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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많던 무협영화는 어디로 갔을까?>
    7080 이야기거리 2023. 7. 8.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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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돌아오는 명절연휴기간을 성룡의 시간이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극장에서의 개봉영화든 특선영화라 불리면서 공중파에서 방영하던 영화든 명절대목을 맞아 멋진 활약을 펼치는 성룡을 기꺼이 찾는 한국인이 집중되던 시기를 농반진반으로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성룡은 평상시는 물론이고 명절연휴에도 전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성룡이 특유의 코믹액션으로 국민을 웃기던 추억도 슬며시 저 멀리 사라졌습니다. 한때 대한민국 극장가를 호령했던 주윤발, 주성치, 유덕화 등 홍콩의 은막스타들이 활약하는 무협영화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무협영화는 오랜 기간 한국 극장가에서는 액션영화의 한축으로 당당히 자리잡은 장르의 하나였습니다. 멀리 외팔이 시리즈’, ‘이소룡 시리즈’, ‘최가박당 시리즈’, ‘성룡 시리즈’, ‘주윤발 시리즈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운 무협영화 시리즈가 번성했습니다. 변두리의 동시상영관에서는 멜로영화와 무협영화가 동시상영으로 개봉하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과 같았습니다. 성룡은 무협영화의 끝판왕격으로 명절연휴를 국민과 함께 보내는 일종의 가족(?)과도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멀티플렉스에서도 무협영화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막상 개봉을 해도 관객은 냉담합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가장 주된 이유는 재미가 없고 클리셰의 개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무협영화는 확실한 클리셰가 있습니다. 바로 복수극이라는 플롯인데, 하늘이 내린 탁월한 신체능력을 지닌 백면서생의 주인공이 부모님을 살해한 원수를 극강의 무공을 지닌 신비의 인물로부터 오랜 기간 세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절대비급을 전수받아 복수를 한다는 천편일률적인 플롯이 바로 그것입니다. 만화영화 주인공처럼 인물도 탁월하여 천하의 미녀가 앞으로 나란히!’를 하면서 애정을 구애하는 장면도 빠지지 않는 클리셰입니다. 그러나 관객은 식상을 넘어 짜증이 나는 이런 클리셰를 거부했습니다. ‘유쥬얼 서스펙트같은 기상천외의 플롯이 더 땡깁니다. 실은 성룡의 코믹액션은 진작에 고갈된 소재입니다.

     

    현란한 CG가 난무하는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스크린에 배치되는 열등한 화면도 그 이유 중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협영화의 무술 자체의 신뢰도가 바닥이라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쿵푸가 대단한 무술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극강의 비급을 익히면 내공이 심후해지고 장풍을 쓰고 축지법을 활용하여 천하를 호령하는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그러나 무협영화에서 활용되는 무술의 실제는 절대다수가 무협체조내지 무협무용수준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밝혀졌습니다.

     

    지풍(脂風)으로 적의 혈()을 제압하는 무공이란 거의 허구에 가깝다는 사실을 ufc mma가 펼쳐지는 공간에서 거듭 확인이 되었습니다. 소림사의 나한진이니 하는 무술도 실전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소림정통무예를 아무리 부르짖어봐야 쇠귀에 경을 읽는 수준입니다. 정통권법을 수련했다는 초절정의 고수들이 줄줄이 mma 고수에 당하면서 아예 정통무술이 조롱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무협영화는 관객의 조롱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무술이다, 라는 주장에 대하여 응, 그것은 체조나 무용에 불과해, 라는 싸늘한 답변은 무협영화 자체를 허무는 파국이었습니다. 무협영화는 무술에 대한 경외감에서 출발하는데, 무술 자체가 불신을 넘어 조롱을 받는다면 이미 비빌 언덕을 잃은 소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싸움이라 불리든 투쟁이라 불리든 인간의 dna에는 격렬한 타격감을 통한 승부의 세계가 확고하게 심어져있다는 점입니다. 무협영화가 소멸되었어도 반지의 제왕’, ‘존 윅이나 매트릭스와 같은 액션물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점을 주목하여야 합니다. 무협을 소재로 한 액션영화는 사장되었어도 액션영화 자체가 사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간의 투쟁심이란 본능의 영역이기에, 무협영화가 고전적인 무술방식이 아닌 21세기형 투쟁방식으로 변용한다면 당연히 새로운 액션영화의 한 축을 형성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무협영화는 그 단계를 암중모색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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