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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이 노래 : ‘타조’>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4. 5. 4. 16:09
누구나 비슷한 기억이 있을 듯합니다. 그 비슷한 기억이란 TV채널을 둘러 싼 다툼입니다. 저는 어려서 만화영화를 좋아했지만, 돌아가신 아버지는 만화영화를 끔찍이도 싫어했습니다. 그때 그 시절은 아버지의 힘이 당연히(!) 쎈 시절이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만화영화를 포기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부자지간에 의견이 통일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동물의 왕국’입니다. 동물들이 야생이라는 생존공간에서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야생의 장면 하나하나가 그렇게나 재미가 있었습니다. 잡아먹힐 때는 안타깝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자연의 세계라는 산 공부를 하면서 자랐습니다. 커가면서 어려서 그렇게나 재미있던 만화영화가 거짓말처럼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동물의 왕국’은 그럭저럭 흥미를 잃지 않았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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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향의 이 노래 : ‘바보처럼 살았군요’>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4. 5. 1. 10:51
요즘은 어쩐지 모르겠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중·고교에서는 권장소설목록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빠지지 않았던 작품이 김동인의 ‘감자’와 더불어 나도향의 ‘물레방아’였습니다. 그 시절의 물레방아는 문학작품은 물론 드라마나 영화에서, 곡식을 빻는 본래의 용도를 넘어 이상하게도 청춘남녀의 로맨스(?)의 장소로 클리셰가 되었습니다. 나도향의 단편소설은 물론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도 그렇게 물레방아가 변용(?)이 되었습니다. 뒤를 이어 ‘전설의 고향’에서는 단연 그런 용도(!)로 본격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나도향 작가는 사실주의 작가답게 ‘물레방아’를 집필한 의도는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빈한한 삶에 주목을 두었지만, 물레방아의 이상한 용도(?) 때문에 작품이 변질되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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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오락실, 그리고 갤러그 이야기>7080 이야기거리 2024. 4. 28. 19:05
저출산이 국가차원의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이기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분야가 바로 아이들의 놀이문화입니다. 지금은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스마트폰게임이나 pc방게임으로 대표되는 ‘혼자 노는’ 놀이문화로 통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7080시대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은 ‘함께 노는’ 놀이문화가 대세였습니다. 한마디로 놀이문화도 아날로그 놀이시대였습니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팽이치기, 숨박꼭질 등 아날로그시대의 놀이는 디지털코드가 없기에 부득이 ‘함께 노는’ 놀이문화가 형성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PC, 태블릿으로 표상되는 디지털시대이기에, 인터넷게임이 놀이문화를 주도합니다. 불과 수십 년만에 놀이문화에 혁명적인 변화가 온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아이들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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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슈퍼스타즈, 그리고 김진우>7080 이야기거리 2024. 4. 27. 08:17
2018년의 LG트윈스에게 두산베어스는 악몽 그 자체였습니다. 전년도를 포함하여 17연패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인 선수들은 오죽 속이 쓰릴까만 보는 팬들도 무척이나 상처를 받았을 것이 확실합니다. 하다못해 가위바위보에서도 지면 기분이 나쁜 것이 본능입니다. 그런데 프로스포츠에서 같은 리그, 게다가 서울 라이벌팀에게 진다는 것은 정말로 고통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아마도 연패 중의 한 게임으로 기억하는데, 우연히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어느 두산베어스 선수가 환하게 웃는 장면이 무척이나 거북했습니다. 동료 두산선수들은 감정을 죽이며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것과 대조적이었습니다. 아무리 승부라지만, 동업자정신이라는 것이 있는데 너무한다는 반감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묘한 감정은 1982년 프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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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섯의 이 노래 : ‘긴머리 소녀’>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4. 4. 13. 18:17
청순가련 vs. 청순가증 2006년에 방영된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는 눈에 띄는, 그리고 이색적인 악역 캐릭터가 등장했습니다. 그것은 악역은 표독하고 못생긴 캐릭터라는 공식을 깬 것입니다. 악역으로 등장한 박한별(극중 배역, 오유경)은, 기존의 드라마 캐릭터에서는 당연히(!) 주인공에나 어울릴 법한 청순하게 생긴 미녀로서, 주인공 커플의 사랑을 훼방하고 심술을 부리는 빌런으로 등장했습니다. 그 뒤로 극본을 쓴 홍자매의 인터뷰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홍자매는 청순가련령 캐릭터는 짜증나고, 돈을 싫어하는 캐릭터는 재수가 없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남겼고 그 장면은 아직도 잔상에 남았습니다. 1970년대 한국영화의 문법에서는 여주인공은 청순가련한 미녀로서 지고지순의 여성이 정통 캐릭터(!)였고, 꽃미남 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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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음자리의 이 노래 : ‘바다에 누워’>7080 가수 2024. 4. 12. 21:47
바다는 동경입니다. 본능은 수평선 너머 미지의 세계를 그리움이라는 환영(幻影)을 그리게 합니다. 하얀 갈매기는 아련한 미지의 세계로 부릅니다. 부서지는 파도는 그 미지의 세계가 만만치 않은 곳임을 암시하지만, 푸른색의 산호는 영혼을 재촉합니다. 파도 위를 미끄러져 가는 배는 희망을 안고 그 미지의 세계로 나아갑니다. 격랑속에서 심장은 뛰고 피는 솟구칩니다. 그래서 바다는 희망을 부릅니다. 그 희망 너머에 있는 안락과 평온을 부릅니다. 그러나 바다는 비애이고 상실입니다. 차디찬 바닷바람은 인생의 비애를 절절히 자각하게 합니다. 인생의 신산(辛酸) 못지않게 자연도 매서운 고난을 줄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겨울바다는 호된 바람으로 살을 베고 뼈를 녹입니다. 그리고 현실의 고난과 역경을 체감합니다. 바다는 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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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식의 이 노래 : ‘한 번쯤’>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4. 4. 6. 18:21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써 봤다더군. 지금 같아서 윤 초시네도 대가 끊긴 셈이지.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황순원, ‘소나기’의 맨 끝 장면 - 한국 소설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소나기’의 맨 끝 장면입니다. ‘소나기’를 읽은 한국인은 소년과 소녀의 순수하고 맑은 사랑에 감동받았고, 소녀의 죽기 전 마지막 유언으로 눈물샘이 저절로 자극받았습니다. 풋풋한 사랑을 훼방하는 황순원 작가를 무던히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인은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한국인은 황순원 작가가 그린 티없이 맑은 사랑을 똑같이 배웠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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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룡의 이 노래 : ‘카페와 여인’>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4. 4. 6. 03:01
한국인의 감성DNA를 사로잡는 영원한 단편 걸작 ‘소나기’를 쓴 황순원의 숨은 걸작 ‘독 짓는 늙은이’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주인공 송 영감이 완성도가 떨어지는 독(옹기)를 깨는 장면입니다. 독은 관상용의 고가 도자기가 아닙니다. 일상에서 간장이나 고추장을 담는 항아리, 즉 옹기입니다. 그럼에도 송 영감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독이라면 도자기와 마찬가지로 가차없이 깹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독을 깨는 것이 아니라 송 영감의 장인정신 내지 가치관을 상징합니다. 또한 독은 늦둥이 아들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 독을 짓는 가마에서 송 영감은 비극적인 자살을 하면서 독은 자신의 목숨과도 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웅변합니다. 작곡가와 가수에게 노래란 송 영감이 그렇게나 갈구하던 독과 같습니다. 앨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