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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에아가레 간다무>
    7080 이야기거리 2023. 5. 2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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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 이후 한국에서는 외국어 영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영어의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주요과목 또는 도구과목이라 불릴 정도로 영어의 위세는 막강했습니다. 지금도 전국의 중고생은 물론 대학생, 심지어 직장인들까지 영어공부에 매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2외국어라 불리는 언어는 부침을 거듭했습니다. 독일어나 프랑스어가 대세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일본어나 중국어가 대세입니다. 좋든 싫든 이웃의 두 나라와 엮이면서 살기에 바람직한 변화입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으로는 독일어를 제2외국어로 공부했습니다. 물론 당시 고교에서 독일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한 결과였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독일어를 정말 잘하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뭔가 우쭈쭈하는 현학심이 불타올랐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대학생 시절에도 독일어를 정말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 어렵다는 독일어 소설도 원어로 낑낑거리면서 읽었습니다. 토마스 만, 베를톨트 브레히트, 프란츠 카프카 등의 소설을 꾹 눌러참고 읽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슈피겔이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등의 언론도 탐독했습니다. 뭔가 어려운 것을 이해할 때 느끼는 쾌감이 컸습니다.

     

    그러나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독일어를 현실에서 써먹을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교류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영어라면 몰라도 독일어는 그냥 취미 수준이라는 것을 절절하게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일본어나 중국어는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나이가 지긋해질 무렵에 일본어와 중국어를 배웠습니다. 게다가 독학으로 배웠습니다. 어려서 보던 일본 애니매이션에 관심을 쏟다가 얼떨결에 배우게 됐습니다. 한시에는 관심이 많았는데, 정작 중국어는 잘 모르기에 그냥 배워보겠다고 달려들었습니다.

     

    나름 성과를 얻어서 줄줄 말하는 것은 어려워도 대부분의 문장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준은 되었습니다. 한자문화권이기에, 한자로 뜻은 어느 정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본어는 한자를 쓰지 않으면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특성이 있으며, 중국어에서 쓰는 한자어휘와 한국어의 한자어휘는 거의 일치하다는 특성도 한몫했습니다. 아무튼 일본어와 중국어를 어느 정도 깨우치자 세상이 환해졌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일본어 학습의 차원에서 어려서 보던 만화영화의 주제가를 흥얼거리다가 그 옛날의 감성도 느꼈습니다.

     

    모에아가레 간다무(えあがれ ガンダム)로 시작하는 건담의 주제가 제목 자체는 날아라! 건담(토베! 간다무, ! ガンダム)’입니다. 원곡은 지금은 고인이 된 이케다 코우가 모에앙아레라고 부르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일본어에서도 한국어와 같은 활음조현상, 일명 유포니 현상(ユーフォニー現象)’가 있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아무튼 어려서 그렇게나 재미있게 보던 마징가 제트’, ‘독수리 5형제등의 만화영화의 일본어 주제가를 흥얼거리면서 추억도 되살리고 일본어도 배우는 일거양득(?)을 취했습니다. 배우는 것에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평범한 이치를 깨우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면서 제일 잘했던 일 중의 하나가 일본어와 중국어를 늘그막에 배운 일입니다. 내친김에 고독한 미식가를 탐닉하면서 일본어를 열심히 배웠습니다.

     

    다음은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른 쟁쟁한 가수들이 건담의 주제가인 토베 간다무을 열창하는 장면입니다. 아무래도 일본도 동양문화권이므로, 가장 선배인 사사키 이사오가 제일 먼저 부르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그 유명한 독수리 5형제의 엔딩곡, ‘신조인간 캐산’, ‘은하철도999’ 등의 레전드곡을 부른 바로 그 가수입니다. 그리고 마징가 제트’, ‘그레이트 마징가’, ‘바벨 2등의 주제가를 부른 미즈키 이치로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유명가수가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르는 경우 자체가 드물고, 설사 불렀다고 하더라도 공연에서 부르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일본은 애니메이션 주제가가 각광받는 일이 이색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6rmMf7HHYU

     

    건담은 제가 어려서 전율이 뒤섞인 감동을 받았던 애니메이션입니다. 기존의 투박한 메카로봇과는 차원이 다른 멋진 모습이 감동을 주었고, 비록 적이지만 멋진 모습의 샤아 아즈나블의 화려한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그렇게 느낀 분이 많겠지만, 주인공 아무로 레이보다 샤아 아즈나블의 멋진 모습에 감탄을 한 분이 많았을 것입니다. 당시 건담은 정식으로 수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TV에서 오리지날 시리즈는 방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구와 완구, 조립식 장난감 등 건담캐릭터 완구류(요즘의 캐릭터상품의 원조격)들이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당시 중고 로봇금형을 일본에서 수입하여 완구나 문구, 그리고 조립식 장난감을 만들었던 것이 슬픈 우리의 현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문방구를 가면 건담캐릭터 완구류들이 휩쓸다시피 했습니다.

     

    건담을 모를 수가 없는 것이 당시의 아이들이었습니다. 물론 건담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것도 대부분 알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대부분의 아이들은 건담이 언제 TV에서 방영하는가 목이 빠져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바램과는 달리 끝내 건담은 방영되지 않았습니다. 목이 몇 번이나 빠졌을 무렵에 비로소 정식으로 수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저를 포함한 그 시절의 아이들은 늙어가는 처지였습니다. 이제는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잃을 나이가 된 것이며, 건담 그 자체가 애환을 가진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나 간절히 보고 싶었던 건담인지라 지금도 건담을 보면 감개가 무량함을 저절로 느낍니다. 그리고 그 주제가 토베! 간다무를 들을 때마다 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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