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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함대 지구호’, 그리고 김청기 감독>7080 이야기거리 2022. 1. 29. 20:03728x90반응형
김청기 감독하면 ‘1970년대 만화영화의 대부’로 불린 전설적인 감독이라는 칭송부터 ‘표절대마왕’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전성기에 만든 만화영화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은하함대 지구호’입니다. 이 작품 역시 다양한 표절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표절의 역사가 한국 만화영화의 역사입니다. 슬프고도 아프지만 표절의 역사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은하함대 지구호’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지구의 환경오염이 극심해서 아예 집단이주를 도모하려고 우주 어딘가에 있는 파라다이스라는 별을 개척하고자 부부 박사인 조 박사와 한 박사가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런데 박사 부부가 루카라는 스타워즈 감독의 이름이 연상되는 악당에게 납치를 당하게 되고, 이들 박사 부부가 만든 장난감이자 첨단로봇인 곰돌이를 통하여 ‘지구호’라는 다분히 ‘우주전함 야마토’를 닮은 우주선을 박사 부부의 자녀인 영이와 철이가 탑승하게 되고, 이 ‘지구호’를 조종하는 삼총사를 통하여 악당 루카를 제압하고 박사 부부와 자녀가 재회하고 지구로 귀환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크게 ‘스타워즈’의 표절과 ‘우주전함 야마토’의 표절이 교차합니다. 루카라는 악당부터 해리슨 황제, 그리고 루카일당이 탑승하는 소형우주선과 스타워즈의 ‘알투디투’의 판박이인 킨타쿤테 로봇 등은 ‘스타워즈’의 표절이고, ‘지구호’의 외형과 삼총사의 복장 등은 ‘우주전함 야마토’의 표절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김청기 감독은 표절로 말미암아 ‘은하함대 지구호’라는 작품도 가루가 되도록 비난을 받았습니다.
저 역시 김청기 감독의 만화영화를 보면서 자란 세대이기에, 표절로 점철된 김청기 감독을 마르고 닳도록 비난했습니다. 김청기 감독의 만화영화를 보면서 그렸던 그 많은 소년감성에 대한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김청기 감독을 마냥 비난만 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자성이 일었습니다. 그 이유는 김청기 감독 이후 어린이들을 위하여 만화영화를 제작하고자 하는 열정을 지닌 영화감독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잠시 헐리우드에서 제작한 ‘겨울왕국’의 메가히트를 생각해 봅니다. 어른들이라도 만화영화가 제대로 만들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그런데 21세기 현재 우리의 영화사들 중에서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만화영화를 제작하고자 하는 영화사는 사실상 없습니다. 최근에는 아예 만화영화의 제작 자체가 중단되었습니다. 국산 만화영화의 제작중단은 한국영상산업의 일부인 만화영화의 몰락이라는 점에서 우려할 만합니다. 만화영화를 통하여 아이들은 오락이라는 기본부터 사회화, 가치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도전정신을 습득하게 됩니다. 또한 대중문화예술에 대한 안목을 습득하게 됩니다. 만화영화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대중문화예술장르입니다.
그런데 만화영화는 일반영화보다 캐릭터의 창조가 훨씬 어렵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만화영화 중 SF만화영화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유사합니다. 영화제작의 천국이라던 헐리우드에서도 무수히 우려먹은 배트맨이나 슈퍼맨, 그리고 스파이더맨 등과 같은 디씨코믹스의 영웅들을 끊임없이 주인공으로 재소환합니다. 영화의 주연캐릭터는 새로운 창조가 무척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화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SF만화영화 중에서 메카로봇이나 우주선, 그리고 주연캐릭터 등의 새로운 창조는 맨땅에 헤딩하기처럼 어렵습니다. 표절까지는 아니지만 재창조나 유사함을 완전하게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매카로봇의 산실인 일본에서조차도 유사한 메카로봇의 등장을 표절로 매도하지는 않습니다. 실은 매도가 어렵습니다.
만화영화도 사회적, 문화적 인프라 속에서 성장합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사회가 만화영화의 제작에 얼마나 투자를 했는가 반성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청기 감독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그러나 김청기 감독처럼 자신의 사재를 털어서 만화영화를 제작하겠다는 열정을 바친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만리장성이나 타지마할도 비난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막상 이러한 대작을 제작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습니다. 근자에 한국은 비난만이 넘쳐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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