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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선생, 영환도사, 그리고 임정영>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4. 12. 1. 20:30728x90반응형
- 기분이 홍콩 갔어!
1970 ~ 80년대에 기분이 아주 좋은 경우에 상투적으로 쓰이던 말입니다. 일본과 더불어 홍콩은 한국에서 보면 ‘저만치’ 떨어진 나라였기에 가능한 비유였습니다. 그 홍콩을 상징하는 것들의 하나로 ‘골든하베스트’라는 홍콩영화사였습니다. 긴말이 필요없습니다. 다음 쿵! 쿵! 쿵! 쿵! 다음의 골든하베스트사의 인트로만으로도 1980년대 영화의 추억이 소환될 정도로 한국에서의 임팩트는 엄청났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kxCbcwBldw
골든하베스트(嘉禾)는 이소룡을 필두로 성룡, 홍금보, 그리고 원표라는 가화삼보(嘉禾三寶)라 불리는 간판스타를 배출했습니다. 그리고 서극과 오우삼도 바로 이 골든하베스트 출신입니다. 이들이 주윤발, 장국영, 왕조현을 스타로 만들었으니 골든하베스트는 홍콩영화의 전성기의 메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로 이 골든하베스트사의 간판시리즈 중의 하나가 바로 ‘강시 시리즈’입니다. 강시(殭屍)는 복장에서 알 수 있듯이, 청 나라에서 유래한 귀신입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구미호나 도깨비 정도 되는 호러물 속의 귀신인 셈입니다.
강시는 악당이 될 수는 있지만, 주인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주인공이자 강시를 물리치는 퇴마사를 부르는 이름은 ‘강시선생(殭屍先生)’, ‘영환선생(靈幻先生)’, 또는 ‘영환도사(靈幻道士)’로도 불렸는데, 이 퇴마사를 주야장창 연기한 배우가 바로 임정영입니다. 그래서인지 성룡이나 주윤발이라는 배우의 이름보다는 강시선생 등의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려졌던 이색적인 배우였습니다. 그만큼 강시 시리즈에서 퇴마사로 무던히도 나왔던 분입니다. 그 시절 강시의 인기를 간접적이나마 알 수 있는 것이 ‘강시바’라는 아이스크림입니다. 당연히 강시를 물리치는 퇴마사 배우는 인기배우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dg_ue602bs&t=16s
강시는 홍금보의 ‘귀타귀’에서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청 나라 복장으로 앞으로나란히를 하면서 콩콩 뛰는 ‘이상한’ 귀신으로 공포를 자아내면서도 코믹함이 묻어나는 독특한 캐릭터인 강시는 단지 소재로만 쓰였고, 나중에 대박시리즈물이 될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당시 가화삼보라 불리는 성룡, 홍금보, 그리고 원표가 주연배우인 강시선생으로 캐스팅이 되지 않았습니다. 임정영이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은 골든하베스트에서도 ‘맛보기’ 수준으로 제작했다는 방증입니다. 임정영은 강시선생으로는 대박이었지만, 그 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그저그런 수준의 배우였습니다. 배우에게는 맞는 궁합이 있다는 사실의 대표적 사례가 임정영인 셈입니다.
강시 시리즈는 한국에서도 대박을 쳤지만, 일본에서는 아예 비디오시리즈로 제작될 만큼 초대박을 쳤습니다. 임정영이 거물배우로 등극한 것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임정영은 강시 시리즈가 알파이자 오메가였습니다. 강시선생으로 이미지가 고정된 것은 물론 캐릭터의 확장이 어려운 마스크의 성격상 단순한 플롯을 지닌 강시 시리즈로는 한계를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술고래라는 그의 개인적 취향은 암이라는 무서운 병마를 소환했습니다. 영화에서는 강시를 퇴치하지만, 음주습관은 암을 소환하는 아이러니를 만들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강시 시리즈가 쇠퇴할 무렵에 병마와 함께 그는 세상을 떠났다는 점입니다. 한 번은 죽는 것이 인간의 숙명일진대, 그나마 배우로서 절정은 맛보고 저승으로 떠났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강시 시리즈 자체가 거의 사장 수준인 시대지만, 그 시절을 추억하는 이들에게는 강시와 임정영은 잊지 못할 추억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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