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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호, 류현진, 그리고 ‘알동검증론’>
    7080 이야기거리 2022. 7. 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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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던 바로 그 해, 미국프로야구(MLB)의 홈런 레전드 행크 아론과 트리플에이 팀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선수들이 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행크 아론은 한국의 간판 홈런타자 이만수, 김용철과 홈런 레이스를 했습니다. 이미 은퇴한 지 꽤 시간이 흘렀던 당시를 기준으로도 40중반의 행크 아론이 팔팔한 20대의 이만수와 같은 5개를 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김용철은 1개밖에 못 쳤습니다. 그리고 행크 아론과 같이 온 트리플에이 주축선수들은 친선경기로 KBO 삼성라이온스 및 MBC청룡과도 시합을 했습니다. 당시 TV로 봤던 트리플에이 선수들의 체구와 기량 모두 한국프로야구선수들보다 몇 수 위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MLB에 대한 동경이 시작됐습니다. AFKN을 통하여 보는 MLB선수들은 다른 차원의 선수들이었습니다. KBO의 출범 이후 그 엄청났던 고교야구의 인기를 능가할 정도로 대단했던 KBO의 위세였지만, MLB의 위력(비록 트리플에이 팀을 주축으로 한 선수들이었지만)을 맛본 이후 MLB에 대하여도 지속적으로 관심이 생겼습니다. 언론에서 자주 다루지 않았기에 부득이 어쩌다가 AFKN을 통해서 간간히 보는 수준이었지만, 보는 내내 신세세계를 경험하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당시 KBO경기를 중계했던 고 하일성 해설위원이 빼어난 수비를 보면 습관적으로 메이저리그급 수비라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동향 충청도 후배 박찬호가 1994LA다저스에 입단한다기에 엄청난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 직행을 했지만, 아직 기량은 떨어져서 기약없이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1997년이 되면서 박찬호는 풀타임 선발로 뛰었고, 맛보기 차원에서 MLB가 저가로 판매한 중계권을 사들인 KBS는 정도영 캐스터, 하일성 해설위원, 그리고 손상진 PD가 멋진 하모니를 이루어 박찬호의 활약을 생생하게 중계했습니다. ‘박찬호 신드롬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한편, ‘메이저리그급 수비라는 신조어를 만든 하일성 해설위원은 막상 MLB에 대해서는 그 지식이 일천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인터넷과 PC통신을 중심으로 MLB커뮤니티가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문제의 알동검증론을 본 것이 바로 그 무렵이었습니다.

     

    알동검증론이란 MLB의 리그 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MLB는 크게 아메리칸리그(AL)와 내셔널리그(NL)로 리그를 나누는데, ‘알동이란 AL의 동부지구를 말하는 것입니다. 각 리그는 모두 동부지구, 중부지구, 서부지구로 나뉘었는데, ‘알동검증론이란 전통적으로 타격이 강한 AL동부지구에서 박찬호가 검증을 받아야 실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양대 리그의 각 지구는 상대적으로 강한 지구가 있을 수는 있지만, 같은 리그의 팀들이기에 기량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MLB의 전통입니다. 최종챔피언격에 해당하는 월드시리즈 우승팀도 당연히 각 지구에서 골고루 나왔습니다.

     

    그래서 박찬호를 저격하기 위한 알동검증론이 허황된 주장입니다. 특정 선수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 달리는 것이 각 팀의 목표인 것이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100년 전통의 MLB에서 검증론이라는 것은 전혀 존재한 적이 없었습니다. 검증이란 거액을 들인 구단을 무시하고 팬을 무시하는 언동이며, 그 이전에 소속 지구 선수들에 대한 모독입니다. 박찬호가 속한 지구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인 배리 본즈가 있었습니다. 도무지 말이 안 되는 것이 알동검증론입니다. 다른 MLB선수는 아예 언급을 안 하면서 지속적으로 박찬호를 깍아내리고, 검증을 주장했습니다.

     

    프로스포츠 천국인 미국의 4대 스포츠리그에서도 검증론은 없습니다. 유럽의 5대 프로축구리그에서도 검증론은 없습니다. 물론 분데스리가보다 손흥민이 뛰는 프리미어리그가 상위리그 정도로 인식이 될 정도로 빠르고 거친 플레이가 두드러지는 리그이기는 하지만, 그 어느 분데스리가 선수들에게도 검증을 위해서 프리미어리그에 이적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차츰 박찬호에 대한 알동검증론이라는 것이 박찬호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박찬호가 망하기를 바라는 추악한 주장이라는 것을 확신하였습니다. 인간에 대한 추악한 본성이 알동검증론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박찬호를 괴롭힌 것이었습니다. 연예인과 스포츠스타에 대한 악플도 모두 같은 맥락임을 이해했습니다.

     

    그 옛날 장자가 인간의 악한 본성을 경계한 이유가 바로 박찬호에 대한 알동검증론과 같이 인간의 본성에는 타인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약점을 찾아서 끌어내리는 야비한 심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비자가 법가로 불리는 것은 인간의 사악한 본성을 통제하는 것은 법률이라는 강제장치임을 통찰한 결과입니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속담은 유능한 사람을 시기하고 끌어내리는 야비한 인간의 본성을 포장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역사에도 이이, 조광조나 정약용과 같이 유능한 인물은 언제나 음해하고 시기하는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이순신은 음해로 모진 고문을 받았고, 백의종군이라는 치욕을 당했습니다.

     

    박찬호의 성적이 나이를 먹으면서 하락하자 스르르 알동검증론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박찬호에게 한 번도 따뜻한 응원을 하지도 않았으면서도 야비한 비난을 했던, 물론 알동검증론을 시전했던, 사람들은 박찬호가 한국 망신을 시킨다면서 한국으로 귀국해야 한다는 새로운 유형의 알동검증론을 주장했습니다. 박찬호의 성적이 하락을 하면서 이들은 신이 나서 박찬호를 성토했습니다. 박찬호를 응원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 왜 성토를 하는지 아리송했습니다.

     

    그러다가 한화이글스의 류현진이 LA다저스에 입단하지 10여년 전에 등장했던 알동검증론이 또 다시 등장했습니다. 류현진이 부상을 당하자 쓸데없이 LA다저스 구단주로 빙의해서 돈이 아깝다는 비난론으로 변신을 했습니다. 성적이 상승하자 느닷없이 팬서비스를 들먹이면서 류현진을 비난했고, ‘알동검증론을 또 다시 주장했습니다. 지구상의 그 어느 프로스포츠가 검증을 위해서 선수를 다른 지구로 보내는지 설명도 없었습니다. 그냥 잘 나가는 류현진이 미운 것이고, 그저 그가 망하기를 인디언기우제를 열고 비는 심정이었습니다. 팬서비스가 부족한 것이 비난받을 일이기는 하지만, 흉악범이나 매국노도 아닌데 저주를 퍼부을 정도의 잘못은 아님에도 마냥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다가 오프라인에서 문제의 알동검증론을 주장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역시나 인성이 개차반인 사람이었습니다. 타인을 헐뜯고 맹목적으로 비난하면서도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내로남불의 전형이었습니다. 타인의 흉허물에만 집착하는 사람이 정상인일 수가 없습니다. ‘알동검증론은 실은 그 주장자가 인격장애자임을 자백하는 말입니다. 여기에서 야구 몰라요와 더불어 고 하일성 해설위원이 남긴 명언이 떠올랐습니다.

     

    -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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