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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그 시절의 소묘>7080 이야기거리 2024. 7. 8. 14:05728x90반응형
영화의 품격은 리얼리티에 있습니다. 리얼리티는 리얼리즘과는 다른 차원의 영화의 가치이며,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에게 선사하는 선물이자 예의입니다. 그 유명한 헐리우드의 레전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고증에 철저하고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락영화로 명성을 쌓은 스필버그 감독이지만, 그 오락영화에도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리얼리티를 베이스로 한 것이 그의 필모그래프입니다.
스필버그 감독에 그칠 것이 아닙니다. 긴박한 전투현장을 생생하게 그린 ‘블랙호크 다운’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광기어린 리얼리티에 대한 형상화나 ‘히트’에서 거리 총격전의 생생한 현장감을 마이클 만 감독의 리얼리티에 대한 집착, 그리고 ‘존 윅’에서 실제 장전총알수 그대로 탄창교체 장면을 연출한 스턴트맨 출신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구현한 극강의 리얼리티는 영화 감상의 맛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의 품격을 높였습니다. 서부영화에서 아무리 총을 쏴도 총알은 그대로인 황당한 장면, 그리고 ‘영웅본색’에서 무한발사신공에 대한 관객의 분노어린 항의를 극복할 수 있었던 무기는 단연 리얼리티입니다. 영화도 소설과 같은 허구이지만, 개연성을 전제로 하는 허구임을 관객은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친구’는 대사 하나하나가 무수히 패러디를 낳았고,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인용할 정도로 대박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그렇게나 국민영화로 고양된 것은 당연히 1970 ~80년대의 상황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하여 그 시대를 살았던 관객들의 공감을 쌓았기 때문이라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친구’의 인트로장면에서부터 그 시절의 아련한 현실을 밀도높은 사실감을 넘치도록 그리면서 관객들은 감동의 늪으로 빠지게 됩니다. 다른 분들의 생각을 어떨지 모르지만, 가장 공감을 주는 장면으로 저는 바로 이 교사의 폭행 장면을 꼽고 싶습니다. 교육을 빙자하여 자행된 야만적인 구타 내지 폭행은 그 시절 교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습니다. 물론 다음의 장면은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이라면 절절히 느끼는 지나간 현실이었습니다. ‘친구’는 바로 그런 아픈 사실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FiMZqJI9Ok
제가 직접 목격한 폭행 장면도 생생합니다. 봉걸레는 기본이고, 쇠파이프, PVC파이프, 골프채, 싸리 등으로 무수히 두들겨 맞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나 맞을 이유가 없음에도 그 시절의 학생들은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았습니다. 지금도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맞았던 생생한 묘사가 넘칩니다. 그런데 맞았다는 사람의 고백은 차고도 넘치는데, 왜 그렇게나 두들겨 팼던 사람의 고백은 없는지 의문을 넘어 비통의 감정을 느낍니다. 귀신이 때린 것이 아님에도 그 시절의 가해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공분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시절에 맞은 급우들은 상당수가 비행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제재가 필요했습니다. 침묵하는 그 시절의 교사들은 당연한 제재라는 묵시의 항변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도 그 시절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청소년범죄가 언론에서 무수히 등장했습니다. 범죄까지는 아니라 해도, 술 마시고 뻔뻔하게 동급생들이 야간자습으로 땀흘리는 교실에 들어오거나 길거리에서 극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유원지 등에서 이성 간에 불미스러운 행동을 했던 급우들은 징계를 받는 것은 실은 당연을 넘어 필연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이상한 영웅심리에 면학분위기를 깨는 것을 개선장군처럼 여기는 악동들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엄석대는 그 시절을 상징하는 악동입니다. 그런 악동들이 두들겨 맞았을 때는 희열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학교에 국한할 것은 아닙니다. 본인의 즐거움을 위하여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고 불이익을 초래한 비행은 제재가 없으면 질서를 무너뜨리게 됩니다. 그러나 징계행위가 아닌 사감에서 비롯된 폭행으로 그 시절의 학생들은 악에 받힌 반감을 느꼈고,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여야 했습니다. 조그만 잘못으로도 봉걸레자루로 피떡이 지도록 두들겨 맞는 광경을 그 시절의 학창시절을 겪었던 사람들이라면 무수히, 게다가 진절머리를 낼 정도로, 목격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학교에서, 군대에서, 그리고 운동장에서 무수히 자행된 폭행을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인식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실은 폭행이 일상의 일부인 야만의 시대였습니다. 군대에서 구타를 못 이겨 탈영이 종종 발생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때리면 당연히 맞아야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친구’ 속에서 김광규의 폭행을 아련한 악습이자 추억으로 그려졌던 것입니다. 물리적 폭행만이 아니라 ‘느그 아부지’를 함부로 말하는 언어폭력도 자행되었던 것이 그 시절의 풍경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친구’는 다양한 추억을 소환하는데, 그중에서 김광규의 폭행 장면은 뺄 수가 없는 그 시절의 풍경이었습니다.
21세기 현재 공식적으로는 폭행이 근절되었습니다. 그리고 폭행에 대한 뉴스도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교사에 대한 학생의 폭행, 그리고 무너진 교권에 대한 보도가 이어집니다. 막무가내인 학생에 대한 효율적인 통제가 논의되고는 있지만, 답보상태입니다. 미국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면, 미국에서도 교사의 체벌 자체는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실의 질서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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