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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전가요, 그리고 정수라·장재현의 ‘아! 대한민국’>
    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1. 6. 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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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나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래라저래라 한다면 당연히 나는 네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하냐!’라고 화를 낼 것입니다. 누가에는 국가도 포함이 됩니다. 아무리 국가라 하더라도 법률에 근거가 없음에도 국민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려면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겠지만, ‘법률유보원칙이라 합니다. 실은 법률 이전에 소박한 국민상식에서도 남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고 훈계를 하는 것은 실례입니다.

     

    가수에게 앨범이란 상품이자 영업활동의 기초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의 피와 땀을 갈아 만든 대중예술작품입니다. 그 작품에는 자신의 영혼에 담긴 제2의 자아를 이식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수가 앨범을 만들 때 무수히 많은 노래 중에서 엄선하는 작업과정이 필연적입니다. 그리고 연주부터 노래까지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만드는 고된 작업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이유도 근거도 없이 국가가 단지 건전가요라는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노래를 삽입하라면 재산권의 침해를 넘어서 가수에 대한 인격모독인 상황입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건전가요의 보급확대라는 명목으로 국가가 폭압적으로 가수의 앨범에 의무적으로 삽입을 강제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박정희 정부 시절에는 새마을 노래’, ‘잘살아보세’, ‘나의 조국과 같은 노래부터 멸공의 횃불등과 같은 군가를 건전가요라는 이름으로 삽입을 해야 했습니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러한 건전가요 강제삽입제도는 당연히 없습니다. 박정희 정부시절에는 겨레의 중흥과 번영을 위해로 시작하는 조국의 영광이라는 곡도 건전가요로 둔갑하여(!) 가수들의 앨범에 삽입이 되었는데, 놀랍게도 이 노래는 음악교과서에도 실린 유신정권홍보 노래이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전두환 정부에서는 노골적인 정권홍보 노래나 군가는 삽입이 되지 않았는데, 전두환 정부 시절에 유행(?)했던 건전가요는 남궁옥분의 서로 믿는 우리 마음과 혜은이 시장에 가면이 제법 인기를 얻었지만, 그 중에서 건전가요의 대명사로까지 불린 것은 바로 정수라·장재현의 ! 대한민국이었습니다. 본래 건전가요는 관공서나 학교에서나 불리는 것이지만, ‘! 대한민국은 무려 당시를 대표하는 가요순위프로그램인 가요톱10’에까지 실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박을 친 노래를 자세히 들으면 남자가수의 목소리도 들리는데, 이상하게 여자가수인 정수라만이 방송에 등장했습니다. 당시에는 왜 그랬는지 영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야 이 노래가 한창 뜨던 1983년에 남자가수인 장재현이 진주에서 방위복무를 했기에 방송출연을 할 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듀엣으로 부른 정수라가 고의적으로 장재현을 배척한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이 단독으로 부르는 것에 익숙하자 굳이 장재현과 함께 무대에 서지 않았던 것이 나중에는 그냥 정수라의 단독곡으로 오인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팬서비스의 일환이기도 하기에, 이미 정수라 단독으로 부르는 것이 익숙해진 대중에게 방위소집해제 이후의 장재현과 같이 불러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었습니다. 결국 단독으로 이 노래를 불렀던 정수라를 나무랄 수만은 없습니다. 그러나 장재현에게는 엄청난 고통이자 손실이었습니다.

     

    정수라는 ! 대한민국이후에도 도시의 거리등 무수히 많은 히트곡을 냈지만, 장재현은 정수라와 같이 부른 우리의 땅외에 이렇다 할 히트곡이 없었기에, 그야말로 비운의 가수이자, 억울하게 잊혀진 가수가 되었습니다. ‘! 대한민국은 듀엣으로 부르는 컨셉이 훌륭하지만, 정수라의 노래 대부분은 단독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한 노래였기에, 자연스레 정수라는 장재현과 결별이 되었습니다. 정치인이 자기정치를 하듯이 가수도 자기활동에 집중하는 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수라는 자기활동에 충실하였기에 그 이후로 영영 장재현과는 듀엣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 대한민국에서 장재현의 목소리가 빛나는 부분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어!’라는 대목입니다. 노래를 유심히 들어보면 장재현의 목소리가 시원시원하고, 거침이 없는 쾌감을 줍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훌륭한 보컬의 주인공은 무려 40년 가까지 묻히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cfdZ-_pz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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