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김정호의 이 노래 ; ‘하얀 나비’>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1. 6. 22. 15:14
    728x90
    반응형

    고교시절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배우다가 한국인의 정서가 ()’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같은 교과서에는 삼국유사의 회소곡(會蘇曲) 에피소드를 싣고 있었습니다. 회소곡은 음주가무라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DNA를 설명하는 에피소드이기 때문에, 저는 도대체 한국인의 정서가 한인가 아니면 음주가무인가 헷갈렸습니다.

     

    그러나 양자는 얼핏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모순된 것이 아닙니다. 감성이 풍부한 사람은 흥겹게 놀다가도 서러운 일이 있으면 대성통곡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은 감성이 풍부한 민족입니다. 일본인이 한국인을 대놓고 감정적이라 폄하하지만, 사무라이의 칼날이 무서워서 도무지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 일본인보다 솔직하고 명쾌한 점이 장점이라 봅니다. 우리의 대중가요도 저절로 슬픔이 복받쳐 오르는 곡도 있고, 환희에 찬 기쁨을 표현하는 곡도 있습니다.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슬픔보다 기쁨을 부르는 곡이 상대적으로 많아졌지만, 아직도 슬픔을 담담하게 부르는 곡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미 고인이 된 지 오랜 김정호는 전형적인 설움과 한을 그린 가수입니다. 그의 마지막 을 듣다보면 세상의 온갖 설움과 슬픔을 안고 저승으로 향하는 그 자신의 절절한 비통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의 대표작 이름 모를 소녀도 애절함이 코드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하는 하얀 나비도 서러움이 그 배경에 깔린 정서입니다. 노래는 서러워 말아요.’로 시작하지만, 노래 전반은 그 반대로 서러움을 읊조리는 자신의 관조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얀 나비는 실은 김정호 자신입니다. 병마에 싸우면서 노래를 마음껏 부르고 싶지만, 대마초 파동으로 날개짓을 하지 못하는 그 자신의 서러움을 하얀 나비에 투영시켜서 자신에게 서러워하지 말고 힘을 내라고 하지만, 이미 자신의 몸은 죽어가고 있다는 냉철한 사실로 좌절하고 아파하는 김정호 자신의 자아의 분신인 하얀 나비는 죽음의 길로 날개짓을 하고 있습니다. 굳이 하얀 나비로 곡을 지은 것은 하늘을 마음껏 날고 싶지만, 죽음이라는 번뇌가 자기를 억누르기에 차라리 포기하는 심정으로 수의를 입은 그 자신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하얀 나비가 곧 김정호이고 김정호가 바로 하얀 나비입니다. 김정호의 하얀 나비는 자기 자신의 인생을 읊조리면서 생의 의미를 반추하였기에, 그 노래의 깊이가 탁월합니다. 명곡은 세월이 지나서 들어도 항상 감동을 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Lc5FHrVTP0

    728x90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