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추억의 동요 ‘꽁당보리밥’>
    7080 이야기거리 2024. 9. 7. 19:14
    728x90
    반응형

    인종이나 국적을 불문하고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은 빨리빨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것은 1960년대부터 2024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빨리빨리문화는 조변석개라는 단점과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장점을 아울러 지닙니다. 어떤 사회적 현상이 일방적으로 불합리하거나 합리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빨리빨리문화가 급속한 산업화와 고도성장, 그리고 선진한국의 토대였다는 것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장점입니다. ‘빨리빨리문화의 이면은 한국인의 근면성과 아울러 성취의지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빨리빨리문화는 사회 전체를 급격하게 변화시키기에, 과거를 쉽게 잊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장 삐삐, 씨티폰, 그리고 PCS가 통용되던 시기는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님에도 먼 옛날의 일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19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TV가 없는 집이 꽤나 많았으며, 자가용이 있는 집은 부자로 인식되었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PC가 있는 가정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변화보다도 1980년대 초반까지 혼·분식 장려운동이 한국에서 존재했다는 것보다 급격한 것은 없습니다. 당장 2030세대들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 유튜브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BIUXbuNeVI

     

     

    위 유튜브는 1967. 8. 11.자 대한뉴스입니다. 대한뉴스는 예전 극장에서 영화상영 전에 방영하던 국정홍보뉴스입니다. 놀랍게도 혼식과 분식을 과장해서, 게다가 과학적 검증이 된 것인지 의심스러움에도, 국가차원에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민주정부라면 이런 과학적 근거도 없는 일방적인 주장을 국정홍보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전체주의 군사정권이기에 가능한 홍보입니다. 그러나 그 시절부터 전두환 신군부의 초기까지 ·분식 장려운동은 강행되었습니다. ‘장려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혼·분식은 각급 학교에서 강제되었습니다. 요즘은 시들하지만 오마카세와 미슐렝이 각광을 받는 시대에서는 통용되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이렇게 혼·분식 장려운동이 국가 차원에서 강행된 것은 당시 한국이 극빈국이었다는 사실에 기인합니다. 슬프게도 1970년대까지는 밥을 굶는 한국인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극빈국이었습니다. ‘결식아동이라는 말이 뉴스에서 등장하는 것이 일상인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원조로 준 밀가루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이었습니다. ‘춘궁기보릿고개니 하는 사어가 일상에서 흔히 듣던 시절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식사하셨나요?’라는 인사는 그 시절의 배고픔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박정희 정부는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하려고 식량증산운동을 추진했습니다. 지금은 사어인 정부미일반미가 일상어였던 시절로 통일벼로 식량증산이 가능했다고 역시 대한뉴스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분식 장려운동이란 쌀만으로 식량자급이 부족했기에 궁여지책으로 정부가 도입한 정책인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블래코미디 같은 꽁당보리밥이라는 동요가 등장했습니다.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서 꽁당보리밥을 먹는 것이 일상 속의 즐거움이라는 다분히 억지스러운 내용으로 아이들을 달랬습니다. 청동기시대부터 한반도에서 살았던 단군의 후손들은 언제나 쌀밥을 좋아했었다는 역사적 사실도 날조하면서 혼식과 분식이 좋다는 궤변을 국가정책으로 강행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T2i-1x5gx4

     

     

    1970년생인 신동엽과 한준희는 국민학교 시절에 건전가요로 바로 이 꽁당보리밭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노래를 따라부릅니다. 이 노래는 학교에서 건전가요라는 이름으로 강제적으로 부르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을 학창시절로 보낸 이들은 저절로 노래를 따라부르는 것입니다. 이제는 쌀밥을 배불리 먹는 시대이고, 그나마 쌀 소비량이 매년 감소하는 시대입니다. 불과 반세기만에 드라마틱한 반전을 한국이 쓰는 상황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9_fNuuuTOA

     

     

    꽁당보리밥과 영혼의 라이벌인 즐거운 혼·분식이라는 노래는 무려 국민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실렸습니다. 지금도 가사를 줄줄 외울 정도로 학교에서 무던히도 불렀습니다. 기회만 되면 586을 비난하고 인생을 편하게 살았다고 비난하는 이대남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할지 자못 궁금합니다. 돈이 없어서, 그리고 경쟁률 자체가 엄청났던 대입 학력고사세대들이 마냥 인생이 편안했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단군의 후손들은 모두 고단한 삶을 살았습니다. 자신들만 고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들에는 맑은 바람 뜨거운 햇볕

    빛깔도 고웁게 오곡을 키워

    그 곡식 고루 먹고 자라는 우리

    넘치는 영양에 살찌는 살림

     

    쑥쑥 키가 큰다. 힘이 오른다.

    혼식 분식에 약한 몸 없네.

     

    728x90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