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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의 이 노래 : ‘잃어버린 약속’>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5. 3. 7. 23:27728x90반응형
이선희는 강변가요제에서 ‘J에게’로 입상하자마자 톱스타로 등극한 행운아입니다. 당시 얼마나 히트를 했냐면 AM이든 FM이든 라디오를 틀기만 하면 ‘J에게’가 들릴 정도였습니다. 1980년의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 신드롬에 버금갈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J에게’를 필두로 여러 곡을 부랴부랴 담아서 1집 앨범을 냈는데, 수록곡이 우르르 빅히트를 하는 괴력을 과시했습니다. 그 이후 내는 앨범마다 빅히트를 했기에 ‘히트곡 제조기’라 불리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 이전의 트로트가 묻은 트로트발라드가 아닌 정통발라드, 그리고 폭발적인 가창력과 여성 특유의 서정성이 가득한 가사 등 이선희만의 매력집합체로 인하여 소녀팬을 쓸어담았습니다. ‘남자가수는 여자팬, 여자가수는 남자팬’이라는 가요계의 공식을 깬 가수이기도 했습니다.
‘잃어버린 약속’은 이선희의 3집 앨범에 실린 곡인데, 선저후고의 당시 발라드곡의 전형적인 코드전개와 사랑뽕 가득한 가사, 그리고 폭발적인 고음의 후크 등 전형적인 ‘이선희스러운’ 곡입니다. 실은 대부분의 한국 발라드곡은 이런 패턴이 주종입니다. 아무튼 이 곡은 물론 수록곡 대다수가 당연히도(!) 그 이전의 앨범과 마찬가지로 히트를 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이선희는 앨범을 내는 족족 수록곡은 물론 앨범 자체도 히트를 했습니다. 확실히 1980년대 중반은 조용필과 이선희와 시대가 맞고, 그 이후 1980년대 후반은 조용필과 이문세의 시대가 맞습니다. 조용필은 1980년대의 시작부터 끝까지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쳤는데, 1980년대의 가요사를 보다 보면 ‘가왕’이라는 타이틀은 그냥 얻은 게 아니라는 증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중가요에서 사랑이 빠지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지만, 유달리 발라드곡에는 사랑의 강도가 절대적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이란 대중가요에서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그런데 아이돌이 지배하는 2025년 현재와 비교하면, 노래 장르 자체부터 다르지만, ‘잃어버린 약속’에 담긴 사랑은 확실히 표현하는 어휘 이전에 사랑에 대한 철학이 근본적으로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 그것은 제일의 생명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것’이라는 대목입니다. 요즘 아이돌이 대중가요는 물론 행동으로 표출하는 사랑의 본질에 대하여 ‘느낌적 느낌’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과 확실히 온도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랑 그 자체에 대하여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당시의 사랑관과 달리 아이돌이 부르는 대중가요에 담긴 사랑의 본질이란 뭔가 감정이 통하고 느낌이 와닿는 감각적인 것이 사랑으로 해석됩니다. 로제의 ‘APT’에도 밤새도록 뜨겁게 느끼는 것이 사랑이라고 표현합니다.
잃어버린 그 약속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타다 꺼진 사랑의 불꽃 모두 태울 수 있으련만
재회의 기약없이 우린 그렇게 돌아서
이토록 그리움에 가슴 태우며 이 밤 지새네
사랑 그것은 제일의 생명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것
오직 너에게만 주고 싶은 것 받고 싶은 것
https://www.youtube.com/watch?v=sMuKCRWsLiA
시대정신까지 언급하는 것은 다분히 과장이겠지만, 대중가요는 시대의 보편적 정서 내지 기치관을 반영합니다. ‘잃어버린 약속’이 불려진 1980년대는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무척이나 오글거리는 ‘사랑지상주의 시대’이자 ‘사랑뽕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1980년대까지는 사랑이란 적어도 대중가요의 영역에서는 절대선이자 숭고한 지상의 가치라는 것이 당위인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중가요에 담긴 당시의 사랑관은 사랑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랑도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하나인데, 그 시절이나 지금의 인간이 느끼는 감정이 다를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인긴이 오관의 작용으로 인지하는 감정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신체의 외관이 동일하듯이, DNA에 담긴 인간의 감정도 동일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잃어버린 약속’에 담긴 사랑을 포함하여 그 시절의 사랑이 틀렸는가, 라는 의문에는 아니다! 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라고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기에는 사랑 자체는 무수히 많은 아종이 있기 때문입니다. 짝사랑부터 상대방과 사랑의 강도가 다른 불균형적인 사랑, 육체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 사랑과 미움이 교차하는 사랑 등 우리가 느끼는 사랑은 실은 다양한 감정의 변종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 자체가 가변적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감정의 하나인 사랑이 틀렸다, 맞다를 논하는 것 자체도 아리송하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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