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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인간 337, 그리고 박상조>
    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1. 7. 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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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1980년대까지는 홈드라마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는 당연히 대가족이 등장하여 가족간의 우애를 다루고 세대 간의 애환을 그렸습니다. 실은 이러한 드라마가 가능한 것은 방송국이 슈퍼갑의 시절이었기에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그래서 각 방송국마다 전속제도라는 것을 두었고, 고참 배우들도 각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 자유로웠던 이유가 컸습니다. 요즘처럼 대가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와는 시대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현재 종편과 케이블, 나아가 넷플릭스까지 드라마제작의 광풍이 벌어지지만, 단역이나 조역의 비중은 빛의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특히 중견연기자는 설 땅이 없어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드라마 자체가 주연위주로 흐르기에 비중이 낮은 조연급은 그냥 빼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과거에 조연급 연기자는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우연히 박상조를 연결하였습니다. 고소영의 데뷔작 지하철 박으로 등장하여 찌질하고 지저분한 감초연기로 주목을 받은 박상조의 인생이 궁금해서 유튜브를 마구 검색했습니다. 조연전문이라 박상조가 출연한 유튜브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만년 조연으로 출연한 어느 원로배우와 술자리를 가지면서 들었던 조연전문배우의 서글픔이랄까 숙명이랄까 하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e96XCPlhWA

     

     

     

    박상조는 과거 MBC 전속 탤랜트 시절에 사기범, 강도범, 강간범, 절도범 등으로 수사반장에서 무수히 많이 출연했던 악역전문배우였습니다. ‘113 수사본부에서는 만경봉호를 타고 북한에 잠입하여 간첩으로 포섭된 재일교포 간첩으로도 출연을 하기도 했던 배우로서, MBC 탤런트 중에서는 이계인과 어금지금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수 출연한 악역전문배우였습니다. 그리고 외모가 고급스럽지 않아서 주로 하인이나 심부름꾼, 포졸이나 이방 정도의 중하위 관리 등 악역 중에서도 찌질한 배역이 그의 전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고소영의 출세작 엄마의 바다에서 찌질함의 끝판왕 격인 지하철 박으로 분하여 지하철에서 노숙하는 연기를 정말로 실감나게 하였습니다. 악역전문배우들의 자녀들은 대부분 부모가 악역전문배우라 학교에서 부모님이 배우라는 말을 싫어했다고 하는데, 빈도나 횟수, 그리고 악역의 비중 등을 따져 봐도 박상조의 자녀들은 특히나 싫어했을 듯합니다.

     

    그런데 인생살이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박상조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계속 하다가, 그가 1978년에 제작된 만화영화 전자인간 337’의 나레이션을 맡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찌질한 박상조가 그처럼 중후한 목소리의 나레이션이라니 하면서 의심을 품었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그 나레이션의 톤과 음색이 박상조가 맞았습니다.

     

    뭔가 망치로 두들겨 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금 배우의 존재를 개달았습니다. 배우는 일단 발성부터 시작합니다. 연기학원에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일명 대사를 치는 것입니다. 즉 발성부터 하는 것이 연기의 시작입니다. 괜히 성우출신 배우가 많은 것이 아닙니다. 배우는 연기 이전에 발음이 정확하고 전달능력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대사가 안 되면 연기는 더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 박상조의 중후하고 멋진 나레이션을 통해서 그의 출중한 연기는 훌륭한 전달능력이 이미 전제된 것을 깨달았습니다. 배우는 그냥 배우가 아님을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44YuEuUalk&t=2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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