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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창식의 이 노래 : ‘한 번쯤’>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4. 4. 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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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써 봤다더군. 지금 같아서 윤 초시네도 대가 끊긴 셈이지.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황순원, ‘소나기의 맨 끝 장면 -

     

    한국 소설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소나기의 맨 끝 장면입니다. ‘소나기를 읽은 한국인은 소년과 소녀의 순수하고 맑은 사랑에 감동받았고, 소녀의 죽기 전 마지막 유언으로 눈물샘이 저절로 자극받았습니다. 풋풋한 사랑을 훼방하는 황순원 작가를 무던히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인은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한국인은 황순원 작가가 그린 티없이 맑은 사랑을 똑같이 배웠으면서도, 세월이 흐르면서 사랑의 의미를 차츰 달리 해석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돈이 없으면 사랑도 피우기 어려운 시대를 맞았습니다. ‘소나기에서는 가난한 시골의 삶에서도 사랑을 피웠지만, 21세기 현실은 가난한 청춘은 연애 자체를 포기한 시대입니다. ‘N포세대라는 말의 최상위에는 돈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실이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관이 발현된 공간입니다. 그리고 피부 깊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욕구가 표출된 공간이기도 합니다. 돈이 우선시 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다 같이 가난한 공간이라면 돈에 대한 갈망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쟁의 상흔이 진행 중이던 1952년에 발표된 소나기에서도 피었던 사랑이, 물질문명이 호화찬란한 21세기에는 역설적으로 공허한 것은 부인하기 싫지만 사실입니다. 이제는 돈이 없으면 사랑도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 시절은 옳고 지금은 틀리다, 라는 이분법적 접근은 아닙니다. 그러나 애정전선이 돈에 무너진 것이 안타까운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그 시절의 한국인의 DNA가 지금과 다르지 않습니다. 실은 단군 이래 한국인의 DNA, 아니 모든 인류의 DNA에는 사랑의 코드가 담겨 있습니다. 사랑이 인간의 모든 것을 지배하지는 않지만, 사랑이 없다는 것은 인간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연애감정은 인간이 느끼는 원초적인 본능임에도 이를 표출할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비정상상태입니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뜨거운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행입니다. 사랑이 모든 것은 아니지만, 사랑 하나만으로 인생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돈보다는 사랑이 우선 순위라고 호기를 부리는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더 멋집니다.

     

    한 번쯤 말을 걸겠지 언제쯤일까 언제쯤일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붙여오겠지

    시간은 자꾸 가는데 집에는 다가오는데

    왜 이렇게 망설일까 나는 기다리는데

    뒤돌아보고 싶지만 손짓도 하고 싶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봐야지

     

    송창식의 한 번쯤을 소개하면서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를 소환한 것은 양 작품이 그리는 순수한 사랑의 감성이 동일한 맥락이기 때문입니다. 주저하고 망설이는 것은 풋풋한 사랑의 징표입니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돈과 초연하게 느끼는 풋풋한 사랑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마음속에서는 사랑의 감정이 솟구치지만, 주저하고 망설이는 것은 사랑이 거부당하고 상대가 무관심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돈으로 거래하는 사랑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감정과 무관하게 발생합니다. 상대방도 이를 받아들이고 다시 사랑으로 되돌려 주어야 결실로 이어집니다. 그 아련한 순간을 담은 것이 한 번쯤입니다. 내 사랑의 감정을 알아주기를 갈망하는 어리석을 정도로 아련한 그 안타까운 정서를 절절하게 그렸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myRxNqp32I

     

    사랑과 결혼은 다릅니다. 그러나 사랑은 적어도 돈이 개입되지 않아도 무성하게 꽃이 피어야 합니다. 이제는 돈이 없으면 사랑도 못하는 돈이 최고인 시대가 되었기에 역설적으로 사랑의 감성이 충만한 송창식의 한 번쯤이 정감있게 느껴집니다. 송창식의 한 번쯤은 오래된 노래입니다. ‘N포세대에게는 구닥다리 노래이고, 뭔가 오글거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쯤은 그들에게 메말라서 풍화되고 화석화된 사랑의 감성을 깨우는 촉매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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