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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역전문배우 김기일을 아시나요?>
    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2. 5. 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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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스나이퍼 영화 더블 타겟(원제 : Shooter)'은 스나이퍼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특히 마지막 설원에서의 저격장면은 스나이퍼의 진수를 보여주는 무척이나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영화를 보다가 미첨 상원으로 분한 배우가 무척이나 낯이 익은데 이름이 가물가물 했습니다. 분명히 익숙한 사람인데, 이름이 입에서 맴돌기만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얼굴은 익은데 이름이 가물거리는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기어이 인터넷 검색까지 하다가 마침내 그가 고 크리스토퍼 리브가 열연한 슈퍼맨에서 악당으로 분한 진 핵크먼의 부하인 오티스역을 했던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네드 비티입니다. 평생을 배우로 활동을 했지만, 대부분의 배역을 조연이나 단역으로 일관했기에(소소한 영화에 주연은 했지만 블록버스터급의 영화에서 주연은 못했습니다), 얼굴 자체는 익은데 대부분의 관객이 정확하게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조연의 비애를 안고 살다가 고인이 된 인물입니다. 예전에 삼성그룹의 광고에서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라는 카피를 쓴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도 그렇습니다. 주연배우는 라이트팬도 기억을 하지만, 인상적인 조연이나 단역이라면 몰라도 조연이나 단역을 했던 배우는 어지간한 영화팬들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실은 영화의 출연배우 자막에서도 뒷부분에 나오기에 대부분의 관객은 기억 자체를 못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기일도 네드 비티처럼 무수히 많은 단역과 조연을 했지만, 정작 사람들은 그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배우입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사진을 보여주면, ‘! 이 사람 악역전문 배우다!’라는 말을 저절로 흘러나오게 하는 배우입니다. 김기일을 보면 제가 네드 비티를 보고서 이름이 가물거린 것과 유사한 경험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것입니다. 실은 김기일과 같은 조연과 단역을 전전하는 배우들의 기구한 운명이기도 합니다. 주연급 배우들의 사망은 언론에서 주목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조연이나 단역을 전전했던 배우들은 죽음에서도 차별을 받습니다. 김기일은 고인이 된지 오래임에도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실은 저처럼 드라마와 영화를 꽤나 본 사람도 김기일의 이름이 생소했으니, 대부분의 시민에게는 김기일이라는 이름 자체가 생소할 것이기에 부음도 눈길을 끌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김기일은 이름이 아닌 얼굴만을 수십 년간 또렷이 기억했습니다. 송구하게도 수십 년간 이름 자체를 몰랐습니다. 우연히 인터넷을 보다가 김기일과 그 딸이 부녀 배우의 길을 걷는다는 기사를 보고 비로소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단골 범인으로 출연한 문제의 배우의 이름이 김기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정확한 통계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이계인보다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범인 역할을 더 많이 했다는 기사도 더불어 봤습니다. 그러나 수사반장의 녹화분이 대부분 분실된 상황에서 김기일이 범인으로 가장 많이 나왔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일이 수사반장에서 강도, 조폭, 사기꾼, 사이비 교주 등으로 무수히 출연한 것 자체는 또렷이 기억합니다.

     

    그런데 김기일은 선역도 많이 했습니다. 마음 좋은 교장 선생님, 장군, 국회의원, 경찰간부, 법관 등의 배역도 많이 했습니다. 물론 언제나 단역이나 조역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김기일의 연기를 그렇게나 많이 봤어도 그의 연기가 엉성하다거나 미흡하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연기를 잘 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단역이나 조연은 비록 주연만큼 주목을 받지 못해도 배역의 대체가 쉽기에 연기력이 떨어지면 금방 짤리기 마련입니다. 조연이나 단역은 도중하차를 해도 별로 표도 나지 않고 영화나 드라마의 흐름을 저해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조연이나 단역으로 오래 활동한 배우들은 역설적으로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단역이나 조연을 전문으로 하는 배우들을 꽤나 만나봤습니다. 예전 전속탤런트제도 하에서는 고정적인 출연물이 있고 일종의 호봉제로 운영이 되어서 베테랑배우들은 그럭저럭 생활이 되었지만, 전속제가 폐지된 후에는 출연작이 없어서 금전적으로 무척이나 어렵다는 하소연을 한결같이 했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배우들은 드라마와 영화의 출연 자체를 희망했습니다. 돈과 무관하게 배우라는 직업이 주는 매력이 화끈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밀었습니다. 영화배우 황정민의 말처럼, 영화나 드라마는 주연배우만으로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김기일같은 훌륭한 조연배우가 있어야 제대로 된 영화가 탄생합니다. 어린 시절애 김기일이 출연한 수사반장을 보면서 무척이나 김기일을 욕했던 제 자신이 쑥스럽습니다. 늦게나마 그의 명목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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