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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경의 이 노래 :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5. 6. 4. 15:25728x90반응형
일본 속담에 ‘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다(只より高いものはない, ただよりたかいものはない)’라는 것이 있습니다. 가장 비싼 것은 공짜라는 역설적인 의미를 담은 것입니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듯하지만, 속담으로 승화된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공짜인 듯이 보여도 나중에는 그 대가가 청구된다는 의미를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서 절절히 깨닫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에 빛나는 프리드먼의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나는 돈에 관심이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돈을 좇는 사람이며, ‘나니까 너에게 말한다.’ 또는 ‘이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실은 가장 하고 싶은 말입니다.
굳이 김소월이나 한용운을 들지 않아도 어떤 주장의 역설적 의미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예전에 통용되었던 ‘숙맥’이라거나 ‘세상물정을 모른다’는 말은 요즘에는 ‘빼꼼이’라는 상투어로 변했지만, 어떤 말의 진의를 파악하고 의심하는 인생의 지혜를 살아가면서 깨우치게 됩니다. 그리고 유행가 속의 역설도 이런 방식으로 알게 됩니다. 양수경이 빅히트한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 속의 가사도 그렇습니다. ‘그대 떠나버린 걸 난 지금 후회 안 해요’라는 말은 후회가 막심하다는 의미입니다. 아예 잊고 산다면 후회라는 감정 자체가 생기지 아니합니다. 그리고 그 이전의 ‘이 밤 왠지 그대가 내 곁에 올 것만 같아’도 역설적인 의미입니다. 진짜 온다면 올 것 같다는 생각 자체를 안합니다. 매일 퇴근하는 남편이라면 ‘왠지’라는 말 자체를 쓰지는 않습니다.
이 밤 왠지 그대가 내 곁에 올 것만 같아
그대 떠나버린 걸 난 지금 후회 안 해요
그저 지난 세월이 내리는 빗물 같아요
그렇지만 문득 그대 떠오를 때면
이 마음은 아파올 거야
그 누구나 세월 가면 잊혀지지만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nCpdJtrd4UM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라는 말은 비가 오면 옛 연인이 떠오른다는 의미입니다. 비가 오면 창문은 깨끗이 닦아집니다. 깨끗한 창문과 같다면 추억도 깨끗하게 지워질 것이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생각 자체가 안 나는 것이 정상입니다. 결국 심수봉의 전설적인 히트곡 ‘그 사람’의 가사 ‘비만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과 같이 비 오던 시절에 쌓은 옛 연인과의 추억이 켜켜이 떠오른다는 의미입니다. 자꾸만 아니하는 부정이 남발되는 가사이기에, 역설의 의미가 퇴색되는 감이 있지만, 경쾌한 리듬 속에 고전적인(!) 수법으로 옛 연인과의 추억을 되새기는 가사입니다.
양수경은 데뷔하자마자 싱그러운 미모로 인기를 누렸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예쁜 여자, 게다가 연예인은 먹어주는 법입니다. 당연히 그 시절에도 양수경은 미모로 먹어줬습니다. 물론 당시 아재세대에서 인기가 뜨거웠습니다. 그러다가 미모를 갖춘 여자 연예인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상투적인 클리셰를 깨고 남편의 사망과 불운이 뉴스를 타고 이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현실의 불행과는 무관하게 양수경의 발랄한 미모가 빛나던 리즈 시절의 모습이 노래를 들으면서 오버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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