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고교생일기’, 그 아련한 추억>
    7080 이야기거리 2023. 8. 30. 14:58
    728x90
    반응형

    예전 대학 교양국어에 완판본 춘향전이 실려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이몽룡이 성춘향에게 던지는 작업멘트 중에서 사사청춘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사사는 구구단의 ‘4×4’를 말하는 것으로 소설배경 상 이몽룡의 나이가 16살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조선시대에도 당연히 구구단이 있었다는 엄연한 사실을 잊어서 잠시 당황했지만,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엄격한 유교윤리가 지배하던 조선시대에서도 16세면 혼인을 했던 시대라는 사실이 함초롬이 환기가 되었습니다. 요즘 16세면 고교생인데!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단군 이래 조상들 대부분이 만 20세가 되기 전에 혼례를 치렀다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차원의 역사적 사실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청춘, 하면 당연히 하이틴시절을 우선 떠올립니다. 지금이야 청춘의 시간이 20 전후로 연장이 되었지만, 조상들은 대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청춘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입니다. 그리고 인생의 폭포수이고, 용광로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 무수히 많은 문학작품을 위시한 예술작품이 청춘을 소재로 합니다. 당연히 드라마도 청춘을 소재로 하면 본전은 찾습니다.

     

    암울했던 시대라던 전두환 정부시절에도 사랑이 범벅이 된 대중가요, 영화뿐만이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청춘드라마는 당연히 불꽃을 피웠습니다. 그 시절의 간판 청춘드라마는 단연 고교생일기입니다. ‘고교생일기이전에도 이미 당대 최고 인기스타였던 강수연과 손창민을 간판으로 내세워서 인기몰이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에 이 둘에 비하여 인지도가 떨어졌던 이청은 고교생일기로 인생사의 굴곡을 제대로 맛봤습니다. 귀공자풍의 수려한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해맑은 얼굴, 그리고 부드러운 화술 등 전국의 여고생들을 휘감았던 이청이었지만, 정작 이청은 방영당시 이미 고교를 졸업한 신분이었습니다.

     

    속담에 시집가는 날에 등창난다.’는 것이 있는데, 이청에게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습니다. ‘고교생일기의 방영초기부터 활활 타올랐던 이청의 인기가 좀처럼 식지 않을 찰나에 이청은 군입대로 인하여 드라마에서 하차를 하였습니다. 후일 김민우가 사랑일뿐야등 일련의 히트곡으로 뜨는 시기에 군입대라는 인생전환점을 맞은 것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이청의 대타격으로 등장한 것이 KBS의 일련의 대하드라마를 멱살잡고 끌고간 최수종이었습니다. 당초 최수종은 주조연급이었는데, 꽃미남 마스크로 이청을 능가하는 청춘스타로 등극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uMWpH_M2T8

     

    운명은 이청과 최수종에게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군대를 제대한 이청은 자기관리를 못해서 왕년의 팬들도 실망을 금할 수 없는 후덕한 외모로 역변을 했습니다. 당연히 단역과 조연을 전전하였고 다시는 왕년의 청춘스타의 자리로는 영원히 도약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반하여 최수종은 지독할 정도로 자기관리에 몰두하면서 트렌디드라마와 대하드라마를 휩쓸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부인 하희라도 고교생일기에서 뜨거운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드라마가 이들의 오작교가 된 셈이었습니다. 이청과 최수종은 인생사의 새옹지마를 화끈하게 보여줬습니다.

     

    고교생일기라는 드라마와 어울리지 않게 주요 출연배우들은 이미 고교생이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안문숙은 푼수언니역으로 맹활약을 하였고, 그 이후에도 감초 또는 깨소금 조연전문배우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전현은 그 시절은 물론 그 이후에도 주조연급이 한계인 배우로 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여드름배우 김주호는 청춘의 상징인 여드름이 무성해서 주목을 끌었지만, 배역 자체가 청소년에 한정되었습니다. 김주호는 한마디로 여드름으로 떠서 여드름으로 졌습니다. ‘고교생일기는 고교과정이라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강제로 시즌제로 돌입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배우의 교체가 이루어졌습니다.

     

    고교생일기로 떴다가 스러진 비운의 스타 박길라도 뺌놓을 수 없는 배우입니다. 연기와 노래 모두 소질이 뛰어났던 박길라는 고교생일기의 인기를 후광삼아 나무와 새라는 곡을 발표하면서 인기몰이를 하였습니다. 주연급 마스크는 아니지만, 주조연급으로 연기력이 쏠쏠했던 박길라는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자 무리를 하여 앨범작업을 하고 가수활동을 하였는데, 무리한 활동이 육신을 갉아먹었던 것입니다. 가수 김민식이 음악선생님으로 출연해서 화제를 모았는데, 박길라는 그 음악선생님을 짝사랑했던 여학생으로 분하여 열연중이기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0-pym5p3t8

     

    고교생일기는 무수히 많은 청춘스타들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스타들 중에서 롱런했던 배우보다 반짝했던 배우가 더 많았습니다. 청춘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이미지가 재창출이 되지 않는 배우들은 드라마제작자가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시청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제작자는 시청자의 생각을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우라는 직업은 본질적으로 이미지를 국민에게 형상화하여 동화시키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본연의 직분이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나저나 그 시절에 하이틴으로 각광을 받았던 고교생일기속의 고교생은 이제 60을 넘기도 했습니다. 물론 고인이 된 분들도 다수입니다. 세월무상입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