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코카콜라, 그리고 심혜진>
    7080 배우/7080 여자배우 2023. 6. 3. 12:52
    728x90
    반응형

    그 옛날 호랑이가 담배를 뻐끔 피면서 가끔 가래도 뱉던 시절인 1970년대에도 KBS가 아닌 MBC, 그리고 TBC에서 방영하는 뭔가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려면 한참이나 CF를 보면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의 CF는 무척이나 미움을 받았습니다. CF가 있어야 자기가 원하는 그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국이 운영된다는 사실을 알기는 했지만,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심정이 발현되었는지 그 시절의 CF는 요즘보다 훨씬 미움을 받았습니다.

     

    엉뚱한 생각이지만, 만약에 그 시절의 CF가 세련되고 감각적인 것이라면 그 미움은 누그러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시절의 CF는 일명 약 선전이라 불릴 정도로 유달리 제약회사CF가 많았으며, 퀄리티 측면에서도 뭔가 조잡하고 B급스러운 것이 많았다는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유튜브에서 옛날 CF를 돌려 그 기억을 검증해봐도 확실히 그 시절은 제약회사CF가 많았고, 퀄리티도 전반적으로 요즘의 그것에 비하여 떨어집니다. 그런데 유튜브를 돌려보다가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돈이 많은 기업의 CF, 비록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퀄리티가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fHr0JjcEnc

     

    예나 지금이나 CF에서 가장 세련되고 트렌디한 CF를 꼽으라면 절대로 빠질 수 없는 것이 코카콜라CF입니다. 코카콜라 본사 자체가 다국적기업이기에, 전 세계적으로 코카콜라의 맛을 통일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 이미지도 고급적인 것으로 통일하려는 의지를 실행하였습니다. 당연히 CF도 코카콜라 본사 차원에서 표준적인 포맷으로 제작된 것을 각국에서 로컬라이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것은 코카콜라는 음료를 넘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판매한다는 메시지를 각국의 소비자에게 공통적으로 심어주려는 본사 차원의 강력한 브랜드파워의 구축 의지로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다음 심혜진의 코카콜라CF 영상을 일본 코카콜라CF의 표절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fcBZqyTxdw

     

    일부 네티즌은 심혜진의 출세작인 이 CF가 일본의 그것을 그대로 표절한 것이라고 단정을 하지만, 한국코카콜라가 코카콜라 본사의 승인도 없이 일본코카콜라의 CF를 그대로 베낄 수 있을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코카콜라 본사의 전 세계적인 이미지 메이킹이 장기간에 걸쳐서 확립된 상태에서 한국코카콜라가 임의로 CF를 제작하여 코카콜라 본사의 이미지마저 훼손할 수 있는 표절을 그대로 수용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코카콜라 본사는 전 세계에 진출하면서 맛과 이미지 두 가지의 통일을 지속적으로 추구했기 때문에, 표절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물론 코카콜라CF와 무관하게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의 CF를 무수히 베낀 것 자체는 사실입니다.

     

    CF모델에서 배우나 가수로 영역이 확장된 연예인이 꽤나 많지만, 심혜진은 특히 코카콜라CF의 수혜(!)를 받은 연예인입니다. 전술한 대로, 코카콜라CF는 단순하게 코카콜라라는 음료가 맛이 있다는 것을 넘어 코카콜라를 마시는 사람은 뭔가 세련되고 트렌디하다는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코카콜라CF에 주연급으로 출연한 심혜진은 기왕에 본인 스스로 구비한 감각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더욱 배가되었습니다. 심혜진 자체가 멋지고 세련된 인상이 있는데, 코카콜라CF 특유의 고급스럽고 감각적인 영상이 결합하여 심혜진과 코카콜라 모두 대박이 난 경우입니다.

     

    나중에 영화감독으로 성공을 거둔 시인 유하는 그의 연작시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에서 심혜진을 등장시킵니다. 바로 이 코카콜라CF에서 형상화된 심혜진의 이미지를 도시의 세련된 여성의 대명사로 재확인합니다. 심혜진이란 특정 연예인이 아니라, 압구정동이라는 욕망 분출의 공간을 활보하고 있는 세련된 도시여성 그 자체를 형상화한 이미지라는 유하의 진단인 것입니다. 그만큼 코카콜라CF 영상속의 심혜진은 대단한 위력을 지녔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지로만 연예인생활을 펼칠 수는 없습니다. 코카콜라CF의 대박으로 심혜진은 그 이미지를 배우로 이어가며 승승장구했지만, 짧은 순간에 펼쳐지는 CF와 긴 호흡을 이어가면서 표정연기와 착 감긴 대사가 필수적인 드라마, 그리고 영화는 많이 달랐습니다. CF퀸으로 군림했던 고소영과 김태희를 연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심혜진은 금새 이미지가 소진되었습니다. 현대물로 세련된 도시여성 외에 심혜진은 소구할 수 있는 이미지의 구축이 어려웠습니다. 당연히 출연이 뜸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왕년의 배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코카콜라CF하면 심혜진을 능가할 CF모델이 없습니다. 제임스 조이스가 말한 의식의 흐름이 코카콜라CF에도 있다면 그것은 심혜진으로 이어집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