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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 맞는 헐크 이만수>
    7080 이야기거리 2020. 5. 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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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과거 80년대 최고 영어학습서로 성문종합영어라는 것이 있었다. 그 성문종합영어의 명사 파트에서 집합명사의 예시로 'A Dog is a faithful animal.'이라는 것이 있었다. 개 한 마리가 전체로서의 개를 의미한다는 예시로 쓰인 것인데, 당시 나는 무심코 영어사전을 찾아 dog의 의미를 찾아봤다. 실제로 그렇게 쓰이는지 검증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김없이 그렇게 쓰였다. 그런데 'hot-dog'라는 의미에서 사람을 뜻하는 용례로 쓰이는 것을 확인했다. 한국말처럼 사람을 개로 비유하는 것이니 당연히 비하적인 의미가 있지만, 영어에서도 개를 사람을 비유하는 의미로 쓰이는 것을 알고 나서 무척이나 신기했다. 그리고 문제의 ‘hot-dog'에 적합한 선수가 이만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의 ‘hot-dog'란 요란을 떠는 사람이나 선수를 뜻하는데, 홈런을 치고 만세칠창을 하는 이만수야말로 진정한 ‘hot-dog'라 생각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 우연히 명 해설위원인 허구연 씨의 칼럼에서 문제의 ‘hot-dog'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사람의 생각은 비슷하기 마련이라는 평범한 이치를 재확인했고, 이만수의 흑역사를 재음미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역대 최고 포수를 뽑으라면 대부분 이만수를 뽑는다. 타격3관왕의 위업에 프로야구 1호 안타, 1호 홈런, 1호 타점 등 기록스포츠에서 이만수의 위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있다. 병살타의 압도적 수치, 그리고 몸 맞는 공(hit by pitch, 과거에는 일본식 영어로 dead ball이라 했고, 지금도 일본프로야구에서는 그렇게 부른다)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이만수의 걸음이 느리고 타구가 강하니까 병살타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몸 맞는 공은 이만수가 ‘hot-dog'였다는 점과 직결된다. 그렇다 이만수는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CF3ajJap58

     

    이만수는 홈런을 치면 꼭 상대투수를 도발했다. 내가 노리던 공이 와서 쳤다, 그 투수의 직구는 딱 치기가 좋았다, 라는 식의 도발을 했다. 홈런을 맞은 투수는 얼마나 쓰라린가! 이만수는 세치 혀로 상대방 투수를 자극한 것이다. 물론 포수를 맡으면서 상대타자를 세치 혀로 농락한 것은 덤이었다. 그리고 이만수는 만세를 부르는 홈런세레모니가 요란하기로 유명했는데, 심지어는 만세를 칠창까지 한 사건이 있었다. 상대투수와 상대팀은 울고 싶은데 도발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배트 플립(일명 빠던’)을 상대투수에 대한 도발로 간주하는 불문율이 있는 것도 일면 이해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개인의 자유를 대단히 중시하는 미국에서도 ‘hot-dog'에 대한 나름의 응징문화가 있는 셈이다. 어디 야구만 그러한가? 인생살이에서도 ‘hot-dog'는 정을 맞는 모난 돌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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