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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 vs. 마이크 타이슨>7080 이야기거리 2022. 6. 11. 15:45728x90반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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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세대라면 어려서 누구나 한번쯤 해본 생각일 것입니다. 싸움이 되었든 스포츠가 되었든 그 명칭과 무관하게 격투로 승부를 가린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동서고금에 공통된 것입니다. 굳이 고대올림픽 종목에 레슬링이 자리잡고 있다는 국민상식 수준의 장황한 설명도 필요없고, 고대 분총에 씨름 등 투기를 그린 벽화가 있다는 상투적인 설명도 필요없습니다. 실은 이러한 투기에 대한 취향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습니다.
로마의 원형경기장(콜로세움)에서는 일찍부터 검투사(글레디에이터)가 목숨을 걸고 결투를 했습니다. 물론 알려진 것과 달리 목숨까지 빼앗는 극한대결보다는 단순히 승부만을 겨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검투사의 발굴 및 양성비용이 막대한 점 때문에 검투사 자체는 엄청난 고가의 재산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검투사가 휘두르는 칼과 창, 그물 등 각종 무기는 정제된 훈련을 통하여 숙달된 방식으로 운용되었습니다. 수만 관객이 보는 앞에서 막무가내로 대결을 했을 리가 만무합니다. 검투사의 결투라는 사실로부터 검술은 물론 무술에 대한 선행적인 발달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로마로 대표되는 서양의 무술에서는 동양에서의 그것처럼 정신수양이니 덕성의 함양이니 하는 부가적 목표 등은 찾기 어렵습니다. 중국의 태극권이니 영춘권이니 하는 무술이나 쿵푸의 수련에서는 유달리 정신적인 것을 강조합니다. 태권도를 비롯한 일본의 유도에서도 정신수양을 넘어 인격도야까지 강조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이것은 로마의 무술체계도 로마 문화의 근간인 ‘실용성’에서 기원하였기 때문입니다. 로마 문화는 기름기를 쫙 뺀 실용성이 핵심적인 특징입니다. 도로, 상하수도, 건축, 법률 등 로마가 이룩한 유산은 언제나 실용성을 전제로 했으며, 특별히 정신적인 것을 부각시키지 않습니다. 실은 그 이유 때문에 현대문명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로마의 무술체계나 검술체계, 나아가 군대의 운용체계 역시 실용성의 전장라는 영역에서의 변형물인 실전성에 입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로마 군단이 세계를 정복한 비결이란 실은 로마의 전술은 물론 로마의 무기체계도 실용성이 입각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우르크하이 군단에 맞서 싸우는 로한의 병사들의 무장의 근간이 바로 로마 군단의 무장입니다. 로마는 실전에 가장 유용한 무장을 연구하였고, 회전반경이 작은 짧은 칼과 적의 공격을 쉽게 방어할 수 있는 방패를 무장의 기본으로 하였습니다. 글라디우스(gladius)라 불리는 단검은 짧지만 가벼워서 회전반경이 작아 밀집대형에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로마의 원형경기장에서 창·검술을 겨뤘던 검투사도 당연히 실전에 최적화된 무기를 휘둘렀습니다. 무기를 넘어서 서양의 문명체계가 세계를 석권한 것은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로마식 사고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소룡은 단순한 영화배우가 아니었습니다. 무술을 사랑하고 무술의 체계를 연구하는 무술인이자 무술연구가였습니다. 그의 사고는 놀랍게도 로마의 실용성에 기반하였습니다. 그의 절권도란 이미 2천년 전에 로마에서 확립된 사고체계와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엽문으로부터 영춘권을 배운 이소룡은 중국 무술체계에 대하여 실망과 좌절을 겪었습니다. 군더더기가 너무 많아 실전성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준비동작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체조라면 모를까 실전무술에서 준비동작은 상대방에게 공격의 틈을 주는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이소룡은 권투, 태권도는 물론 각종 무술을 취합하여 실전성을 극대화한 절권도를 고안합니다. 그리고 다른 무술을 연마한 무술인과의 결투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소룡이 생각한 것은 무술영화를 찍으면서 느낀 회의감에서 시작합니다. 영화에서 적들은 미리 약속한(!) 대로 대충 공격을 받아도 치명상을 입은 양 쓰러지면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지만, 현실에서의 적들은 정지상태에서 정타로 맞지 않는 이상 공격을 받아도 혼절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람이란 무빙 타겟, 즉 움직이는 대상이므로 정타로 급소를 일발필도로 제압하기는 어렵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이소룡이 주목한 것은 체급의 차이입니다. ‘사망유희’에서는 이소룡이 자신과 넘사벽의 체급차이인 카림 압둘 자바를 제압하지만, 현실에서 넘사벽 체급차이의 상대방을 이기는 것은 어렵다고 고백을 했습니다. 특히 무하마드 알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여 이를 설명하였습니다.
체급의 차이, 즉 피지컬의 차이는 격투기는 물론 스포츠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축구신동이라 불린 이강인이나 이승우가 유럽에서 교체멤버를 전전한 것은 피지컬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유럽축구에서 센터백이나 윙백같은 풀백들은 190센티미터를 넘나드는 장신의 피지컬 괴물들이 즐비합니다. 스피드는 당연히 기본입니다. 어깨싸움은 물론 스피드를 앞세운 이들의 피지컬공세를 막아야 공격수로서 성공할 수 있는데, 이강인이나 이승우 모두 그렇지 못했습니다. 시대를 호령했던 김봉연, 이만수, 김성한(이들은 모두 180센티미터가 안됩니다)도 잠실구장의 상단에 꽂히는 홈런은 거의 치지 못했지만, 피지컬이 업그레이드 된 후배들은 잠실야구장에서 장외홈런을 쳤습니다. 1970~ 80년대에 시속 140킬로미터를 던지면 ‘강속구 투수’로 불렸지만, 지금 KBO에서 150킬로미터가 넘는 피지컬 괴물 투수들이 흔합니다. MLB에서도 투수들의 평균신장은 190센티미터 전후입니다.
피지컬의 차이는 성별에서도 중요합니다. 남자선수들에 버금가는 피지컬이라 자부했던 미쉘 위는 남자골퍼와의 대결에서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찰고무같은 피지컬을 자랑했던 윌리엄스 자매도 남자선수와의 대결에서 무너졌습니다. 빌리 진 킹이 거의 노년에 이른 전직 프로 테니스 선수를 이긴 극히 희소한 사례 외에는 여자가 남자를 이긴 전례가 없습니다. 현실에서는 국가대표 여자 농구선수팀이 남자 중학교 팀을 이기기도 어렵습니다. 피지컬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각종 투기에서 체급차이를 괜히 두는 것이 아닙니다.
자, 이제 길고 긴 논의의 결론을 내립니다. 마이크 타이슨은 핵주먹으로 명성이 높지만, 그의 전성기 시절 스피드는 경량급 선수에 못지않았습니다. 가드를 단단하게 올리는 그의 수비능력은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마이크 타이슨은 단순히 펀치괴물이 아니었습니다. 위빙과 더킹이라는 수비의 기본동작도 출중한 복서였습니다. 이소룡과 대결을 벌인다면 두 전설이 동네 건달의 주먹다짐처럼 할 수는 없습니다. 일정한 규격에 맞춘 시합장에서 정식 대결을 해야 이치에 맞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소룡이 마이크 타이슨을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피지컬의 차이에 따른 승패의 갈림이 부끄러운 것은 아닙니다. 과학적 지식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이소룡이나 마이크 타이슨이나 모두 전설입니다. 그러나 체급과 무관한 전설은 아닙니다. 영화 속의 이소룡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은 무술인으로서의 이소룡을 오히려 욕보이는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EFocgHVe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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