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의 이 노래 : ‘그대여’>

 

유행가가 뜨려면 가수가 튀거나 노래가 튀어야 합니다. 둘 다 튀면 따봉이겠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기에 최소한 둘 중 하나는 튀어야 합니다. 간혹 시류랄까 유행이랄까 운이 좋아서 그저 그런 수준의 가수이거나 노래인 경우가 뜨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위 공식은 시대를 불문하고 통용되는 철칙입니다.

 

이정희의 ‘그대여’는 노래가 튀어서 뜬 노래입니다. 그런데 ‘시대 한정’ 이정희도 당대에는 미녀축에 끼었기에 나름 가수도 튀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대여’는 나름 가수도 튀고 노래도 튀어서 1981년을 강타했습니다. 그리고 이정희는 1981년에 이 ‘그대여’를 들고서 무려 ‘10대 가수’까지 등극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5Kb-PEI8Os

 

 

 

 

그런데 말입니다(뜬금없이 김상중을 흉내내면서!). 요즘 이정희의 ‘그대여’는 거의 들을 수 없습니다. 실은 이정희는 라디오에서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노래로서 ‘그대여’의 임팩트가 강하지 않았던지 후배가수들로부터 리메이크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노래가 튀면서 생명력이 있는 노래가 명곡인데, 이정희의 ‘그대여’는 명곡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범작 수준의 히트곡입니다. 그리고 이정희라는 이름도 연예기사에서 찾기가 거의 어렵습니다.

 

이정희가 반짝 히트를 하고 출연이 뜸해진 이유가 크겠지만, 가수로서 이정희는 그리 큰 임팩트를 가요계에 남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대여’는 노래 자체가 어느 정도 히트성이 있어서 일단 뜬 것이고, 당대에 눈에 띄는 미녀가수가 흔하지 않았던 까닭에 이정희라는 당시에는 나름 먹어줬던 가수가 불렀기에 더욱 뜬 것입니다. 1980년대와 1970년대를 묶어서 취급을 많이 하지만, 양자의 결정적인 차이는 1980년대가 본격적으로 TV시대, 즉 오디오가수가 본격적으로 양산이 되는 시대라는 점입니다.

 

이은하, 임희숙, 김상월 등 미모가 출중하지 않은 여가수들도 1970년대의 맹활약이 가능했던 것은 라디오시대였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이들이 요즘 걸그룹의 멤버였다면(실은 외모가 절대적으로 중시되는 요즘이라면 걸그룹의 멤버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이들이 성공할까는 회의적입니다. 외모에 따라 같은 걸그룹 멤버의 인기가 천지차이인 것이 요즘 걸그룹의 차가운 현주소입니다.

 

‘그대여’ 자체가 무난한 수준의 곡이고, 이정희 역시 윤시내나 정수라처럼 인상적인 가창력이 아닌 그냥 무난한 수준으로 노래를 불렀지만, 시대를 보정하면 당대에는 눈에 띄는 미녀가수였기에 준척 수준의 곡으로 기대이상으로 히트를 한 것입니다. 사람의 일이란 운이 크게 작용하는데, 이정희도 그런 경우입니다. 10대 가수까지 한 이정희를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가요사에서의 이정희의 업적과 위상을 고려하면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을 되새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정희와 같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라도 빛의 속도로 잊혀지는 것이 어쩌면 유행가를 부르는 가수의 숙명이 아닌가 합니다. 모든 가수가 조용필이나 나훈아같은 기린아가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실은 반짝 히트를 하고 후속 히트곡을 내지 못하다가 가수는 방황을 하다가, 때로는 마약과 극단의 선택을 하기도 하면서, 차츰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 대다수 가수의 숙명입니다. 이정희도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이정희에게 유달리 야박한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정희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의 인기에 비하여 너무나 빨리 인기가 사그러지고 기억에서 사라짐을 아쉬워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