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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공주와 손오공, 그리고 스타징가>7080 이야기거리 2024. 7. 6. 16:41728x90반응형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는 ‘SF영화의 대부’로 시대를 풍미한 사람입니다. 그는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판권으로도 막대한 부를 축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SF영화 감독 겸 제작자라는 공식적인 직업 외에 프랜차이즈 판권사업의 상업성을 인지한 사업가가 그의 본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루카스로부터 영화 속 캐릭터를 상품화하는 본격적인 사업이 정착되었습니다. 디즈니사의 경우처럼, 그 이전에도 상품화 사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SF영화 장르에서 본격적으로 대박상품으로 이끌어 낸 것은 바로 루카스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만화영화 차원에서 ‘나름’ 캐릭터상품으로 프랜차이즈 판권사업이 흥했습니다. 가령, 로봇태권브이를 소재로 한 딱지나 장난감, 그리고 조립식 완구 등이 그랬습니다. 특히 과거 1980년대까지는 한국에서는 저작권 개념이 희박했기에,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파는 각종 문구류, 완구류 모두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고 마구 캐릭터상품으로 팔았습니다. 심지어는 어린이 간식으로도 팔곤 했습니다. 요즘 같아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만, 가난한 나라 한국이기에 원저작권 보유자는 물론 해당 국가에서도 굳이 이를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한국프로야구 초창기에 삼미슈퍼스타즈는 저작권료를 지불하지도 않고 프로야구단의 로고는 물론 마스코트를 사용했습니다. 진정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전두환 신군부가 출범하기 이전에 한국의 만화영화는 일본이 석권하던 시기였습니다. 혹자는 만화영화 분야에서는 아예 ‘문화식민지’라고 자조적으로 부르기까지 했습니다. 당연히 캐릭터상품도 일본 만화영화 천지였습니다. ‘SF서유기 스타징가, 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가 원명이었던 MBC 방영당시의 이름이 ‘오로라 공주와 손오공’도 만화영화 자체는 물론 당시 캐릭터상품으로도 어린이들에게 뜨거운 인기를 누렸습니다. 책받침, 지우개, 연필 등 문구류는 물론 가방, 딱지, 아이스크림 등 스타징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습니다. 특히 ‘스타징가’ 어린이용 소시지의 인기가 뜨거워서 등·하교 시간은 물론 운동회, 소풍에서도 스타징가 소시지를 물고 있는 아이들이 천지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SuRFpXleig
그런데 방송에서는 ‘오로라 공주와 손오공’인데 왜 소시지 등 캐릭터상품에서는 ‘스타징가’라고 부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 시절은 어린 나이이기에, 방송국에서 하는 것은 무조건 맞다고 믿는 시기이기도 하고, 손오공과 저팔계, 그리고 사오정이 주연으로 나오는 만화영화이기에, 더군다나 ‘우주여의봉’을 휘두르는 손오공의 활약이 빛나는 만화영화이기에, 확신에 찬 생각으로 ‘오로라 공주와 손오공’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왜 ‘스타징가’라고 표기를 하는가, 미심쩍은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 시절은 일본에서 만화영화를 수입하면서 주인공 이름이나 제목을 스리슬쩍 바꾸는 것이 관행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스타징가에 대한 저의 엉뚱한(?) 오해와는 달리 스타징가는 한창 인기가 뜨거울 무렵에 슬며시 사라졌습니다. 전두환 신군부가 일본의 문화식민지화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서 일본 만화영화의 방영을 금지시켰기 때문입니다. 실은 당시 TBC 등 민영방송이 국내 만화영화를 진흥시키려는 노력은 도외시하고 일본에서 수입을 하여 손쉽게 돈을 버는 것에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이 극렬히 비판을 했던 이유도 한몫 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 사주는 물론 기자출신 허문도니 김윤환이니 하는 ‘실세들’이 공중파방송국이 막대한 돈을 쓸어담는 것에 대하여 노골적으로 배아파하는 것이 나중에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노골적인 방송국 소유의 열망은 이때부터 유명했습니다. 아무튼 정권과 그 실세와 유착된 조선일보 출신 기자들의 합작으로 순식간에 만화영화는 TV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와 무관하게 금병매를 제외한 중국의 ‘4대 기서’를 소재로 한 만화영화는 대부분 중박 이상의 성공을 거뒀는데, 그중에서 ‘서유기’를 원작으로 한 스타징가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대박 성공을 했습니다. 중국의 4대기서는 스토리가 친숙하기도 하고 탄탄한 서사가 있기에, 적어도 한, 중, 일 3국에서는 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4대 기서는 중장년 이상의 연령층에도 소구력이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허영만 화백의 ‘날아라 슈퍼보드’도 대박을 친 사실을 염두에 두면 이해가 쉽습니다.
스타징가는 일본에서도 전설적인 만화주제가 가수 ‘사사키 이사오(佐々木功)’가 불러서 주제가로도 대박이 났습니다. 한국에서도 주제가가 대박이 났습니다. 잔 쿠고(손오공), 돈 핫카(저팔계), 사 조고(사오정)의 이름의 앞머리를 따서 부르는 ‘잔똔사’가 인상적인 원작 주제가는 저 개인적으로도 일본어를 배우면서 자주 흥얼거렸습니다. 저는 일본어를 노래를 부르면서 독학으로 배웠는데, ‘마징가’와 ‘스타징가’의 혜택(?)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래저래 ‘스타징가’는 저에게는 재미와 감동, 그리고 실용 모두를 안겨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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