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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혜수, 그리고 ‘백치 아다다’>
    7080 배우/7080 여자배우 2024. 6. 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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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까지 중고생들에게는 필독문학작품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굳이 읽지 않아도 크게 불이익은 없었지만, 대부분의 인문교양이 그렇듯이 읽지 않으면 무식하다는 평판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또한 필독문학작품이 교과서에 실리는 경우도 많았기에 어쩔 수 없이 읽어야만 했습니다. 아무튼 그 시절의 작품으로는 김동인의 감자’, 황순원의 소나기’, 나도향의 물레방아’,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등이 있었으며,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도 그중의 하나였습니다. 이를 반영하여 당시 출판사에서는 한국문학전집이라는 전집류를 출판하여 필독문학작품을 완벽대비한다고 광고를 하기도 했으며, 당시 월부책장수가 활발하게 영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누님들과 의기가 투합하기도 하여서 어머님을 졸라 한국문학전집을 샀습니다. 그 시절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각 가정마다 한국문학전집이나 세계문학전집이 없는 집이 드물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PC가 없는 시절이기에 문학전집류나 수필집류의 서적이 인기를 끌던 시절의 풍속도입니다. 아무튼 한국문학전집에서 백치 아다다를 골라서 열심히 또 열심히 읽었습니다. 제목부터 요즘 말로 뭔가 어그로를 끌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읽으면서 쏟아지는 불편함으로 끝까지 읽기가 무척이나 거북했습니다. 마침내 다 읽고 나서 계용묵이라는 사람에게 쌍욕을 했습니다. 왜 그렇게나 잔인하게 아다다를 죽였는가, 라는 불만이 끓었습니다. 토마스 하디의 테스를 읽고 나서의 불쾌감이 딱 그랬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서 백치 아다다와 같은 비극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마음의 정화를 준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비극은 감정의 정화를 넘어 묘한 여운을 되새김하게 만든다는 것을 백치 아다다를 통하여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돈보다 사랑이 더 좋다는 아다다의 생각이 그리 나쁜 것인가, 그리고 평생 구박과 멸시를 당한 아다다에게는 사랑받는 것이 돈보다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구한 아다다의 인생에 연민을 느끼곤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백치에다가 벙어리인 아다다에게도 사랑이라는 인간의 원천적인 감정이 있다는 것은 두고두고 감동을 주는 소설 속의 장치였기 때문입니다. ‘백치 아다다가 무수히 영화, 드라마, 심지어 대중가요의 소재로 쓰인 것은 인생과 사랑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tfJhJn4S4w

     

    백치 아다다는 그 시절에 ‘TV문학관에서 드라마 버전으로도 제작, 방영되었지만, 대중에게 더욱 큰 사랑을 받은 것은 단연 신혜수 주연의 영화 버전이었습니다. 원작 백치 아다다의 설정을 완벽하게 형상화했던 배역으로는 역대 어느 여배우도 신혜수만큼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신혜수는 마치 백치 아다다를 위하여 태어난 배우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최고였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 예쁜 여배우가 무슨 죄로 죽어야 하나, 라는 쓸데없는 연민의 정이 쉴 새 없이 솓아올랐습니다. 특히나 신혜수는 당시 남성들의 이상향인 청순가련형 배우의 전형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거의 찾기가 어렵지만, 1980년대초반까지도 멜로영화나 멜로드라마에서는 청순가련형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불량배나 악당을 남주인공이 주먹으로 때려잡으면서 사랑이 싹트는 계기가 되는 상투적인 클리셰가 많았습니다. 특히 신성일은 이 분야의 베테랑(?)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클리셰가 비판의 십자포를 맞으면서 차츰 변하기는 했지만, 청순가련형 인물이 여주인공 대세임은 부인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시절은 남자는 사내대장부로서 눈물을 보이지 않고 대범하여야 하며, 여자를 화끈하게 도와주는 것을 일종의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대였습니다. 당연히 이에 맞는 구도는 청순가련형의 여주인공이 부합합니다.

     

    신혜수는 한눈에 보더라도 전형적인 청순가련형의 미녀였습니다. 작고 단아한 얼굴에 하얀 피부, 그리고 청순한 표정 등 당시의 모든 남자들이라면 당연히(!) 빠져들 법한 매력을 지녔습니다. 실은 저부터가 신혜수가 마누라라면, 하는 비원(!)을 그 시절에 가슴에 담았습니다. 그런 상황이기에, 극중 아다다가 죽는다는 결말을 알면서도 그렇게나 아다다가 죽지 않기를 고대했습니다. 그리고 극중이지만 신혜수를 죽인 놈이 정말로 미웠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신혜수는 어느 날인가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백치 아다다로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임에도 스르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팬들은 신혜수를 끊임이 없이 소환했지만, 신혜수는 영화판에서 다시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역설적으로 신혜수의 퇴장은 청초한 신혜수의 초상으로 영원히 팬에게 남겨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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