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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얄개 이승현을 말하다.>
    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0. 11. 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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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치 않게 얄개 이승현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었다. 70년대를 회고하는 사람이라면 얄개 이승현을 모를 리가 없다. 고 조흔파 선생이 즐겨쓰던 얄개라는 단어는 지금은 거의 사어수준으로 쓰이지 않고 있지만, 70년대에는 얄개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자주 쓰였다. 검정색 고교 학생복으로 상징이 되는 고교얄개의 주인공 이승현은 청소년의 영웅이었다.

     

    특유의 웃는 인상에 장난기어린 눈매, 그리고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행동으로 무장한 얄개에 전국민은 무장해제가 되었다. 얄개하면 이승현, 그리고 이승현하면 당연히 얄개였다. 공전의 기록을 쓰면서 얄개시리즈는 전국의 극장을 강타했다. 그러나 숀 코네리가 007시리즈의 본드역을 포기한 것처럼 배우에게 '배역의 몰빵'은 치명적이다. 얄개의 이미지가 배우이미지의 전부가 되었던 이승현은 변신이 불가능했다. 배우는 카멜레온처럼 변신이 가능해야 하는데, 변신이 불가능했다. 얄개시리즈의 성공이력이 있어서 이승현은 대학얄개, 신입사원얄개로 변신을 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변덕이 심한 것이 대중의 반응이다. 금방 식상해지는 것이 관객의 입맛이다. 똑같은 연기에, 똑같은 이미지를 십년이 넘게 소비해줄 리가 만무한 것이 대중이다. 이승현을 쓰려는 제작자가 차츰 사라졌다. 헐리우드에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배우가 있음에도 끊임이 없이 오디션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새얼굴을 찾으려는 관객의 요구 때문이다.

     

    이승현은 자의반타의반 배우를 포기하게 되었다. 배우로서는 최고였지만, 생활인으로서 이승현의 커리어는 그냥 그랬다. 어렵게 살아가던 시절의 이승현을 만났다. 과거를 잊으려 하지만 사람이 어찌 과거를 잊을 수 있을까? 길거리를 지나도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이 인산인해였던 시절이 흘러 이제는 늙수구레한 아재가 된 이승현은 '현실직시'라고 표현을 했다. 몇번의 기회로 이승현은 배우로서 컴백을 하는가 했지만, 이제는 중년의 연기자가 그리 필요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승현 뿐만 아니라 중년 연기자 전체가 위기를 겪고 있다. 과거에는 홈드라마, 사극, 특집극 등에서 중년 연기자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청춘스타 중심의 드라마, 영화가 대세다 보니 중견, 중년 연기자는 설 땅이 별로 없다. 활동공간 자체가 줄었다. 당연히 이승현은 외롭고 힘든 길로 가게 되었다. 이승현과 연락을 주고 받은 지 근 7~8년이 되었다. 인천의 계양에서 산다는 연락을 주고 받은 이후 그와의 연락이 끊어졌다. 그냥 잘 살고 있기를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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