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김범룡의 이 노래 : ‘카페와 여인’>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4. 4. 6. 03:01
    728x90
    반응형

    한국인의 감성DNA를 사로잡는 영원한 단편 걸작 소나기를 쓴 황순원의 숨은 걸작 독 짓는 늙은이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주인공 송 영감이 완성도가 떨어지는 독(옹기)를 깨는 장면입니다. 독은 관상용의 고가 도자기가 아닙니다. 일상에서 간장이나 고추장을 담는 항아리, 즉 옹기입니다. 그럼에도 송 영감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독이라면 도자기와 마찬가지로 가차없이 깹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독을 깨는 것이 아니라 송 영감의 장인정신 내지 가치관을 상징합니다. 또한 독은 늦둥이 아들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 독을 짓는 가마에서 송 영감은 비극적인 자살을 하면서 독은 자신의 목숨과도 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웅변합니다.

     

    작곡가와 가수에게 노래란 송 영감이 그렇게나 갈구하던 독과 같습니다. 앨범에 안착하는 노래를 위하여는 앨범 슬롯의 열배 이상의 곡을 선별합니다. 독을 선별하는 송 영감의 작업을 떠올립니다. 소중하지 않은 노래는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곡을 앨범에 수록할 수는 없습니다. 송 영감처럼 독을 깨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독 짓는늙은이가 제목이지만, 역설적으로 독 깨는작업이 필수적으로 수반이 되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앨범에 안착하기 위하여는 대중성이 있어야 합니다. 실은 대중성이 없으면 앨범작업을 한 제작사, 가수, 작곡가 모두 살아남지 못합니다. 대중성이 있는 노래는 히트곡을 말합니다. 히트곡은 법칙을 따릅니다.

     

    히트곡은 인트로와 후크가 호감을 줘야 합니다. 그 호감은 찰나의 순간입니다. 히트곡이냐 아니냐는 찰나의 순간에 갈립니다. 그러나 이렇게 호감이 넘치고 인상적인 영감을 지녔어도 묻히는 노래는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습니다. 시대의 흐름, 즉 유행에 따르기 때문입니다. 대중가요가 유행가로 불리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슬프게도 그 유행의 흐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가수는 그 흐름을 포착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를 풍미한 김범룡은 나름 그 변화에 훌륭하게 적응했습니다. 인트로와 후크가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노래 자체의 매력에 달렸습니다.

     

    당초에 김범룡은 트로트발라드곡인 바람 바람 바람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데뷔를 했습니다. ‘바람 바람 바람이 출시된 시점은 락뽕으로 상징이 되는 트로트의 대세기였습니다. 발라드곡이라 하더라도 트로트가 가미되어야 대중의 눈길을 끌 수 있고, 히트곡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김범룡은 비음이 풍성(!)한 가수입니다. 트로트에 최적화된 가수입니다. 또한 가사에서 여성편향적인 개성이 뚜렷합니다. ‘바람 바람 바람과 궁합이 딱 맞습니다. 그가 싱어송 라이터라는 점은 자신과 궁합이 맞는 곡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가 데뷔했던 시점인 1985년 이후 1980년 후반으로 갈수록 팝발라드 내지 정통발라드곡이 강세를 띱니다. 그는 변신을 합니다. 같은 발라드곡이라도 리듬의 변형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으로 변신했습니다. 그 변신이 바로 이 카페와 여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xY9uYeYl9k

     

    반주 곳곳에서 팝의 정취가 물씬 납니다. 물론 김범룡 특유의 비음은 강렬합니다. 김범룡은 성향상 댄스곡과는 궁합이 맞지 아니합니다. 발라드곡에 최적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카페와 여인바람 바람 바람에 뚜렷했던 트로트를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발라드를 기조로 팝에 락도 조금 묻어있습니다. 김범룡이 오랜 기간 장기집권했던 트로트에서 벗어나려는 대중의 선호도가 달라졌다는 유행가의 흐름을 포착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한계짓는 여성편향적인 기조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실은 그것은 강점이기도 합니다. 남자가수이면서 여성편향적인 기조는 김범룡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합니다. ‘현아에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범룡은 시대를 풍미한 가수입니다. 작곡과 작사 모두 능한 싱어송 라이터라는 장점은 비음이 풍성한 하이톤의 목소리를 지닌 여성편향적인 노래에 국한된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실은 이러한 단점은 오히려 개성이 만점인 가수의 터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라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입맛을 카멜레온처럼 자유자재로 가미하였다는 점에 있습니다. 유행가의 본질을 꿰뚫었기에 가능합니다. 그의 성공방정식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