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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후함 그 자체, 배우 전운>
    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2. 12. 2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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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그 시절의 드라마를 보면서 제일 짜증이 제대로 났던 장면은 단연 여배우의 식사장면이었습니다. 평상시에도 저렇게 깨작거리면서, 게다가 젓가락을 들었다놨다 하면서, 먹는 장면은 짜증 유발자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때 그 시절의 드라마 속에서의 식사장면들은 출연배우들 상당수가 실제로 먹는 것이 아니라 먹는 시늉만을 했습니다. 빈 밥그릇을 두고 먹는 시늉만을 해도, 흑백TV화면이었기에 그리 표가 나지도 않았으며, 다른 드라마에서도 먹는 시늉만을 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요즘같이 불편러들이 광범위하게 포진된 사회라면 집중포화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할 대목이 있습니다. 그때 그 시절의 드라마는 제작비가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다는 구조적 원인입니다. 예전에는 야외촬영이라도 있다면 신문의 연예란에 야외로케라고 하여 비중있게 실리곤 했습니다. 특집극이나 대하드라마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일일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스튜디오촬영이 기본이었습니다. 게다가 스튜디오를 이 드라마에서도 쓰고, 저 드라마에서도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인기드라마였던 수사반장에서는 스튜디오를 돌려막기를 했습니다. 어느 날은 사무실이었던 것이, 어느 날에는 호텔로 둔갑을 했습니다. 깨작거리는 식사가 아닌 먹는 시늉 장면은 그때 그 시절의 열악한 제작인프라가 범인이었습니다.

     

    그래도 수사반장21세기 현재에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나 됩니다. MBC TV에서 수사반장의 쌍둥이 형제격이었던 ‘113수사본부는 기억 자체를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인기드라마는 기억이라는 장치로 인하여 세월이 흘러도 회자되기 마련입니다만, 이상하게도 바로 이 드라마 ‘113수사본부는 그야말로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되었습니다. 만년에 순풍산부인과등에서 푼수 역할로 진수(?)를 보인 오지명이 고참 수사관으로, 그리고 냉철한 수사관 역의 정욱과 터프한 성격의 수사관 역의 박광남이 골고루 열연했던 반공수사물 ‘113 수사본부는 당시에는 수사반장에 크게 밀리지 않는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요즘 돌이켜보면, ‘수사반장에 비하면 인기가 쇠락한 것은, 반공물이 퇴조한지 오래되었기에, 아마도 그 시절을 살았던 대다수 국민의 ‘113수사본부에 대한 기억이 가물거리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간첩을 잡는 ‘113수사본부라지만 정작 그 수사본부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엉성한 스튜디오 내 사무실이었기에, 야외촬영이 아닌 스튜디오촬영이 대부분인 것은 수사반장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배우들의 열연은 지금도 박수를 아끼지 않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113 수사본부의 본부장이 바로 전운이었습니다. 전운은 당시 유명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성우를 겸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사가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요즘에는 당시 배우들의 대사처리가 마치 연극배우와 같다고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진가는 명확한 대사에 있습니다. 도무지 알아듣기 어렵다면 드라마를 이해하는 시작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감상은 이해를 전제로 하는데, 웅얼거리는 대사가 연속된다면 이해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드라마의 수요자는 국민 전체이며, 또한 그 광팬이 노인층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7rb6kwSwb0&t=174s

     

    전운은 중후한 인상에 더하여, 시원한 대머리, 그리고 굵직한 목소리가 딱 보스형 인물이었습니다. 전운의 배우인생 대부분을 회장, 국회의원, 장군 등 보스형 인물로 점철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런데 전운의 진정한 강점은 그의 또렷한 발성에 있습니다. 요즘에는 팬들의 요구사항이 배우들의 발성에 꽂히지 않았는지 이상하게도 배우들의 발성 문제는 부각이 되지 아니합니다. 그러나 서양 고대의 연극이나 한국의 판소리 등 그 연원이 되는 시점부터 배우들의 발성이 중시되었습니다. 최근 배우들의 과도한 욕설과 더불어 불분명한 발성은 드라마 감상의 묘미를 반감시킵니다.

     

    전운은 선이 굵은 배우였습니다. 전직 성우출신이라 그런지 그의 또렷한 발음이 특히 인상적인 배우이기도 했습니다. 전운은 꽃미남이 넘치는 배우의 세계에서 꽃미남과는 거리가 먼 인상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탁월한 연기력과 중후한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는 또렷한 발성으로 배우인생 내내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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