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콜 이야기>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곳기난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난다.뎌러코 사시(四時예 프르니 그를 됴하 하노라.

 

너무나 유명한 윤선도의 ‘오우가’ 중에서 대나무에 대한 대목입니다. 대나무를 두고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니라고 보는 윤선도의 시각이 자못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맥콜’이 딱 그렇습니다. 콜라도 아니고 보리차도 아니면서, 맛은 끈적한 단맛이 있고 탁 쏘는 탄산도 있기 때문입니다.

 

1984년에 맥콜이 세상에 처음 나왔다고 하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그 존재를 확인한 시기는 정확하게는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을 전후하여 이광세 성우가 ‘고향의 맛’을 멘트하면, 아마도 김도향이 작곡한 듯한 ‘맥콜!’이라는 CM송이 이어졌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맥콜을 만든 업체는 일화였습니다. 그 이전에 일화는 ‘일화 인삼 드링크 진생 엎!’이라는 배우 주현이 등장한 드링크음료가 주력사업인 음료회사였습니다. 그래서 청량음료 ‘맥콜’은 뭔가 어색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름이 약간 조잡했습니다. 아마도 ‘맥(麥)’과 ‘콜라’의 머릿글자를 따서 지은 것으로 보이는데, 한자와 영어의 어색한 조합이 뭔가 엉성한 맛이 있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yi922V4-jA

 

그러나 음료는 결국 맛으로 승부를 보는 것입니다. 구수한 보리차풍미가 성인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맥콜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져갔습니다. 당시 청량음료의 절대강자인 코카콜라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보리음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미투상품이 등장했습니다. 한창 뜨던 김완선이 ‘보리텐’을 들고 나오는 등 보리음료는 주류음류로 등극을 하는 듯 했습니다. 보리음료CF가 우후죽순 등장했습니다.

 

‘원조’ 보리음료의 자부심이 넘치던 맥콜은 당대 최고 가수 조용필을 등장시켜 확실한 패권을 잡으려 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청춘시대’를 배경음악으로 하여 조용필이 공연장면을 활용한 CF입니다. 지금 봐도 스케일이 대단했던 이 CF는 표절시비로 인기절정의 시기에서 하차했습니다. 그 시절은 청소년부터 청년까지 팝송을 많이 아는 것이 대단한 자랑거리인 시절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많은 팝송애호가들이 표절의혹을 들고 왔습니다. 실제로도 조용필이 부른 ‘청춘시대’는 스웨덴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잉베이 말름스틴의 ‘Far beyond the Sun'라는 연주곡을 표절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비록 조용필이 작곡한 곡은 아니었지만, 도의적 책임은 가수인 조용필이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ZM-ZrXA4MA

 

그래서 조용필은 새로운 맥콜 CF를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CF는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A-ha의 ‘Take on me'라는 뮤직비디오를 표절했습니다. 신선한 촬영기법이라 해서 사람들이 신기해했던 영상이었는데, 표절로 인하여 또 다시 욕을 바가지로 먹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CF 자체는 돈을 많이 쓴 것으로 당시 맥콜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던가를 알 수는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32RQOFVh40

 

한편, 이 시기를 전후하여 밀키스 같은 우유와 사이다의 혼합음료와 맥콜 같은 보리와 탄산의 혼합음료가 각광을 받았습니다. 이들 혼합음료의 인기가 너무나 뜨거워서 TV광고에서 이들 음료를 빼면 CF시장이 죽는다는 우스갯소리마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늘을 찌를 듯한 이들의 인기는 어느 날인가부터 급격하게 사그라들었습니다. 게토레이 같은 에너지드링크가 새롭게 각광을 받았습니다. 음료자판기에서 절반 이상이 보리음료였는데, 언젠가부터 보리음료 자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요즘도 맥콜 자체는 계속 출시됩니다. 그러나 인기는 예전만 못합니다. 아무튼 맥콜흥망사를 보면, 맥콜로 대표되는 보리음료시장에서 음료시장이 얼마나 냉정한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