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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연실의 이 노래 : ‘목로주점’>
    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1. 6. 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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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인이 한국에 와서 제일 놀라는 것이 심야치안과 심야주점이라 합니다. 밤새 운영하는 술집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 서양의 현실에서 대도시마다 널려있는 먹자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의 심야주점을 보면서 서양인들이 깜짝 놀란다고 합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저녁이면 도심의 상점이 대부분 문을 닫습니다. 심야업소를 제외하면 그냥 암흑가인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과거 통금시간이 있던 시절에도 심야주점은 알게 모르게 존재했습니다. 사극에서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주막부터 단군 이래 서민대중이 즐기던 술집이 없었던 시절이 과연 존재했었나 의문이 갈 정도로 한국인은 술과 함께 한 민족입니다. 최근에는 많이 약해졌지만, 한국은 음주에 관대한 나라인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특수한국적인 현실에서 더욱 빛이 나는 것이 이연실의 목로주점입니다. 이연실의 목로주점은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목로주점을 소재로 한 것부터 무척이나 인상적인 것에 더하여, 흥이 저절로 가는 흥겨운 리듬과 정겨운 이연실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멋진 곡입니다. 1970년대는 이연실의 목로주점의 가사에 등장하는 것처럼, 월급봉투에 받은 월급을 탄 기분에 목로주점에서 동료들과 어울려서 허름한 술집에서 직장생활의 애환, 자식과 부인과의 희로애락을 나누면서 술을 마시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목로주점의 의미에 대하여 인터넷에서는 오해를 하는 분들이 종종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목로주점이 구한말부터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의 타치노미((, たちのみや)에서 유래한 선술집이라고 소개를 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본의 타치노미는 지금도 일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선술집, 즉 길다란 탁자 위에 안주와 술을 놓고 서서 술을 마시는 술집이 맞지만, 이연실의 목로주점의 배경이 된 목로주점은 그러한 선술집이 아닙니다.

     

    이왕이면 마주 앉아 마시자 그랬지.’

     

    이 가사를 보더라도 앉아서 마시는 술집입니다. 선술집은 과거 일제시대에 유행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이연실이 염두에 둔 목로주점은 아닙니다. 지금은 찾기 어려운 대포집 정도가 목로주점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한국에서는 서서 술을 마시는 풍습은 거의 없습니다. 일본과 굳이 비교하자면, 앉아서 요리나 안주와 곁들여서 술을 마시는 이자카야(居酒屋いざかや)가 목로주점에 더 가깝습니다목로주점을 꼭 긴 나무탁자를 지닌 주점으로 한정하는 것도 이상합니다. 이연실의 목로주점에 담긴 가사를 음미해보면, 그냥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술집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연실이 실제로 술을 잘 마시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직장생활을 하지 않은 여자가 남자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담는 공간인 목로주점의 풍경을 생생하게 잘 그리고 맛깔나는 곡을 만든 것은 참으로 신기합니다. 1980년대초 목로주점을 처음 들은 이래 근 40년간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고 흥이 절로 나는 바로 이 노래를 만들고 불러주는 이연실이 마냥 고맙기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_VeykaxI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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