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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교육헌장을 기억하시나요?
    7080 이야기거리 2020. 11. 2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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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 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우리는 한자가 듬성듬성 섞여서 미사여구가 넘치는 이 헌장을 왜, 그리고 무슨 이유로 외워야하는지도 모르고 줄줄 외워댔습니다. 그러나 이 헌장에 담긴 중후한 문장에 매료되어(!) 꽤나 이 헌장이 좋은 것인 줄만 알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외워대는 것에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저는 두 분 누님보다 먼저 줄줄 외워서 누님으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제 이 헌장을 새롭게 음미해보기로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헌장은 지금의 시점에서 ‘문제점’과 ‘가능성’을 동시에 안고 있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우선 이 헌장의 첫 문장을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이 문장은 논리적으로는 오류가 있는 문장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을 자유는 있지만 태어날 자유가 있지 않으며, 단지 생물학적인 출산이라는 사실로 태어납니다. 위 문장의 논리를 관철하려면, 산모가 자식을 낳을 때 ‘민족중흥’의 사명을 갖거나 적어도 그와 비슷한 정도의 생각은 보유함이 정상일 텐데, 자식을 낳으면서 ‘민족중흥’까지 고려하면서 자식을 낳는 산모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생활을 할 때, 가령, 잠에서 깨어 등교나 출근준비를 하면서, ‘민족중흥’의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자기 밥벌이하기도 바쁜데, 평상시에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민족중흥’까지 생각할 여유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법제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한국이 싫으면 외국에서 살게끔 ‘국적법’이라는 단행법으로 보장이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도 우리 국민 중 매년 엄청난 숫자가 외국으로 귀화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장은 일면의 진실을 담고 있기는 합니다. 그것은 이 문장이 ‘공동체 의식’을 부지불식간에 사회구성원에게 함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70, 80세대와 지금 세대의 차이점 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부분이 확실히 지금 세대가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뚜렷해졌다는 점일 것입니다. 민주화와 통일의 열망은 개인적인 안심입명보다는 사회공동체의 관심을 표방하는 언명입니다. 이른바, 운동권의 논리는 실은 플라톤의 논리대로 하자면 ‘공동선’을 구현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최근 대학가에서 최루탄이 사라진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이제 서울대의 그 유명한 아크로폴리스에서 확성기나 마이크를 들고 집회를 하려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친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 봅시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자격증’과 ‘직업’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실은 개인차원에서 그 효용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라는 공동체의 공간속에서만 의미를 지니는 것입니다. ‘의치한’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의대, 치대, 한의대의 인기가 막강합니다. 요즘에는 일단, ‘의대’라는 타이틀만 있으면, 서울대 공대보다 입학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의사라는 자격증이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라는 고객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환자 하나하나가 사회구성원의 일부인데, 공동체에 대한 배려가 없이 의사가 성공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거창한 논리를 떠나서 개인주의의 완성은 결국 사회구성원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이지 않는 손’이 지정하는 신호를 따라 다른 사회구성원이 만든 재화와 용역을 소비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그 다른 사회구성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오히려 정상적일 텐데, 지금의 세대는 그것이 조금 부족합니다. 현인이나 도덕군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갈수록 삭막해진다는 생각은 저만의 그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은 그렇게 지금 세대를 만든 것이 우리 같은 기성세대입니다. 돈이라는 가치는 사회라는 틀 안에서만 벌 수 있는 것인데, 그 사회를 이해하고 그 사회에 대한 봉사를 말하면, 뭔가 어색한 것이 우리의 현주소입니다. 

     

    애국, 애족, 멸사봉공, 민족중흥, 번영, 선진조국, 도약……. 

     

    예전 70년대에 아주 자주 보이던 단어들입니다. 요즘에는 이런 말들이 사어(死語)가 된 인상입니다. 이런 말들에서 풍기던 호의적인 어감이 권위주의 정권을 지탱하던 것으로 악용된 것을 십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주의 극대화라는 지금의 트렌드의 부정적인 측면을 치유할 신약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저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냥 주제넘은 생각을 주절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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