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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중전화 그 아련한 추억>
    7080 이야기거리 2023. 5. 2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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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가 하노라

     

     

    너무나 유명한 화담 서경덕의 시조입니다. 격조 높은 당대의 대학자 서경덕도 연심을 완전하게 끊을 수도 없고, 그 연심을 전할 길이 없어서 애를 태운 나머지 지은 시조입니다. 내가 품은 이 뜨거운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할 길이 없는 안타까움은 그 어디에 비할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이가 연심에 애를 태우는 것은 아닙니다.

     

    밥 먹고 살 길이 빠듯한 현대인에게 통신이란 또 하나의 밥줄입니다. 거래처의 박 사장에게 급히 전할 말이 있는데, 부하직원에게 급히 전할 말이 있는데, 그리고 관공서에 급히 연락할 사연이 있는데 등 엄청나게 많은 있는데때문에 애를 태우는 일이 연심에 의한 사연보다 더 많습니다. 어떤 사물의 존재가치는 그 사물이 부재하는 경우에 가장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의 존재가 없다면 이렇게나 많은 있는데는 해결할 길이 요원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는 휴대폰을 대체할 수 있는 공중전화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고 이외수는 공중전화를 동전을 먹는 사람으로 감각적인 비유를 한 적이 있습니다. 비록 줄을 길게 서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공중전화의 존재는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훌륭한 기기였습니다. 친정의 엄마가 보고프면 들어서 확인할 수 있는 공중전화, 머나먼 땅에서 고향의 부모를 확인할 수 있는 공중전화는 그 어떤 이기보다 간절함을 담았습니다.

     

    그래서 공중전화는 공중도덕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용건만 간단히!’ 지금은 거의 사어수준으로 사라진 말이지만, 공중전화 앞에서 장사진을 친 사람들이 절절하게 외쳤던 말이 바로 이것입니다. 공중전화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구구절절 사연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통화를 학수고대하면서 자기의 차례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공중전화는 길거리에서 찾기가 어렵습니다. ‘낙전수입이라는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입니다. 이 낙전수입이 한 해에만 엄청났기에, 이 돈의 활용방법이 국정감사장에서 뜨거운 공방을 낳은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제 먼 추억 속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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