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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예’ 김영철을 말하다>
    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4. 12. 2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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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중인 배우가 현실에서도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가, 라는 의문입니다. 원빈 주연의 ‘아저씨’에서 섬뜩한 악역의 김성오, 마동석 주연의 ‘이웃 사람’에서 험악한 인상이 살인마이자 흉악범 김성균, 얼굴 그 자체가 악당인 김준배 등 악역을 맡은 배우가 현실에서도 악인일까, 라는 생각이 바로 그 예입니다. 반대로 선역 배우는 실제로도 선할까, 라는 생각도 같은 범주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배우들은 현실에서 말을 할 때도 배역과 같은 톤으로 말을 할까, 라는 의문도 같은 범주입니다.
     
    ‘궁예’ 배역으로 ‘태조 왕건’의 타이틀롤 최수종을 제치고 연기대상을 수상한 김영철은 설명이 필요없는 대배우입니다. 중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중저음 하나만으로도 배우의 가치를 증명하지만, 세밀한 표정과 배역에 녹은 제스처는 배우란 이런 것이다, 라고 웅변합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명품배우라는 점에 이의가 없는 분입니다. 오래전에 바로 이 김영철을 직접 뵌 일이 있습니다. 여기에 상세히 적기는 부적절하지만, 비즈니스 문제로 졸지에 김영철과 대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김영철은 현실에서도 ‘궁예’ 김영철과 똑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였습니다. 놀랍게도 궁예 역할은 생활연기였습니다. 멋이 뿜뿜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AbaVkQof7M

     
     
    김영철을 알게 된 것은 1970년대 후반 KBS에서였습니다. 서인석과 김영철은 당시 신예배우로서, KBS가 밀어주고 끌어주는 배우였습니다. 보통의 주연급 신인배우들과 마찬가지로 김영철은 연속극에서는 조연이나 단역으로, 그리고 ‘전설의 고향’이나 ‘TV문학관’과 같은 단막극에서는 주연으로 출연했는데, 머슴이나 하인, 장애자 등과 같이 뭔가 허술하고 어리숙한 인물로 많이 출연했습니다. 아무래도 한진희나 노주현과 같은 매끈한 꽃미남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TBC와의 통합 이후에 김영철은 더욱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TBC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던 노주현, 한진희 등이 KBS로 이적하면서 남자 주연배역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여배우들도 마찬가지로, TBC와의 통합 이전에 유망주로 꼽히던 여배우들도 TBC 출신 정윤희, 유지인, 그리고 장미희의 기세에 눌려 슬며시 사라지곤 했습니다. 당시 TBC는 드라마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배우들의 인기가 뜨거웠기에, KBS 출신 배우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KBS는 최재성을 필두로 손창민, 최수종, 강석우 등 무수히 많은 청춘스타들을 배출했기에, 김영철은 졸지에 배우의 황금기인 청춘시절을 허공에 날렸습니다. 그 시절은 ‘연애와 결혼이 인생의 전부냐?’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청춘스타들이 드라마의 주연을 독식하던 시절인지라, 아무래도 중년에 접어드는 김영철에게는 배역이 줄어드는 시기였습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돌아봐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배역이 줄고 배우로서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그러나 중후한 연기와 카리스마가 넘치는 김영철의 독특한 캐릭터, 그리고 발군의 연기로 김영철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인기를 누리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궁예로 인기를 달구다가 달콤한 인생에서 ‘너는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대사가 인기밈으로 등극할 정도로 인기의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김영철의 연기인생을 꾸준히 지켜온 팬으로서, 김영철의 ‘인기역주행’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노력이 없이 그 자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제작진과 시청자, 관객의 무수히 많은 눈들이 배우의 연기를 검증하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재능에 더하여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의 김영철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연기도사 김영철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질 수는 없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라도 김영철을 만나고 나서 김영철의 진가를 확인하였기에, 그 순간이 아직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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