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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남의 이 노래 : ‘빈대떡 신사’>7080 이야기거리 2023. 5. 5. 11:13728x90반응형
과거 1970 ~ 80년대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 실제 나이에 비하여 늙어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시절의 20대가 요즘의 30대로 보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반대로 요즘 대학생의 얼굴은 그 시절의 고교생 정도로 보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국민 전체적으로 동안의 시대가 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하여 ‘100세 시대’는 얼굴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러나 천년, 이천년 전의 한국인의 DNA가 아직도 유지되는 상황에서 인종개량이 별안간 일어났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옷차림이나 외모가꾸기 등의 사유로 이렇게 사람들이 달라보이는 것 뿐입니다.
연예인이라고 하여 다를 바가 없습니다. 과거 1980년대 초중반까지 방송국에서 활약한 연예인들의 실제 나이를 알고 나면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빈대떡 신사’로 한 시대를 풍미한 한복남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과거 1970년대부터 그는 ‘원로가수’로 불렸습니다. 당시 저는 그가 엄청난 고령자로, 구체적으로는 60대 중반 정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1970년대) 각종 쇼에 출연하면서 노인처럼 보였던 한복남은 실제로는 50대였습니다.
그가 더욱 늙어보였던 것은 ‘빈대떡 신사’나 ‘엽전 열닷냥’과 같이 고풍스러운 노래를 불렀기 때문입니다. 그는 재주가 좋아서 많은 히트곡을 작사 및 작곡까지 했는데, 유달리 고풍스러운 노래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그는 고풍스러움에 꽂혔는가 싶습니다. 당시를 기준으로도 그가 작곡한 각종 ‘타령’시리즈는 뭔가 촌스럽기도 하고 고풍스러웠습니다. 그의 이런 취향은 아마도 그의 데뷔곡이자 대표곡인 ‘빈대떡 신사’의 빅히트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EEq_tK9KqY
양복 입은 신사가 요리집 문 밖에서 매를 맞는데,
왜 맞을까, 왜 맞을까? 원인은 한 가지 돈이 없어.
들어갈 땐 뽐을 내며 들어가더니,
나올 적엔 돈이 없어 쩔쩔매다가,
뒷문으로 도망가다 붙잡히어서,
매를 맞누나 매를 맞누나.
‘빈대떡 신사’의 노랫말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단어가 지금은 사어가 된 ‘요리집’입니다. 김두한이 일제강점기 활약을 했던 시절에 등장하는 것이 요리집입니다. 그 시절의 요리집은 단순히 요리만 파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기생이라는 접대여성도 존재했습니다. 요리집이 일제강점기에 갑자기 생긴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조선시대에도 ‘주점’ 또는 ‘기생집’은 비싼 술집 겸 음식점이었습니다. 아무튼 요리집은 그 이후에 ‘요정’이라는 말로 변하면서 1970년대까지 ‘요정정치’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로 번성했습니다.
신용카드, 폰뱅킹이 일상화되어서 지갑에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는 요즘에 현금이 없어서 매를 맞는다는 광경은 뭔가 어색합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충분히 그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목되는 대목은 돈이 없으면서도 허세를 부리는 세태입니다. 모은 돈은 없으면서도 인스타감성에 홀려서 오마카세를 즐기고 골프를 치는 사진에 목을 매는 일부 청년들이 오버랩됩니다. 한국인은 자기 스스로의 주체적 판단이 아닌 남이 어떻게 보는가를 중시한다는 체면문화에 유달리 탐닉하는 DNA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 시절은 물론 그 이전의 조선시대에도 인생선배들은 인생후배들에게 인생을 성실하게 살라는 ‘훈계’를 하였고, 인생후배들은 인생선배들이 ‘꼰대짓’을 한다고 비난했다는 점입니다. 생물학적으로 먼저 태어났다는 점 외에 별반 차이가 없는 동등한 인간들끼리 훈계를 하고 비난을 하는 풍경이 우스꽝스럽습니다. 한반도에 사는 한국인의 2천년 전의 DNA나 21세기의 DNA는 완전하게 동일합니다. ‘빈대떡 신사’를 듣다 보면 저절로 시간의 흐름과 무관한 인간의 본성이 연상됩니다. 그런데 여담이지만, ‘빈대떡 신사’에서 등장하는 무전취식은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형법상 사기되가 되며, 고의가 없는 경우에는 경범죄처벌법위반죄의 범죄행위가 됩니다.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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