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달을 아시나요?>

마영달이라는 이름을 듣고 그 자리에서 누구인가 안다는 사람이면 틀림이 없이 올드보이를 인증하는 것입니다. 마영달의 본명은 이성웅으로 성우 겸 배우로 활약한 사람으로 이미 1999. 2. 10.에 사망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성웅이 마영달로 변신(!)한 것은 지금은 사라진 TBC 드라마 ‘야, 곰례야’의 배역 이름이 마영달인데, 당시 그 배역의 인기가 너무나 뜨거워서 아예 드라마 속 배역이름을 예명으로 바꾼 것입니다.

 

‘야, 곰례야’는 TBC에서 KBS로 이전하여 인기몰이를 한 ‘달동네’와 국화빵같은 드라마입니다. 실은 두 드라마 작가가 모두 나연숙입니다. 그래서인지 묘하게도 두 드라마에서 모두 서승현이 등장하는데, ‘야, 곰례야’에서는 마영달의 부인으로, ‘달동네’에서는 추송웅의 부인으로 각각 등장합니다. 두 드라마 모두 산동네 어렵게 사는 서민의 애환과 희망을 그리는 드라마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서승현의 배역도 대동소이합니다. 다만, 드라마 속의 남편이 바뀐 정도입니다. 그러나 두 드마마 속의 남편으로 등장한 이성웅과 추송웅은 모두 오래 전에 고인이 되었습니다. 추송웅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배우 추상미의 아버지라면 알 듯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7Mtf5cRdI0&t=938s

 

 

이성웅은 악역전문배우였습니다. 그러나 ‘야, 곰례야’의 출연 전의 인기는 그저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이성웅은 특유의 걸쭉한 목소리가 인상적인데, ‘600만불의 사나이’에서 오스카 국장의 목소리배역을 하기도 한 성우이기도 했습니다. 성우와 배우 모두 그저 그런 수준이었던 이성웅은 ‘야, 곰례야’로 날았던 것입니다. 그 인기를 몰아서 ‘토요일이다! 전원출발’에서 오리걸음 판토마임으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이주일과 ‘야, 곰례야’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이성웅이 함께 영화 ‘평양맨발’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가수나 배우로 뜨면 단독주연으로 영화화하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이성웅이 마지막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끈 드라마는 채시라가 열연한 ‘여명의 눈동자’였는데, 여기에서도 일본의 고등계 형사라는 악역으로 등장했습니다. 이성웅은 사극에서도 악역으로 주로 등장했습니다. 이성웅의 배역인생은 TBC를 거쳐 KBS에 와서도 야비한 사기꾼, 건달, 포주, 조폭 등 온갖 인간쓰레기 역을 도맡아 했던 나름 파란만장한 인생이었습니다.

 

예전에 이상벽이 MC를 했던 ‘아침마당’에 출연해서는 연기가 좋고 배우라는 직업이 좋아서 악역이라도 좋다는 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악역배우에게는 남모를 고충이 있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드라마에서만 악역이지 현실에서는 평범한 사람인데, 이를 모르는 노인들이 왜 나쁜 짓을 하냐면서 꾸중을 하거나 막대기로 때리거나 뺨을 때리려 한다는 하소연이 바로 그것입니다.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다는 하소연을 하면서도 배우의 길에 후회가 없다는 타고난 배우가 이성웅이었습니다.

 

축구에서 공격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비수도 존재하듯이, 선역만 있으면 드라마는 볼 가치가 떨어집니다. 악역이 있어야 선역이 빛나는 것입니다. 사람 좋은 이성웅은 술을 너무나 좋아해서 일찍 세상을 등졌습니다. 실은 그 이전에 정치를 한답시고 속을 많이 썩은 사연도 그의 이른 죽음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는 오래 전에 갔어도, 특유의 콧털을 실룩거리고 미간을 찌푸리면서 지어낸 자연스러운 그의 악역연기는 영원히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