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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의 이 노래 : ‘늙은 군인의 노래’>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5. 6. 5. 22:20728x90반응형
정부가 현충일을 지정하여 공휴일로 정한 것은 호국영령만을 기리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그 진정한 의미는 호국영령 외에 현역군인으로 국토방위의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을 위무하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죽은 군인도 기리는데, 하물며 산 군인에게 푸대접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매년 현충일은 호국영령을 위한다는 기념식이 끝나자마자 현역군인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귓전이기 일쑤였습니다. 국가존립의 기초는 군대임에도 군인은 비하와 멸시, 그리고 불평등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군바리’라는 멸칭부터 전방지역에서 현역병에 대한 주민들의 황당한 수탈, 젠더갈등의 원인이 된 여성징병제 등이 그것입니다.
‘늙은 군인의 노래’는 한평생을 군복무에 봉사한 어느 부사관의 회한이 진하게 담겨 있습니다. 늙은 군인의 자문자답 형식으로 자녀에게 서러워 마라는 당부를 하고, 좋은 옷, 맛난 것을 해주지 못한 ‘가난한’ 군인 아버지의 미안함이 진하게 묻어 있습니다. 이 노래가 박정희 군사정부 시절에 정치군인들이 부정축재를 하던 시절에 지어진 사연이 자못 역설적입니다. 군복무는 필연적으로 고된 육체훈련이 수반됩니다. 늙은 군인은 국토방위에 진력을 다하지만, 남은 것은 낡은 군복이 전부라는 진한 회한이 이 노래의 소재입니다. 그래서인지 군인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주었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존재하지만, 이 노래의 원곡자인 김민기 버전의 노래풍도 밝은 톤은 아닙니다. 구슬프고 인생의 신산이 진하게 묻어 있습니다.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 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런 군인의 자식이다
좋은 옷 입고프냐 맛난 것 먹고프냐
아서라 말어라 군인 아들 너로다
https://www.youtube.com/watch?v=86Xr8I7iru0
그런데 묘하게도 양희은 버전은 회한을 긍정적으로 승화하려는 의지가 보입니다. 밝고 경쾌함이 묻어 있습니다. 김민기 버전은 가수라기보다는 인생철학자의 넋두리 같은 인상이 있습니다. 당연히 양희은 버전이 대중적입니다. 역시 작곡가의 영역과 가수의 영역은 별개입니다. 이 노래는 반전 스토리로도 유명합니다. 당초 늙은 군인의 인생회한을 담은 노래였는데, 노동현장에서 ‘투사’로 가사가 바뀌면서 노동현장을 달구는 노래도 변신한 것입니다. 그리고 당초 음울한 분위기의 노래가 행진곡풍으로 변신하기도 했습니다. 경쾌한 리듬의 양희은 버전이 오리지날로 인식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리듬이 변하더라도 가사가 담고 있는 삶의 진중함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2001년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가 생각납니다. 당시 결승전은 아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뉴욕 양키스가 일전을 벌였습니다. 아리조나의 홈구장에서는 월남전 참전용사로 당시 상원의원이던 고 존 맥케인이 관전을 했는데, 아리조나의 홈 팬들이 기립박수를 하는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존 맥케인은 상원의원이기도 했지만, 월남전 참전 용사이기에 더욱 존경과 환호를 받은 것입니다. 미국에서 군인에 대한 극진한 예우는 이미 무수히 헐리우드영화에서 표출이 되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아무리 갈등상태라도 마국은 북한에게 미군유해발굴에 대한 비용은 확실하게 지급을 하고, 유해도 본국으로 예우를 갖춰 송환을 합니다. 트럼프 1기 부통령 펜스가 극진하게 예를 갖춰서 미군 유해의 송환을 진두지휘했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김민기의 명곡 ‘늙은 군인의 노래’는 가사 하나 하나가 많은 생각을 낳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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