 그런 심드렁한 반응이 대세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시 백인천의 마스크는 이제 중년에 접어든 아재의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스타성이 떨어지는 마스크였습니다.

     

    그러나 박철순은 달랐습니다. 20대의 이국적인, 게다가 훤칠하고 말끔한 얼굴은 여성팬을 사로잡았습니다. 당시 야구팬은 절대적으로 남자가 많았습니다. 특급 고교야구선수라면 당연히 소녀팬을 몰고 다녔지만, 대학야구, 실업야구로 이어지는 시점에서는 그 많았던 여성팬은 스르르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러나 박철순은 달랐습니다. 마스크가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남성운동선수나 남성연예인은 기본적으로 마스크가 받쳐줘야 여심을 휘어잡습니다. 수천 년이 지나도, 아니 영원히 변하지 않는 철칙입니다.

     

    박철순은 투구폼도 멋이 넘치다 못해 흘러내렸습니다. 하이키킹으로 시작하여 다이나믹한 orthodox style의 강속구로 마무리를 짓는 우완정통파의 강렬한 패스트볼을 지닌 박철순은 투수가 지닐 수 있는 매력 그 자체였습니다. 마스크도 연예인급인 데다가 투구폼도 매력 그 자체이기에 도무지 미운 구석이 없었습니다. 당시에 박철순의 투구 중에서 너클볼이니 팜볼이니 하는 해설기사가 많이 나왔지만, 예나 지금이나 박철순 본인은 우완정통파 투수라는 점을 항상 강조했습니다. 실제로도 박철순은 아마시절부터 우완정통파 강속구 투수였습니다.

     

    그런데 박철순이 한국야구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야구선수들의 검댕이나 선글라스, 그리고 스포츠고글 등 눈 보호장치의 착용입니다. 다음은 고교야구의 마지막 영웅이라 불리는 박노준과 김건우가 활약하는 영상입니다. 2023년 현재는 물론 훨씬 오래전부터 고교야구선수들에게도 익숙한 검댕이나 선글라스, 스포츠고글 등이 그 시절에는 전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은 1980년대 중반까지도 고교야구선수가 검댕 등을 하면 건방진 놈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시절은 낭만의 시대이기도 했지만, 꼰대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햇빛에 장시간 노출이 되기에 자기 눈을 자기가 보호하는 것은 어쩌면 본능의 차원임에도 그 시절은 건방진 놈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wuluJH6PyI

     

    박철순이 선구자 격으로 검댕을 묻히자 너도나도 검댕을 묻히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홈런타자 김우열이 열심히 검댕을 묻혔습니다. 처음에는 팬들이 이게 뭐지, 하는 반응을 보이다가 시력보호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는 슈퍼스타박철순의 설명에 모두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삽시간에 프로야구선수 전체로 퍼졌습니다. 검댕을 하고 어마어마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의 존재 그 자체가 검댕의 위력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고교야구선수들도 검댕을 묻히는 것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선수에 따라 선글라스나 고글을 끼는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대세가 되었습니다.

    2023년 현재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야외활동, 즉 등산, 조깅, 산책, 싸이클 등을 하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선글라스나 스포츠고글이 일상화가 되었습니다. 1970년대까지는 연예인이 아니면 감히선글라스를 착용하지 못했습니다. 깡패, 연예인, 군인, 운전기사 등 특정 직역의 사람이거나 과감한 멋쟁이정도만 선글라스가 허용되었습니다. 그때 그 시절은 꼰대의 시절이었기에, 자기 눈을 보호하기 위하여 고안된 선글라스도 허용이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어쩌면 박철순은 의도치않게 검댕으로 선글라스 보편화시대를 화짝 연 선구자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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