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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징가제트의 시대와 그 경제학>
    7080 이야기거리 2020. 11. 21.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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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징가 제트는 방랑시인 개인사의 중대한 획을 그었다. 마징가 제트를 보기만 하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고, 크면 꼭 박사가 되어 마징가 제트를 만들고 싶었다. 마징가 제트를 조종하는 쇠돌이와 비스므레하게 잘생긴 친구가 한없이 부럽기만 했다. 마징가 제트가 그려진 학용품이라면 덮어놓고 샀다. 하다못해 마징가 제트가 그려진 딱지라면 보물처럼 간직했다.

    그러나 커가면서 차츰 마징가 제트가 시들해졌다. 헬 박사라는 악당은 무슨 돈으로 그 엄청난 기계마인(원작에서는 기계수인데 당시 방영분에서는 기계마인이었다)을 만드는지 궁금했다. 그 돈이라면 지구정복을 하지 않아도 먹고살텐데 하는 걱정(!)도 들었다. 무기도 허접한 아프리카나 동남아부터 접수를 하면 될 것을 왜 서울부터(원작은 일본열도를 침공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침공하는지 아리송했다.

    무엇보다도 마징가 제트 안에 호버 파일더를 타고 있는 쇠돌이가 그 엄청난 기계마인의 무기를 맞고도(기계마인의 무기 자체는 마징가 제트가 직접 맞는다. 그러나 비록 간접적이라도 사람의 육체가 받는 충격은 엄청나다!) 죽지 않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사고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을 보다가 거듭하여 마징가 제트, 그리고 쇠돌이의 무사함이 이상했다. 의문이 거듭될 수록 마징가 제트 자체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방랑시인은 성장했다.


    이제 늙어가는 방랑시인은 마징가 제트의 경제학적인 측면을 생각해본다. 마징가 제트가 했던 일은 악당인 헬 박사로부터 지구와 한국(물론 원작에서는 일본열도!)을 수호하는 일인데, 이것은 결국 국방과 치안을 겸한 기능이다. 마징가 제트의 제작 및 수리는 광자력연구소(이것은 원작과 한국방영분이 같다)가 담당했는데, 국립연구기관이라 세금으로 운영이 된 것이었다.

    그런데 마징가 제트가 세금을 전혀 내지 않은 외국, 가령, 한국이나 중국, 미국 등은 일본의 힘으로 헬 박사의 만행으로부터 자국의 안전을 수호하므로, 마땅히 금전을 지급해야 하는데, 마징가 제트에서는 전혀 그런 언급이 없다. 참고로, 걸프전은 미국이 자국의 안정적인 원유확보를 위하여 했던 전쟁이지만, 달러패권주의를 근거로 서방 각국에게 참전을 요구하였고 또한 참전국에게 엄청난 전비를 일방적으로 부과하고 징수를 했다.

    이처럼, 마징가 제트가 했던 국방과 치안서비스를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연구하는 분야를 공공경제학 또는 재정학이라 하는데, 현대 경제학의 중요한 테마이다. 공공재는 비배제성, 즉 갑이 치안서비스를 받는다고 을이 배제되는 것이 아닌 특성이 있다. 아프리카 토인은 마징가 제트의 활약으로 헬 박사의 지구정복의 야욕을 피해 자국의 보호라는 무임승차를 했는데, 이것이 공공재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때로는 공공재의 효용을 유지하려고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내세워서 요금을 책정하기도 한다. 마징가 제트의 출동때마다 드는 비용을 전적으로 일본만 부담하는 것은 일본이 억울한 것이다!

    기계마인의 침공으로 도로와 건물은 필연적으로 파괴가 된다. 도로는 정부가 세금으로 복구를 한다고 치고, 건물의 복구는 어떤 근거로 이루어질까? 법률적으로 마징가 제트와 악당인 헬 박사 공동불법행위라는 민법상의 요건에 따라 각자 부진정연대채무로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악당이 달리 악당인가! 마징가 제트를 관장하는 광자력연구소가 부담해야 한다. 광자력연구소같은 국책연구기관은 무자본 특수법인형태의 공공기관이므로, 국가가 아닌 연구소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손해배상액을 이유로 광자력연구소가 부담을 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손해배상액을 감당할 수가 없다. 마침내 마징가 제트는 고철로라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나아가 마징가 제트는 돈때문에 활약을 축소하거나 건물이 없는 평야나 바다에서 싸우기를 희망할 지도 모른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국가가 부담을 해야 한다. 방랑시인이 영화에서 자동차 추격씬에서 자동차가 무차별 파괴되는 장면을 끔찍히도 싫어하는 것은 파괴된 자동차의 배상문제라는 법률적인 문제 때문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동으로 부진정연대채무의 법리에 따른 배상을 해야 하는데, 영화에서는 이런 장면이 거의 없다(범죄도시에 마동석이 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코믹하게 그려지기는 한다). 마징가 제트와 기계마인이 대결을 하다가 건물을 부수면, 보험사는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태임을 내세워서 자동차의 보험처리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어려서 재미로만 봤던 마징가 제트를 커서는 돈과 관련하여 생각해보는 방랑시인은 아직 철이 덜 들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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