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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평양에선’, 그리고 김병기>
    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1. 9. 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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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국어 교과서에서도 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 1980년대까지 시조 장르에서는 반드시 등장하는 시조 작가인 가람 이병기 선생이 계셨습니다. ‘난초와 시조, 그리고 이병기라고 불릴 정도로 전설적인 인물이었는데, 유려한 언어조탁으로 집필한 그의 시조는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누구나 인정하는 거장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생전에 서울대 교수로서도 명성이 높았기에, 가람 이병기 선생을 모르고서는 중고생 시절을 지나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압도적인 명성을 지닌 병기라는 이름을 능가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지금 평양에선에서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 역을 열연한 배우 김병기입니다. 김병기는 주로 주조연급으로 KBS에서 맹활약한 타고난 배우입니다. 농촌의 순박한 농부부터, 예리한 눈을 지닌 조선시대의 관리, 그리고 시대의 고민을 근심하는 도시의 인텔리, 그리고 유부녀를 울리는 제비족에, 수 많은 서민들의 돈을 사취해가는 사기꾼까지 맡은 역을 척척 해내는 연기파 배우였습니다.

     

    1980년대 중반, 전두환 정부의 반공정책이 전성기인 시절에 KBS에서는 회심의 반공드라마, 바로 이 지금 평양에선을 방영하게 됩니다. 주간극 형태로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북한의 정치지도부를 풍자하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인데, 실제 김정일과 흡사한 외모로 분장한 김병기의 열연으로, 당시 김정일을 실제로 본 사람들이 김정일과 정말로 닮았다는 칭송이 뜨거울 정도로 김병기는 인생캐릭터를 탁월하게 연기하였습니다. 당시 KBS는 드라마의 인기가 저조했습니다. 라이벌인 MBC드라마왕국이라는 명성을 쌓을 동안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주간드라마, 미니시리즈 등 모든 드라마에서 시청률이 저조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평양에선의 등장으로, 정확히는 김정일로 분한 김병기의 활약으로, 시청률의 역전을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집권층을 풍자한 내용이라 당연히 장안의 화제를 몰고다녔습니다. 거칠고 난폭한 김정일의 변태적인 성격으로 김정일은 남한에서는 악당의 대명사로 등극을 하였습니다. 역대 드라마 중에서 가장 비열하고 난폭한 인물로 등극할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김병기의 연기는 그야말로 신들린 듯한 연기였습니다. 배우의 진면목을 보여주었습니다. 연기자의 존재가치를 마음껏 발휘한 대단한 연기였습니다.

     

    그러나 김병기는 김정일로 화끈하게 떴지만, 배우로서는 커리어를 상당 기간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정일이라는 각인이 너무나 크기에 다른 드라마에서 캐스팅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김병기 = 김정일이라는 공식이 국민들 사이에 심어졌기에, 김병기가 다른 배역을 따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그 이전에 김병기가 쌓은 연기경력은 거의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김병기는 호구지책으로 술집을 하는 등 본업을 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겪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지금 평양에선이 종영된 지 오랜 기간 동안 그를 평양의 김정일로 오해하는 분들(연기를 너무 잘해도 탈입니다!)에게 뺨을 맞거나 작대기로 얻어맞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연기력을 출중한 김병기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김병기를 못보는 황당한 사정이 발생한 것입니다.

     

    꽤 오랜 기간이 흐른 후에 그는 배우의 자리로 돌아왔지만, 이제 그는 강한 캐릭터로 거의 고정이 되었습니다. ‘지금 평양에선이전에 카멜레온처럼 변신했던 그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연기를 너무 잘해도 문제인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만든 바로 그 배우가 김병기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3MZoYS4c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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