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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원한 푼수아줌마, 박원숙>
    7080 배우/7080 여자배우 2023. 2. 1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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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에게 필모그래피란 자신의 배우인생인 동시에 개인사가 됩니다. 일반인이라면 개인사는 감추고 싶은 것이 있기 마련이지만, 공인(public figure)이라 불리는 배우들은 좋든 싫든 대중에게 솔직하게 알리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실은 그것이 그들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심지어 악역인 경우에도 필모그래피는 공개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공식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물론 각종 인터뷰, 그리고 토크쇼 등에서 솔직하게 공개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찌질한 단역이나 조역, 그리고 대중이 쉽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스리슬쩍 감추는 배우들의 성향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배우들의 성향 이전에 무수히 많은 배역을 모두 기록하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쩝니까! 시청자나 관객의 기억의 강을 완전하게 건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연기인생 50년인 박원숙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워낙 작품을 오래, 그리고 많이 했기에 일일이 기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며, 게다가 주연배우가 아니라 주로 주조연이나 조연, 심지어 단역도 많이 출연했기에, 그가 먼저 밝히지 않는 이상 그의 출연작품을 전부 기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박원숙이 각종 토크쇼나 인터뷰 등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던 자신의 배역들 중에서 전혀 언급한 적이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최불암이 열연한 수사반장속의 범인역할들을 포함한 일련의 악역들입니다. 박원숙은 어느 날에는 1970년대 유행했던 단어인 제비족에게 당하는 철없는 유부녀로 분했고, 또 다른 어느 날에는 그 시대의 또 다른 유행어인 복부인으로 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한영숙과 번갈아서 사기꾼 등 범인으로 분한 적이 있으며, 김기일이나 이계인 등 수사반장의 단골범인들과 한패로 맹활약(?)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서권순이나 김정하 등과 여성범죄단으로 맹활약(?)을 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악질무속인으로 분한 적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범인역할에 대하여 박원숙이 진진하게 언급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박원숙을 나무라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악역의 이력을 감추고 싶은 것은 어쩌면 배우 이전에 인간의 본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박원숙은 사극은 물론, 시대극, 현대극 등 출연한 모든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했습니다. 실은 전술한 악역들도 진짜 범인인 양 기막히게 잘 연기를 했습니다. 박원순은 어느 날에는 상궁으로 분하여 궁중암투를 펼치다가도, 또 어느 날에는 순박한 시골아낙으로 천연덕스럽게 시골의 정서를 절절하게 그렸습니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국민드라마 한지붕 세 가족의 순돌엄마로 분해서 서민의 애환을 절절하게 그리기도 했습니다. 악덕 시어머니로 분하여 국민의 미움을 받기도 하고, 악덕기업주로 파격적인 변신을 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모성애의 화신으로 변신하기도 했으며, 악인에게 결연하게 맞서는 투사로 변신하기도 했습니다.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박원숙은 그 중에서도 연기를 잘 하는 배우입니다.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그렇게나 많이 했으면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없는 연기파 그 자체인 배우가 박원숙입니다.

     

    그러나 박원숙이 못해 본 배역이 있습니다. 그것은 멜로물의 여주인공입니다. 오래 전에 그대 그리고 나에서 최불암과 썸을 타는 배역이 그나마 미약한 멜로물의 성격이 드는 정도입니다. 박원숙은 데뷔 이래 대부분 유부녀, 즉 이미 러브라인이 필요가 없는 전제에서 연기를 펼쳤습니다. 질리도록 멜로물에 출연한 MBC의 전속여배우들인 정애리, 이효춘, 차화연, 그리고 원미경 등과는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실은 박원숙은 미녀배우의 계열에 속하지 않습니다. 멜로에 적합한 마스크가 아닙니다. 하늘은 나름 공평합니다. 박원숙에게 마스크까지 하늘이 선물했다면 어지간한 멜로전문여배우들은 모두 배우생활에 지장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박원숙이 제일 잘했던 배역은 단연 푼수아줌마입니다. 현실에서도 그런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 자연스러웠습니다.

     

    박원숙은 개인사에서 불행이 유달리 많았습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이겨내고 시청자들에게 훌륭한 연기로 보답을 했습니다. 우리시대의 명품배우가 박원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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