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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원한 오진우 인민무력부장, 그리고 이치우>
    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2. 10. 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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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작의 작가라도 대표작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장르와 관계없기도 합니다. 가령, 그림에서 다빈치하면 조건반사처럼 모나리자가 떠오르고, 소설에서 톨스토이하면, ‘부활’, 황석영하면 장길산이 떠오르듯이, 장르와 무관하게 작가는 대표작으로 명성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배우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개 배우하면 특정 작품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 작품이 대표작이 됩니다. 가수는 히트곡이 보통 대표곡이 됩니다.

     

    배우의 대표작 중에서도 절정의 연기를 쏟아부은 작품을 보통 인생작품이라 하고, 그 배역을 인생배역이라 합니다. 인생배역과 인생작품은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그저그런 수준의 배우였던 한예슬은 인생작품인 환상의 커플나상실이라는 인생배역으로 진정으로 배우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물론 이정재와 같이 오징어게임이전에도 S급배우였지만, ‘오징어게임이라는 인생작품으로 인생배역을 소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우들의 부고를 전할 때 기사에서는 보통 그 배우들의 인생배역과 인생작품을 소개합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배우들에게는 인생배역과 인생작품을 남기는 것입니다.

     

    악역과 선역을 두루 섭렵했던 연기파 배우 고 이치우의 인생작품과 인생배역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1980년대 중반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지금 평양에선의 오진우 인민무력부장 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평양에선은 김정일 역으로 열연한 김병기의 존재감이 워낙 독보적이었기에 상대적으로 빛이 바랜 느낌이 없지 않지만(물론 김병기의 인생배역입니다),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으로 열연한 이치우의 연기력도 대단했습니다. ‘지금 평양에선의 타이틀 이후 등장하는 크레딧에는 김병기 다음으로 이치우가 보입니다. 비중이 높은 주연급이라는 의미입니다. 그에 걸맞게 이치우는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김정일에게 비굴하게 맹종하면서도 부하들에게는 잔혹한 상사인 이중인격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렸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3MZoYS4cWA&t=32s

     

    배우들도 사람인지라 오진우와 같은 야비한 인물의 배역을 꺼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배우의 호감도가 떨어지기에 CF 등의 출연제의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차기 배역의 캐스팅에서 밀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합니다. 개인사에서도 배우들이 시민들에게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병기가 시민에게 뺨까지 맞았다는 전설적인 일화도 있습니다. 악역전문 고 이성웅은 생전 토크쇼 중에 길을 가다가 어느 노인에게 똑바로 살라는 훈계를 들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조폭두목으로 출연한 배우가 노인에게 지팡이로 맞았다는 카더라통신이 있기도 합니다. 악역전문배우들은 실제로도 그런 인물로 오해받기도 한다는 하소연을 합니다. 아무튼 이치우는 실제로도 오진우와 같은 비굴하고 야비한 인물인가 싶을 정도로 연기를 잘했습니다.

     

    그나저나 지금 평양에선과 같은 반공드라마를 요즘의 MZ세대들은 잘 모를 것입니다. 박정희 정부를 이은 전두환 정부에서는 반공이 국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반공지상주의시대였습니다. 공영방송에서 반공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정일을 중심으로 평양 지배층을 희화화하는 드라마가 당시 안기부의 주도로 제작이 된 것입니다. 작가 김동현은 전직 중앙정보부 직원으로 평양의 사정에 정통한 사람이었고, 하강일은 반공드라마의 전문 PD였습니다. 둘은 찰떡콤비였습니다. 그래서 둘은 지금 평양에선의 스핀오프 드라마격인 함정도 제작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신상옥, 최은희의 납치를 그린 드라마인데, 당시에는 보기 어려운 해외촬영을 하는 등 비용을 많이 들인 드라마로 꽤나 호평을 받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TDWd83eYtc&t=628s

     

    이치우는 음성이 탁성이고 얼굴이 노안인지라 노인전문배우로 맹활약을 했습니다. 역시 노인전문배우인 사미자와 열연한 ‘TV문학관이라는 단막극의 독 짓는 늙은이에서 호흡을 맞췄습니다. 둘은 당시 나이가 모두 40대 초반인데, 노인배역이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실은 1980년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보다 노숙한 외모입니다. 당시 40중반의 얼굴은 지금은 50중반이거나 60초반으로 보입니다. 옛날 드라마를 보면 졸지에 시대의 변화에 따른 시민들의 외모의 변화도 감지하는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wTnV5ddZpU

     

    그나저나 사극부터 현대극까지 주로 조연으로 드라마의 소금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한 이치우같은 중견배우들의 비중이 21세기 현재 드라마에서는 제작비절감이라는 이유로 갈수록 작아지는 것은 무척이나 유감입니다. 주연배우의 출연료는 억억하면서 상승함에 따라 중견배우의 밀도높은 연기를 감상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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