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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가이버’의 추억을 찾아서>
    7080 이야기거리 2023. 9. 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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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담이 영속성을 지닌 것은 인생살이의 진실을 담고 있어서입니다. 그러나 인생살이는 천태만상이기에, 속담이라는 그릇이 담는 인생살이의 진실이란 실은 무수히 많은 인생살이의 일부일 수밖에 없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도 그렇습니다. 10년 동안에 변하지 않는 강산도 있고, 변하는 강산도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진실에 가깝습니다. 하루에 세 끼를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 자체는 동일해도 끼니로 먹는 식사는 질적으로는 변할 수도 있는 것이 진실에 가깝습니다.

     

    1970 ~ 80년대나 지금이나 주말 저녁은 TV의 황금시간대인 것 자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코미디프로그램, 가수들의 버라이어티쇼, 그리고 타잔’, ‘형사 콜롬보’, ‘원더우먼’, ‘기동순찰대’, ‘에어울프등 무수히 많은 외화가 방영되었으며, 이것은 21세기 현재와 하드웨어 측면에서 다릅니다. 오로지 주말드라마가 맹위를 떨친다는 사실만 동일합니다. 당시에는 외화라고 하여 영화로 오인을 했지만, 실은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외화는 사실은 TV용 드라마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결국 예나 지금이나 드라마가 초강세를 이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며, 드라마의 소프트웨어 자체는 많이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시절의 외화가 주말의 황금시간대를 선점한 것은 드라마의 퀄리티 때문입니다. 당시 국내 드라마는 상당수가 스튜디오 촬영이었기에 뭔가 화면이 조잡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드라마였기에, 대사 위주로 드라마가 전개될 수밖에 없었고, 시청자들의 입맛을 맞추기가 어려웠습니다. 당시 드라마는 야외촬영이라도 있으면 야외로케라고 당시 일간지가 소개할 정도입니다. 스튜디오 촬영을 하더라도 셋트장을 아예 짓는 요즘 드라마와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드라마는 재미 이전에 어느 정도 리얼리티가 있어야 집중할 수 있는데, 그냥 소꿉살이같은 스튜디오 촬영으로 일관하는 드라마는 재미가 반감됩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의 하나가 리얼리티입니다.

     

    아무튼 그 시절의 외화 중에서도 특히 인기를 끈 것이 바로 맥가이버입니다. 얼마나 인기를 끌었냐 하면, 맥가이버 머리부터 맥가이버 칼까지 덩달아 빅히트를 쳤을 정도입니다. ‘맥가이버의 목소리 이전에도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배한성은 마치 맥가이버의 분신처럼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그 시절에는 요즘처럼 자막을 입히는 방식이 아니라 성우가 느끼한목소리로 더빙을 했습니다. 당연히 뜨거운 외화의 인기를 반영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보다 맥가이버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맨손으로 난관을 극복한다는 발상, 게다가 일체의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오로지 과학적 방법만으로 악당을 무찌른다는 설정은, 당시에도 헐리우드영화는 물론 외화에 담긴 과도한 폭력장면에 식상해 했던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0LiNj5e7Us

     

    스위스제 다용도 칼을 아직도 맥가이버 칼로 부를 정도로 맥가이버의 임팩트는 강렬했습니다. 인트로에 등장하는 시그날뮤직도 당시에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무수히 많은 외화 중에서 맥가이버가 유달리 한국에서 인기를 누린 것은 기존의 외화속에 담겼던 과도한 폭력과 잔인한 장면, 그리고 선정적인 장면 등이 배제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은 맥가이버의 시놉시스도 미국인들의 이러한 우려를 배제한 히어로를 창출해보자는 취지이기도 했습니다. ‘맥가이버는 악당의 제압보다는 생활속의 과학을 부각시켜서 흔히 보는 일상에서 과학의 원리를 추출하여 적절하게 활용하는 기발함에 그 묘미가 있었습니다. 위기에서 번뜩이는 기발함이 악당의 제압보다 우선시 되는 묘한 쾌감이 맥가이버의 맛이었습니다. 물론 위기의 극복은 궁극적으로는 악당의 제압으로 이어지지만, 악당의 제압을 빌미로 악당의 잔혹하게 살해하거나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는 과잉장면을 배제하고도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맥가이버의 방영당시 이미 외화의 인기가 사그러드는 추세였지만, ‘맥가이버는 그렇게나 뜨거운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외화는 졸려서 잠과 싸워야 하는 심야 아니면 방영 자체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국산 드라마의 퀄리티가 급상승하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중파보다 넷플릭스를 대표로 하는 ott의 드라마는 거의 외화 수준으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 후과로 공중파 드라마는 이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문화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데, 드라마의 퀄리티가 높은 문화의 척도로 기능을 하고, 나아가 시청률을 담보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드라마는 여전히 존재하나, 드라마의 패러다임이 변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맥가이버를 보면서 통쾌했던 그 추억만은 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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