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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의 추억>7080 이야기거리 2024. 7. 20. 13:15728x90반응형
포니(pony)를 네이버 영한사전에서 검색하면 다음의 결과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포니라는 브랜드의 운동화도 더불어 구할 수 있습니다. 딱 여기까지만 알고 있다면 그는 올드보이가 아닙니다. 수출에 진심인 1970년대까지 연상한다면 진정 올드보이가 맞습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에게 포니란 아련한 향수, 그리고 격동의 시대를 상징하는 자동차 이름입니다. 그리고 정주영 현대창업주, ‘포니 정’이라는 애칭이 붙은 정세영 형제의 피와 눈물을 상징하는 자동차 이름이기도 합니다.
pony
미국식 [ˈpoʊni], 영국식 [ˈpəʊni]
1, 조랑말 (→Shetland pony)
2, 25파운드
가난의 질곡에서 고통을 받던 1970년대 한국경제는 자동차와 조선, 그리고 제철에서 도약했습니다. 바로 그 자동차의 상징이 포니였습니다. 포니는 출발부터 전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았습니다. 박정희 정부시대는 거국적인 ‘국뽕의 시대’였습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은 고사하고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았어도, 요즘은 뉴스에도 나오지 않는 동남아의 킹스컵축구 등에서 우승했어도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했던 시대였습니다. 전 국민이 가난한 시대였으니까 그나마 국민에게 위안이 되는 스포츠에 정부가 국뽕을 심어줘서 사기진작을 했습니다.
그랬던 시대였기에 다음 김승한 아나운서의 전매특허인 ‘대한 뉴스’에 포니의 수출이 등장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포니의 수출은 ‘대한 뉴스’에만 등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각급 학교의 교과서에서 자랑스러운 박정희 정부의 업적으로 대대적으로 실려있었습니다. 요즘 북한에서 ‘외화벌이’라는 것이 김정은 정권 차원의 국가행사로 불린다는데, 당시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출만이 살 길이다.’라는 구호가 교과서에까지 실렸던 시대였습니다. ‘외화획득’이 지상의 과제였기에, 외화를 낭비하는 양담배, 양주 등의 수입 자체가 금지되는 시대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u7HtkVXHPM
지금은 상상이 어렵지만, 그 시절은 ‘수출은 선이고 수입은 악’이라는 이상한 논리가 국가차원에서 권장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수출 100억불을 달성했다면서 당시 상공부 장관이 ‘수출의 날’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포니의 수출은 당연히 국가경사로까지 인식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산업훈장이 있는지 없는지 관심 자체가 없는 시대라는 사실과 대비됩니다.
그 시절은 실제로 거리에 온통 포니의 물결이기도 했습니다. 택시, 승용차, 관용차는 물론 순찰차도 모두 포니였습니다. 당시에 제작되었던 이승현의 ‘얄개 시리즈’, 그리고 ‘바보들의 행진’, 그리고 ‘별들의 고향’ 등 무수히 많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자동차는 단연 포니였습니다. 실은 ‘자동차 = 포니’라고 봐도 무방한 시절이었습니다. 새한자동차의 ‘제미니’나 ‘로얄’, 그리고 기아자동차의 ‘브리사’가 있어도 존재감이 미약했습니다. 당시 ‘국민’학교에서 호구조사를 했을 때, 집에 포니가 있으면 먹어줬던 시절이었습니다. 대세는 단연 포니였습니다.
그래서 포니는 단순히 승용차를 넘어 현대자동차, 나아가 현대그룹의 토대를 이루는 상징이자 토템으로 등극했습니다. 오늘날 현기차의 출발은 바로 이 포니였습니다.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포니의 디자인은 지금 봐도 산뜻합니다. 특히 차량의 뒷모습은 포니, 즉 조랑말의 엉덩이가 연상됩니다. 요즘 국뽕이 하도 악용이 되어서 국뽕이 꺼려지기까지 하지만, 적어도 포니를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국뽕은 막을 수도 없습니다. 아련한 향수, 그리고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포니는 그냥 노스탤지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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